마흔, 세상에 대해 두려움이 옅어지는 나이

살아 온 기적, 살아갈 기적

Unsplash의Martin Reisch



 지난 6월 글에서 초등학생 2학년이 된 제 자녀가 아파트의 계단이나 엘리베이터 혼자 타는 것을 무서워한다고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살면서 언제, 무엇을 두려워했을까? 돌이켜봤습니다. 저는 대학 졸업 직전 4학년과 졸업 후 취준생 시절 세상이 두려웠습니다. 그런데 마흔의 저는 세상이 그때만큼 두렵지 않습니다. 물론 지금도 스트레스를 받는 일은 있지만, 어려운 일이 닥치면 ‘언제가 끝날 일이다.’라고 생각하고, 업무상 실수를 하더라도 ‘일은 수습하면 된다.’라는 태도로 일하다 보니 결국 못 할 일이 없고, 더불어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옅어졌지요. 20대 초중반 저는 제가 세상을 왜 두려워했는지 늘 의문이었는데 어느 글을 읽다가 그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김민형 수학자는 롱블랙 인터뷰에서 “세상에 대한 이해가 넓고 깊어진다면 하지 않아도 될 ‘필요 없는 두려움’이 사라질 거”라고 했습니다. * 


 제가 20대 초중반, 세상에 두려움을 가졌던 이유는 세상에 대한 이해가 없어서 그랬던 겁니다. 졸업 후의 인생이 어떻게 펼쳐질지 모른다는 막연함, 취업은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답안지 없는 질문에 두려움이 솟아났던 거죠. 취업을 하더라도 잘해 낼 거란 자신이 없었던 저는 대학 졸업 후, 우연한 기회에 한국보다 인프라가 취약한 방글라데시에서 1년 동안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며 살다 돌아왔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건강하고 무사하게 돌아온 경험은 세상을 향해 가졌던 막연한 두려움의 크기를 줄어들게 했고, 무슨 일이든 잘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더해줬습니다. 곧 적극적으로 취업에 도전했고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저는 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의 저는 ‘살아 온 기적, 살아갈 기적’의 책 제목을 아침마다 속으로 되뇌었습니다. 제가 살아 온 것 자체가 이미 기적이니, 앞으로 살아갈 날들도 기적처럼 잘될 거라고 스스로에 말했지요. 그렇게 계속 쌓아온 ‘살아 온 기적’ 덕분에 마흔인 지금의 저는 이십 대의 저보다 두려움의 크기를 작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의 마흔이 참 좋습니다. 

 종종 젊음을 동경하고, 스마트폰이 있고 인터넷으로 무엇이든 접근할 수 있는 지금 인프라가 ‘20년 전에 있었으면 참 좋았겠다.’라며 아쉬워합니다. 그렇지만 20대로 돌아가고 싶은지 물어본다면 제 대답은 “아니오”입니다. 젊음은 좋지만,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세상을 잘 몰라 겪은 두려움은 여전히 싫습니다.

 제게는 세월이 주는 경험치가, 나이가 주는 지혜가 두려움을 옅어지게 한 비법입니다. 역사 속의 위인처럼 고통이 가혹한 신의 최고의 선물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의 발판이 된 걸 경험한 저는 나이가 드는 게 싫지 만은 않습니다. 


자기 나이가 주는 장점을 헤아려보는 것은 어떨까 제안하며 글을 마칩니다. 



*롱블랙, 2022.12.28, <수학자 김민형, 체계없는 공부, 마침내 명료한 수식이 되다.>



K People Focus 필진 스텔라 백 (ueber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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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3.08.11 13:46 수정 2023.08.1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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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