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계봉의 산정천리] 탕춘대 성곽 길 걸으며 별유천지를 유람하다

자하문(紫霞門) 밖은 별유천지(別有天地)

 

비가 온 다음 날 불광역 근처 장미공원을 출발하여 북한산 둘레길 7코스 옛성길 구간을 오른다. 제법 땀을 빼고 너럭바위를 지나 소나무 숲길을 따라 더 올라가면 북한산 주봉우리들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나타난다. 좌로부터 족두리봉, 향로봉, 비봉, 사모바위, 승가봉, 나한봉, 문수봉, 보현봉이 좌우로 길게 도열하여 산객을 반긴다.




여기서부터는 약간 내리막 숲길을 따라가면 탕춘대성 암문이 나온다. 탕춘대성은 인왕산 기차바위에서 능선을 따라 홍지문을 지나 북한산 비봉 아래까지 연결된 5.1km의 산성이다. 도성을 에워싸는 서쪽의 성이라 하여 서성(西城)이라고도 부른다. 병자호란 후 숙종이 도성과 삼각산을 연결하기 위해 축성한 산성이다.

 

연산군은 세검정에 있는 왕실 사찰 장의사(莊義寺) 절집을 허물고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경치 좋은 이곳에 돈대를 쌓고 봄놀이를 즐기는 곳이라 하여 탕춘대(蕩春臺)라 이름 짓고 연회를 자주 베풀었다고 한다. 그래서 근처에 있는 탕춘대로 성의 이름을 정했으리라.

 

인왕산과 홍제천, 홍지문과 오간수문을 지나온 탕춘대성은 탕춘대 능선을 따라 북한산 비봉까지 이어진다. 홍지문을 지나 상명대학교 북쪽에서 탕춘대 능선까지 성곽이 보존되어 있으며, 겸재 정선이 그린 '홍지문-수문천석'에도 오간수문과 이어진 탕춘대성이 담겨있다.

 


 

암문을 통과하여 오른쪽으로 가면 상명대학교, 왼쪽은 구기동 방향이다. 여기서 비봉까지 이어지는 성곽 길은 너무 편안하여 콧노래 부르며 걷는 소나무 숲길이다. 성벽은 북한산성보다 보수가 잘 안 되어 있지만 그래서 더 정겹다. 왼쪽 성벽과 오른쪽 소나무 숲 사이에 난 좁은 오솔길은 항상 서늘하다.



 

이 길을 걸을 때마다 마음이 설렌다. 성곽을 따라 한참 걸으면 탕춘대 탐방 안내소가 나온다. 이곳을 지나면 정면에 바로 향로봉이 나타난다. 오른쪽으로는 비봉이 모습을 드러낸다. 마음이 설레는 이유가 바로 이 봉우리들 때문이다.

 

        

옛날에는 도성 밖 창의문(彰義門), 즉 자하문(紫霞門) 밖을 별유천지(別有天地)라고 불렀다. 불가에서 자하는 부처님 몸 속에서 나오는 보랏빛 금색 안개를 뜻한다. 자하문은 석가모니를 모신 대웅전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그래서 이 문을 통과하면 부처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다.

 

자하문 밖, 골이 깊고 산이 많은 아름다운 동네, 부암동, 평창동, 구기동, 세검정.

이 동네들이 바로 삼각산과 인왕산, 백악산으로 이어지는 하늘 아래 첫 동네들이다.  

 

 

여계봉 선임기자

 



편집부 기자
작성 2019.06.09 11:45 수정 2019.06.0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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