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단 시인(문인)은 전문가다. 전문가 반열에 오르기 위해 등단 절차를 밟는 것이다. 등단 시인의 작품이 아마추어 수준이라면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이런 경우 등단 이후에도 부단히 작품을 갈고 닦아야 함에도 게으름에 빠졌을 가능성이 있다. 그게 아니라면 자신의 수준을 과대평가하거나 망상에 빠졌을 가능성이 있다. 시인은 늘 자기의 작품을 되돌아보고 성찰해야 한다.
자기의 작품에 관해 늘 부끄럽게 여기 줄 알아야 한다. 자아도취에 빠지는 순간 성공적인 문학 작품은 기대할 수 없다. 정확한 통계의 수치로 말할 수는 없지만, 자아도취에 빠져 아마추어 수준에 머물러 있는 작가들이 널려 있다.
요즘 흔히 말하는 “등단 문인 10명 가운데 9명은 가짜다.”라는 말과 “1년 독서량이 1,000쪽도 안 되는 작가가 득실거리는 시대다.”라는 말에 왠지 공감이 간다. 독자의 시선이 따갑게 다가온다. 이런 말을 비수처럼 가슴에 꽂고 피를 흘릴 정도로 성찰해야만 성공적인 작품을 남길 수 있다.
이런 말을 듣고도 성찰하지 않고, “나는 진짜 시인이야!”라며 착각하는 순간, 아마추어 수준으로 전락하고 만다. 이런 시인은 암흑과도 같은 자아도취에 빠져 허우적거리면서도 그것이 광명(光明)인 줄 착각한다.
가짜 시인들은 가장 기초인 형상화, 이상화, 전경화, 이념화 등의 의미를 알고 있다 하더라도 실제 창작에 적용하는 방법을 모른다. 심지어 이런 용어를 처음 접하는 순도 0% 가짜 시인도 있다. 이들은 개념어를 시어로 채택할 정도로 관념에 사로잡혀 산다. 그게 시적 진술이고, 묘사이고, 정서 표현이라고 착각한다.
마치 철학자인 양 시를 쓴다. 나아가 시 창작의 표본인 줄 착각한다. 무식하면 용감한 법이다. 그래서 자기의 작품에 관해 성찰은커녕 부끄러워할 줄 모르고 당당하다.
수많은 시인이 착각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그들 스스로 어둠 속에 등불을 밝힐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진짜 시인이라면 스스로 “시란 무엇인가?”,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지고, 답을 찾아 길고 긴 고뇌의 여행을 하며 고투해야 할 것이다.
진짜 시인(문인)은 늘 자기 작품과 치열하게 싸워서 이겨야 한다. 그것이 전문가의 태도이다. 문인다운 문인 정신, 시인다운 시인 정신으로 똘똘 무장하자! 문학 전문가로서 전문 정신과 책무를 망각하지 말자!
[신기용]
문학 박사.
도서출판 이바구, 계간 『문예창작』 발행인.
대구과학대학교 겸임조교수, 가야대학교 강사.
저서 : 평론집 7권, 이론서 2권, 연구서 2권, 시집 5권,
동시집 2권, 산문집 2권, 동화책 1권, 시조집 1권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