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투르게네프의 '첫사랑'에서 보는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민병식

러시아 중부 오룔 현의 부유한 지주 가정에서 태어난 투르게네프(1818-1883)는 당시 러시아 귀족 가정의 전형적인 교육을 받았다. 독일 유학 시절, 유럽 사상의 영향을 받고 돌아와 러시아의 후진성, 특히 농노제의 참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는 러시아 농촌과 자연을 따뜻한 시선으로 묘사한 '사냥꾼의 수기'를 발표하고, 이 작품을 통해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었다.

 

‘블라지미르 페트로비치’가 열여섯 살 때, 1883년에 겪은 일이다. 그는 당시 모스크바에서 부모님과 살고 있었고 그의 부모는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사실 젊고 멋있는 아버지는 어머니보다 10살이나 어렸고 돈 때문에 결혼한 사이였다. 그의 가족이 지내던 별장 옆에 가난한 공작 부인의 가족이 머물게 되었는데 블라지미르는 그녀에게 한눈에 반하게 된다. 

 

열여섯 살의 주인공인 블라지미르의 첫사랑은 그의 별장에 세 들어 온 공작부인의 딸 ‘지나이다’였다. 블라지미르는 스물한 살의 처녀 지나이다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줄무늬 장밋빛 옷을 입은 날씬한 소녀가 그의 앞에 서 있다. 가느다란 목덜미에 깨끗한 두 손, 하얀 모자 밑으로 헝클어진 연한 금발에 반쯤 내리 뜻 총명한 눈매와 눈썹, 윤기 나는 볼과 생기가 도는 이쁜 얼굴에 블라지미르는 손에 쥔 사냥 총을 떨어뜨리고 만다. 블라지미르는 얼굴을 붉히고 총을 집어 들고 방 안으로 도망쳐 침대에 몸을 던져버린다. 심장이 터질 듯하다. 첫사랑의 시작이다.

 

그 후, 식사 초대를 받은 지나이다와 그녀의 어머니가 블라지미르의 집을 방문한다. 식사 후 돌아가는 길에 소녀는 오늘 밤 8시에 자신의 집으로 오라고 블라지미르에게 속삭인다. 그러나 그녀의 집에는 의사, 시인, 군인, 백작 등 이미 많은 남자 들이 와 있었다. 블라지미르 또한 그녀와 어울리며 자유분방한 놀이에 정신 몽롱한 상태에서 마치 요술에 걸린 사람처럼 집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자신이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이런 것이 진짜 사랑인지에 대해 생각한다. 시작된 사랑이지만 고통도 시작이었다. 때론 슬픔에 잠기고, 그녀를 생각할 때 미칠 것 같았다. 

 

그의 곁에 그녀가 있거나 없거나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는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가 따로 있다는 말을 듣고 야심한 밤에 칼을 들고 그 연적을 기다리지만 그 연적이 자신의 아버지임을 알고 충격에 휩싸인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그의 엄마는 가족들을 데리고 이사를 한다. 그러던 어느날 아버지와 같이 말을 타고 어느 곳에 갔다 잠시 기다리라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 혼자 산책을 하다가 아버지가 그녀를 채찍으로 때리는 장면을 보게 된다. 그 속에서 그녀의 평소와 다른 표정을 보면서 사랑에 대한 신비와 공포를 느낀다. 아무 불평 없이 받아들이는 지나이다를 보면서 말이다. 그 후 그는 사랑의 열병에서 벗어난다.

 

소설을 읽으면서 첫사랑의 감정 표현과 섬세한 묘사가 인상 깊었으나 더욱 놀라운 것은 바로 스토리다. 지나이다가 사랑에 빠진 상대가 주인공의 아버지이며 이를 주인공이 알게 된다는 설정은 매우 충격적이다. 투르게네프는 사랑에 빠져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세세하고도 비합리적인 행동과 감정을 소설에 잘 담아내고 있다고 본다. 그도 그럴 것이 투르게네프는 본인의 경험을 이 소설에 녹아냈다고 하며 그렇기에 이 소설은 바로 자기 자신과 같다고 말한다.

 

그러면 여기에서 왜 첫사랑의 연적이 아버지였을까에 대해 궁금증이 남는다. 필자는 이것을 투르게네프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대한 제시라고 말하고 싶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남자아이가 아버지를 제거하고 어머니를 독차지하려는 경향인데 남근기(4~6세)에 분명하게 드러나며, 잠복기(6~12세)가 되면 다시 억압된다고 했다. 아이는 어머니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아버지와 같은 위치에 서고 싶어 하는데 투르게네프는 어릴 적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 

 

그것은 곧 자신의 경쟁상대가 없었으며 아버지로부터 지킬 연적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후 그가 대학을 졸업하여 일자리를 알아보다가 우연히 그녀의 소식을 듣는 데 다음날 찾아가려고 하다가 삼 주일이 지나서야 찾아가니 아이를 낳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녀의 죽음을 알고 나서 며칠 뒤 그는 어느 노파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지나이다의 최후가 생각나서 그녀를 위해서, 아버지를 위해서, 그리고 그 자신을 위해서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주인공 블라지미르는 지나이다를 만나 사랑에 관한 많은 감정을 느낀다. 설렘 기쁨, 소중함, 모욕과 슬픔, 흥분, 질투, 가학 등의 감정을 느끼면서 사랑의 감정과 그 본질을 알아간다. 그가 깨달았던 첫사랑의 본질은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결정체이기도 했으나 폭력, 질투, 기만, 소유, 쾌락이었고, 선망의 대상으로 아버지를 인정하듯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민병식]

시인,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현)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현)신정문학회 수필 등단 심사위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1 남명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2022 신정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이메일 : sunguy2007@hanmail.net

 

작성 2023.12.06 11:17 수정 2023.12.0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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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