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낮과 밤이 갈마들고, 계절이 갈마든다.
시(동시, 시조)를 읽을 때 갈마드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옛시조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다. 이렇듯 갈마드는 시간성과 시적 상상력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옛시조에서 ‘춘하추동(春夏秋冬)’과 같은 사계절, ‘정월, 동짓달’과 같은 월, ‘단오, 추석’과 같은 명절 등 직접적인 시간성의 시어를 접할 수 있다. ‘매화(봄)’, ‘매미(여름)’, ‘단풍(가을)’, ‘눈(겨울)’, 모내기(봄), 가을걷이(가을) 등 간접적인 시간성의 시어를 접할 수도 있다.
현대어로 변환한 명시조 한 편을 통해 이를 되새겨 본다.
동짓달 기나긴 밤의 한가운데 허리를 베어 내어
봄바람 이불 밑에 서리서리 넣었다가
고운 임 오신 날 밤이 되면 굽이굽이 펴리라.
— 황진이
가람 이병기는 이 시조를 “우리 시조 역사에서 최고의 걸작이요, 최고 절창”이라고 격찬했다. 이 시조 초장의 ‘동짓달’은 ‘겨울’의 직접적인 시간성의 시어이다. 중장의 ‘봄바람’도 직접적인 시간성의 ‘봄’과 ‘바람’의 합성어이다. ‘봄바람’은 직접적인 시간성의 시어이다.
황진이가 그러했듯 이 땅의 많은 시인은 갈마드는 시간성을 통해 시적 상상력을 발휘했다. 시인이여, 시적 상상력의 진폭을 확장해 나가자! 갈마드는 시간성과 상상력의 깊이를 생각해 보면 좋겠다.
[신기용]
문학 박사.
도서출판 이바구, 계간 『문예창작』 발행인.
대구과학대학교 겸임조교수, 가야대학교 강사.
저서 : 평론집 7권, 이론서 2권, 연구서 2권, 시집 5권, 동시집 2권, 산문집 2권, 동화책 1권, 시조집 1권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