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양에서는 실존에 대해 고민했던 철학자들이 있었다. 사르트르, 하이데거, 니체에 이르기까지 조금씩 다르긴 하나 수렴되는 길목엔 존재 가치가 있었다. 모두가 서양 철학에 관심을 두고 대중화되었다. 우리 삶은 속세의 번뇌에 대한 근본적인 생의 고찰을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다. 동양 철학은 예전부터 관계에 대한 것을 계속 언급했고 방향성을 제시했다.
동. 서양의 철학은 이제 관계를 향하여 함께 마주하고 더 진보하고 있는 것 같다. 많은 동양의 철학자가 있지만 나는 노자가 21세기에 더 바람직한 삶의 방향성을 제시해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도경과 덕경으로 이루어진 도덕경은 노자의 사상이 오롯이 드러나 있다. 해설한 작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어, 여러 책을 각자 공부한 다음 함께 모여서 공유하고 있다. 혼자서 공부하는 것과는 달리 각자 공부한 내용으로 합평하면 이로운 점이 많다. 내가 해석한 부분에 생각지도 못한 더 큰 노자를 알게 되기도 한다. 현실과 노자를 대입해 나와는 다른 차원 높은 철학을 발견하게 된다.
해바라기와 같은 꽃이 눈을 미혹한다. 금계국이 떠난 뒤 루드베키아가 밖으로 나오라고 유혹한다. 노자가 좋은 이유는 순환이란 의미가 있어서이다. 이는 꽃도 예외가 없다. 때 이른 햇살의 폭주로 루드베키아가 지금 절정의 아름다움으로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뭘 모르는 나는 해바라기인가 했다. 가까이 가서 들여다보고 먹기도 했던 해바라기 씨를 찾았으나 보이지 않는다. 검색의 도움을 받아 미니 해바라기란 별명을 잡아냈다. 색이 다양하게 그러데이션 되어 있어 같은 꽃임에도 다른 색채를 띠는 풍요로움이 있다.
파종하면 스스로 변이를 일으켜 매번 다른 꽃을 보여준다고 한다. 개별화된 개성을 드러내어 융합하는 아름다움을 아는 꽃이다. 요즘 통섭이란 말이 자주 화두에 오르는데, 루드베키아는 이미 실천하고 있다. 꽃에서도 뛰어난 철학을 볼 수 있다. 자연을 가까이하고 관찰하다 보면 노자가 보인다.
절정의 아름다운 꼭짓점에서 루키베키아는 탈모가 시작된다. 아름다운 얼굴이 중력에 의해 쳐지고 이목구비는 돌출된다. 노자는 부드럽고 유약함이 강하고 굳셈을 이긴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귀유계강은 부드럽고 유약함을 중시하고 강함을 경계한다.
어린 루드베키아는 부드럽고 유약한 아름다움으로 얼마든지 커질 가능성이 있다. 다 큰 루드베키아는 미의 절정에서 고꾸라지기 시작한다. 지나치게 아름다운 꼭짓점은 더 이상 올라갈 여지가 없다. 해석하자면, 굳세고 강한 견강자는 죽음이란 소멸에 가까워진다. 너무 아름다운 절정이라서 외부의 충격에 더 세게 반응한다. 강한 것은 쉽게 휘어지기 쉽지 않다.
굳세고 강한 꽃은 점점 생기를 잃기 시작하지만, 부드럽고 연약한 어린 꽃은 생명의 물이 올라 점점 미색이 상승한다. 외부의 충격에도 연약해서 휘어지고 그 힘으로 재빠르게 제자리로 돌아오기도 쉽다. 돌이켜보고 앞을 보아도 나의 외적인 미는 절정을 지난 듯하다. 그러나 위로가 되는 것이 있다. 내적인 미는 아직 꼭짓점에 이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발달이란 것을 한다. 얼마나 내공을 쌓느냐에 따라서 내적미는 발전을 거듭할 수 있다. 그러므로 유약하다 슬퍼 말고 강하다 자랑할 것도 없으리라. 어우렁 더우렁 사는 동안 후회가 남지 않게 오늘 행복을 누리며 살아볼까.
[민은숙]
시인, 수필가, 칼럼니스트
전국여성문학대전 당선
문화도시 홍성 디카시 수상
제4회 코스미안상 수상
명인명시 아티스트 대상
제8회 대한민국 문화교육 대상
제22회 대한민국 문화예술 대상
2023 대한민국 중견작가문학대상
2023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시산맥 웹진 편집위원
열린동해문학연합회 사무국장
대한민국 중견작가 산문집 ‘한편의 글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