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사람은 죽으면 누구나 한 줌 흙으로 돌아간다

하루는 내가 어느 조그만 마을을 지나고 있었는데 아흔 살 먹은 할아버지가 아몬드 나무를 심고 있더라구요. “할아버지, 아몬드 나무를 심고 계세요?” 하고 내가 물었죠. 그러자 그 허리가 꼬부라진 할아버지가 나를 보면서 말했죠. “얘야, 나는 내가 죽지 않을 것처럼 행동한단다.” 그래서 내가 대답했죠. “저는요, 매 순간 죽음을 생각하면서 행동하죠.” 

 

-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사람은 죽으면 누구나 한 줌 흙으로 돌아간다’ 이 말은 쓰는 사람에 따라 참으로 다양한 뉘앙스를 풍긴다. ‘인생 뭐 별거 있어?’ 하고 허무한 인생을 얘기할 때 쓰는가 하면, ‘결국 한 줌 흙으로 돌아가는 인생, 사는 동안 최선을 다해 살자!’ 하는 의미로 쓰기도 한다.

 

이 말이 쓰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지니게 되는 건,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태도’ 때문일 것이다. ‘흙을 어떻게 대하느냐?’가 삶의 태도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다. 우리의 모든 삶은 흙 위에서 이루어진다. 

 

흙이 없으면 인류의 삶 자체가 불가능하다. 우리는 한평생 흙에서 난 것들을 먹고 살아간다. 입으로 들어가는 흙에서 난 것들, 이것들이 우리가 코로 마신 공기와 만나 우리의 몸을 이룬다. 

 

입으로 들어가는 흙의 기운, 코로 들어가는 하늘의 기운, 그래서 ‘인간은 하늘과 흙의 만남(천지인 天地人)’이다. 그렇게 살아가다 죽으면 흙에서 온 것들은 흙으로 돌아가고, 하늘에서 온 것들은 하늘로 돌아간다.

 

이러한 삶의 죽음의 이치를 생각하면, 사는 게 허망해질 것이다. 우리의 유물론(唯物論)적 사고 때문이다. 유물론, 이 세상에 유일하게 있는 것은 물질이라는 사상이다. 그런데 이 사상도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물질을 생명이 없는 죽어 있는 사물로 생각하는 사람은 삶과 죽음을 허무하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평소에 물질을 신령스럽게 대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죽음이 결코 허망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모래 한 알에 우주가 있다!’ 이렇게 물질의 신비를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에게 한 줌 흙으로 돌아가는 죽음이 어떻게 하찮게 느껴지겠는가? 아흔 살에도 아몬드 나무를 심고 있던 할아버지는 말한다.

 

“얘야 나는 내가 죽지 않을 것처럼 행동한단다”

 

그 말을 들은 조르바는 대답한다. 

 

“저는요, 매 순간 죽음을 생각하면서 행동하죠.” 

 

어떤 삶의 태도가 더 좋을까? 

 

고대 로마에서는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고 개선하는 장군이 시가행진을 할 때 행렬 뒤에서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 Memento mori)!”하고 크게 외쳤다고 한다. 승리에 도취해 있을 때, 죽음을 기억하라는 것이다. 죽음을 잊고 지내다 보면 언젠가는 크게 참패하게 될 테니까.

 

매 순간 죽음을 생각하며 살아가면 어떻게 될까? 삶이 경건해질 것이다. 경건한 마음으로 이 세상을 보면, 이 세상은 신비로 가득 차 있게 된다. 신비로 가득 찬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눈에는 삼라만상이 다 신비롭게 보일 것이다.

 

죽으면 한 줌 흙으로 돌아가는 인생, 죽음은 삶의 문제다. 얼마나 멋지게 사는 가의 문제다. 

 

 

  이 순간 

 죽음에 대한 생각은 굵고 

 삶은 다닥다닥 

 고목에 핀 매화이련가

 

 - 함민복, <영구차를 타고 가며> 부분  

 

 

 시인은 영구차를 타고 가며,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죽음에 대한 생각은 굵고’ 

 

 그러다 화들짝 한 소식이 온다.

 

‘삶은 다닥다닥 고목에 핀 매화이련가’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

 

작성 2024.01.18 13:05 수정 2024.01.18 13:09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한별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horts 동영상 더보기
대청의 그거 왜 해?
광주루프탑카페 숲안에 문화복합공간 #로컬비즈니스탐험대 #우산동카페 #광주..
2025년 4월 25일
2025년 4월 25일
전염이 잘 되는 눈병! 유행성 각결막염!! #shorts #쇼츠
2025년 4월 24일
2025년 4월 23일
2025년 4월 22일
나는 지금 '행복하다'
2025년 4월 21일
2025년 4월 20일
2025년 4월 19일
2025년 4월 18일
2025년 4월 17일
2025년 4월 17일
2025년 4월 16일
2025년 4월 15일
2025년 4월 14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