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배 칼럼] ‘갭이어’와 대학 진학

이윤배

몇 해 전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의 장녀 말리아가 미국 하버드대학 진학을 결정해 놓고, 1년 동안 갭이어(Gap Year)를 보낼 예정이라고 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갭이어는 생소한 용어 같으나 유럽에서는 이미 보편화돼 있고 미국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갭이어’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일정 기간 다양한 사회 경험을 통해 진로를 탐색하거나, 자신이 나아갈 방향 등을 찾는 활동을 말한다. 최근에는 직장이나 학업을 잠시 중단하고 다른 일을 경험해 보는 기간을 뜻하는 의미로도 사용되고 있다. 갭이어 기간은 봉사 활동이나 여행, 인턴, 창업, 그리고 교육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적성을 탐색하거나 진로를 찾는 유용한 시간으로 활용된다. 

 

갭이어는 1960년 영국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당시 영국에서는 대학에 바로 진학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인턴십이나 여행, 워킹 홀리데이, 그리고 해외 봉사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아일랜드에서는 이 제도를 본뜬 전환학년제(Transition Year)를 시행하고 있는데 이후 유럽의 여러 국가는 물론 세계 유수 대학들에서 앞다투어 갭이어를 도입했다. 

 

미국의 하버드대학교와 프린스턴대학교, 일본의 도쿄대학교, 호주의 매콰리대학교, 캐나다의 요크대학교 등에서도 입학 전에 합격자들에게 갭이어 프로그램 수행을 권장하고 있다. 주요 대학들이 이처럼 갭이어를 권장하는 까닭은 갭이어를 경험한 학생들의 대학 중도 포기율이 현저히 낮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미국 대학의 경우 재학 중 전공이 평균적으로 적게는 3번에서 많게는 5번까지 바뀌는데, 갭이어를 경험한 학생들은 전공이 거의 바뀌지 않았다. 그리고 갭이어가 학업 성취도 향상에 이바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미들버리 칼리지 입학허가처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갭이어를 체험한 학생들의 평균 학점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의 학점보다 평균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갭이어를 도입한 대학은 물론 구체적인 프로그램 모두 대단히 미미한 상황이다. 그런데 대학 입시 준비 때문에 그동안 소홀히 했거나 해 보지 못했던 다양한 사회 경험을 갭이어를 통해 대학 진학 전에 해 보는 것 또한 그 나름대로 뜻깊은 일이 아닐까 싶다. 특히 청년 실업률이 높은 현실을 고려해 볼 때, 갭이어 동안 다양한 사회 경험을 통해 자신의 적성과 특기를 발견하고, 이를 살려 전공을 결정한다면 대학 졸업 후 일자리 찾기도 그만큼 쉬어질 것이다. 아울러 대학 재정난을 가중시키고 있는 대학 중도탈락률 역시 낮출 수 있을 것이다.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4년제 대학의 중도 탈락 학생 현황을 보면 2022년 중도 탈락 학생 수는 9만 7,326명으로, 재적 학생 대비 중도 탈락률이 4.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보가 공시된 2008년 이후 학생 수, 비율 모두에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중도 탈락 학생이란 자퇴, 미등록, 미복학, 학사경고, 학생활동, 유급 제적, 수업연한 초과 등의 사유로 대학의 학적에서 이름이 삭제된 학생 모두를 포함한다. 

 

그런데 중도 탈락 학생 비율은 2007학년도 이후 줄곧 4%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2015학년도를 기점으로 상승세마저 보이고 있다. 이 같은 결과는 ‘신입생 중도탈락률 증가’, ‘자퇴자 수 증가’, 매년 5만∼6만 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는 대학에 다니면서 재수를 하는 ‘반수생’이 늘어난 영향 탓이라고 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대학에 합격한 후 지방소재 대학에서 서울 소재 대학으로, 수험생 선호도가 낮은 서울 소재 대학에서 서울의 주요 상위권 대학으로, SKY대학에서 의약 계열이나 최상위권 대학으로 갈아타는 학생 수 또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학 입학 전에 다양한 사회 경험을 할 수 있는 갭이어 제도 도입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싶다. 갭이어를 현명하게 잘 이용하여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지 정확히 파악한 후, 대학 신입생 생활을 시작한다면 전공 선택은 물론 졸업 후 진로 결정에서 훨씬 더 자유로울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윤배]

조선대 컴퓨터공학과 명예교수

조선대학교 정보과학대학 학장

국무총리 청소년위원회 자문위원 

호주 태즈메이니아대학교 초청 교수 

한국정보처리학회 총무 부회장 

이메일 ybl1161@hanmail.net

 

작성 2024.01.25 09:33 수정 2024.01.25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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