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진왜란 시기 방답첨사(防踏僉使)를 지낸 무의공(武毅公) 이순신(李純信)은 충무공(忠武公) 이순신(李舜臣)과 이름의 음이 동일하여 더욱 유명해진 인물이다. 그의 자는 입부(立夫), 시호는 무의(武毅), 본관은 전주(全州)이며, 태종의 장남 양녕대군(讓寧大君)의 6대손으로서 왕실의 친족인 종실(宗室)에 속했다. 임진왜란 초기 해전인 제1차~제4차 출전에 방답첨사로 참전하여 많은 공을 세웠고, 이 전쟁의 마지막 해전인 노량해전에는 경상우수사로 참전하였다. 충무공 이순신의 장계를 모은 『임진장초』에는 무의공 이순신이 전투에서 세운 공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임진왜란 초기 그가 방답첨사로서 담당했던 방답진(防踏鎭)은 전라좌수영의 관할 5관(官-고을) 5포(浦-진포) 가운데 하나이다. 같은 첨사진이었던 사도진(蛇渡鎭)이 그 아래에 발포(鉢浦鎭), 녹도(鹿島鎭), 여도(呂島鎭) 3개의 진포를 두었던 것과 달리 방답진은 그 아래에 소속된 진포가 없었으며, 외로이 따로 떨어져 돌산도에 설치되어 있었다. 『난중일기』의 1592년 2월 27일에도 방답진의 형세를 살펴본 충무공 이순신이 '형세를 살펴보니 외롭고 위태로이 따로 떨어져 있는 섬이라 사방으로 적이 들어올 수 있고 성과 해자 또한 아주 허술하여 매우 걱정스러웠다.'라고 기록하였다.
무의공 이순신은 충무공과 개인적으로도 친분이 깊었던 것 같다. 충무공이 통제사에서 해임되어 한양으로 압송되었다가 백의종군의 명을 받고 옥문을 나왔을 때 무의공이 술병을 들고 찾아온 일이 있었다. 아래는 『난중일기』의 관련 기록이다.
『난중일기』 1597년 4월 1일
맑았다. 옥문을 나왔다. 남문 밖 윤간의 종의 집에 이르러 봉, 분과 울과 사행, 원경과 한 집안에 함께 앉아서 오랫동안 이야기하였다. <<중략>> 이순신(李純信) 영공(令公) 또한 술병을 가지고 와서 함께 취하고 간절히 위로하였다.
무의공 이순신의 신상과 행적은 여러 기록에 잘 남아 있는 편인데, 이상하게도 그의 생몰년은 잘못 기록하고 있는 사례가 많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그의 생몰년이 1554~1611년으로 많이 나오는데, 이는 정확한 정보가 아니다. 아마 처음에 잘못된 정보가 퍼진 것을 여러 사람이 계속 공유하다 보니 발생한 문제인 것 같다.
우선 『전주이씨양녕대군파대보(全州李氏讓寧大君派大譜)』를 살펴보면 무의공 이순신의 생년은 계축년(1553년)이며, 몰년은 경술년(1610년) 9월 1일이다. 흥미롭게도 그의 몰년은 이를 정확히 입증해줄 수 있는 사료도 있다. 이유간(李惟侃, 1550~1634)의 『우곡일기(愚谷日記)』의 1610년 10월 1~2일은 이순신(李純信)의 상구(喪柩)가 공주(公州)에서 들어와 직산(稷山)으로 갔다고 기록하였다. 무의공의 몰년이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제3자의 목격을 통해 증명된 셈이다. 허목(許穆, 1595~1662)의 『미수기언별집(眉叟記言別集)』 권22에는 무의공 이순신의 묘지명이라고 할 수 있는 「완천군갈(完川君碣)」이 실려 있는데, 이에 따르면 무의공은 호남절도사(전라병사)가 되었다가 9월에 진영에서 별세하였다.
『광해군일기』에도 1610년 윤3월에 무의공 이순신을 전라병사로 삼았다는 기록이 있다. 『우곡일기』의 기록은, 무의공의 상구가 전라병사의 진영을 떠나 장사를 치를 곳으로 가는 과정에서 이유간이 이를 우연히 보고 남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완천군갈」은 무의공이 별세했을 때 58세라고 기록하였는데, 이를 그의 몰년 1610년으로부터 역산하면 그의 생년은 1553년으로서 『전주이씨양녕대군파대보』의 기록과도 일치한다.
『전주이씨양녕대군파대보』에 따르면 무의공 이순신의 묘소는 시흥(始興) 일직(日直)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이곳은 지금의 광명 일직동에 해당한다. 현재 경기도 광명시 일직동에 무의공 이순신의 묘소가 있으며 광명시 향토문화유산 4호 무의공이순신장군묘(武毅公李純信將軍墓)로 지정되어 있다.
참고자료:
『전주이씨양녕대군파대보(全州李氏讓寧大君派大譜)』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 이유간(李惟侃)의 『우곡일기(愚谷日記)』
한국고전종합DB, 허목(許穆)의 『미수기언별집(眉叟記言別集)』
[윤헌식]
칼럼니스트
이순신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저서 : 역사 자료로 보는 난중일기
이메일 : thehand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