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사회는 인정하고 칭찬하는 일에 야박한 사회다. 해방 이후 급격히 제조업 기반 산업 발전을 통해, 자신과 주변을 돌아볼 여유보단 ‘선진국’을 정답 삼아 끝없이 도약해야 하는 사회적 풍토가 만연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력에 대한 보상이 정당하게 주어지지 않는 허약한 사회 시스템도 한몫하는 거 같다.
그렇게 우리는 장점을 부각하는 것보다 단점을 찾아 고치고 메꾸는 데에 시간을 더 할애해왔다. ‘선진국’이라는 모범 답안이 있고, 내가 틀렸다면 오답을 공부하고 개선하는 것이 당연지사였으니까. 그런 처절한 노력한 끝에 우리 사회 경제 규모는 성공적으로 선진국 반열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성장에 대한 끝없는 욕망과 발전도 인간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미덕이라면 미덕이다. 그러나 어쩐지 괄목할 만한 성장 끝에 문득 찾아오는 상념이 있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까지 일궈왔나?’, ‘만족이라는 게 있는 걸까’와 같은.
간혹 우리가 쌓아온 것이, 행여 바닷물에 한순간 휩쓸려 가는 모래성이 아닐까 하는 불안과 두려움이 엄습하기도 한다. 전력으로 질주하던 과정에서,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서 가져야 할 자존과 자족, 그리고 자신감은 등한시되는 일면도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보상 심리와 인정욕구를 가지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성장하고 발전해야 한다는 명목하에 많은 사회적 비용을 미래에 투자하느라 현재 상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에 서툴다. 자꾸 더 잘해야 할 것 같고, 더 많이 해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인문학자 이어령(1934~2022) 선생은 피와 땀의 시대가 저물고 앞으로는 눈물의 시대가 온다고 말했다.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함께 공명하는 일이 중요한 가치가 될 거라는 이야기다. 세계는 색다른 생각과 시대 감수성을 원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몇 년 전부터 전 세계인들은 너도나도 먼저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알아봐 주기 시작했다. 그 결과 K-문화 컨텐츠는 막대한 양의 사회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방탄소년단(BTS) 음악 가사와 리듬에 녹아든 한국 특유의 낙천성과 세련미는 세계인들을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전 세계 사람들이 한국 문화 컨텐츠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이 시점에서, ‘역시 우리는 안돼.’, ‘우리가 뭘 할 수 있겠어.’ 등과 같은 자조 하고 자신을 채찍질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이제 다가오는 눈물의 시대를 살아갈 수 없다.
밖에서 더 좋은 예시와 모범 답안을 찾는 일도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가 가진 것, 남들과는 다른 특이점을 온고지신하는 일도 그만큼 중요하다. 그렇다면 서로를 칭찬하고 인정하는 것이 그 첫 단추를 끼우는 일 아니겠는가.
그래서 난 사람들과 만나, 칭찬하고 감사를 표현하는 일에 서슴지 않는 편이다. 이 작은 실천을 시작으로 이제 곧 눈물의 시대를 살아갈 우리가, 스스로 가진 매력과 잠재력에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훨훨 날아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나와 주변부터 작지만 인정하고 응원하며 서로 자긍심을 북돋는 일이 언젠가 한국 문화 발전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거라 확신한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임이로]
칼럼니스트
제5회 코스미안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