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상 칼럼] 동심에 청산이 있다

이태상

새들이 뭐라고 하는지 묻는 거니?

참새, 비둘기, 홍방울새 그리고 개똥지빠귀는 말하지.

“사랑해 또 사랑해”라고

겨울엔 새들이 조용해, 왜냐하면 바람이 너무 세거든

바람이 뭐라 하는지 나는 몰라

그러나 바람은 큰 소리로 노래 부르지

그래도 겨울은 지나고 햇볕이 따뜻해지면 

초록 잎이 나고 꽃들이 피어나며 노래하고 사랑하지

이 모두가 다 함께 돌아오지.

종달새는 기쁨과 사랑에 가슴 벅차 노래 부르고

또 부르고 끝없이 영원토록 부르는 거야

“난 내 사랑을 사랑해, 그리고 내 사랑이 날 사랑해”라고

아래로는 초원이 펼쳐져 있고 위로는 푸른 하늘이 있으니까

 

영국의 낭만파 시인 새뮤엘 테일러 콜리지의 ‘한 어린애의 물음에 답하다’라는 시다. 아, 그래서 우리 동양에서도 예부터 ‘인간도처人間到處 유청산有靑山’이라고 했으리라.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자연의 일부인 인간이 자연으로 돌아가 조화를 이룰 때 가능해지리라. 인간 때문에 생물 50%가 멸종 중이라 하지 않나. 더 이상 자연의 질서가 파괴되지 않으려면 인류부터 멸종돼야 할지 모를 일이다. 

 

아버지 죽지 말아요.”

 

최근 터키해변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어린이 아일란 쿠르디가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면서 아버지에게 한 마지막 말이란다. 아, 이세 살 난 어린아이가 어른 아빠를 걱정하다니, 모든 어른들이 할 말이 없지 않은가! 이 “아버지 죽지 말아요.”란 말은 세 살짜리 꼬마 아일란이 온 인류에게 남긴 처절하고 절박한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더 이상 아름다운 지구를 더럽히고 파괴하지 말라고 하는 말일 것이다. 제 어린 목숨을 잃어가며 울린 엄중한 경종이었으리라. 헤밍웨이가 13년간 살았던 코히마르는 어촌으로 ‘노인과 바다’의 실제 무대가 된 곳이다. 쿠바와 미국의 최근 국교 정상화에 따​른 쿠바의 개방으로 북한의 형제국이라는 사회주의 이미지는 이제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쿠바의 교육제도는 대학원까지 전액 무상이지만 젊은이들은 학교를 등지고 의사의 평균 월급 40달러를 하루 팁으로 버는 호텔 벨보이나 식당 웨이터로 나가는가 하면 클럽에는 쿠바 국민 월평균 수입 20달러의 4배인 80달러를 손님 1명에게서 받는 성매매 아가씨들로 붐빈단다. 

 

“우리가 젊었을 때였던 혁명 시기엔 아무리 배가 고파도 인생철학을 돈에 팔진 않았다”

 

이렇게 한 나이 든 관광 가이드는 개탄하더란다. 그렇다면 ‘노인과 바다’의 노인의 바다가 자본주의로 오염된 죽음의 바다로 변하고 있는 것인가. 어린이들이 이렇게 애절하고 애잔하게 죽어가는 세상에 어른들만 살아도 산목숨인가. 어린이들을 위해서가 아니라면 누구를 위해 산단 말인가. 70년 전 내 나이 열 살 때 지은 동시를 다시 읊어 본다.

 

바다

  

영원과 무한과 절대를 상징하는 

신의 자비로운 품에 뛰어든 인생이련만 

어이 이다지도 고달플까

애수에 찬 갈매기의 꿈은 

정녕 출렁이는 파도 속에 있으리라

인간의 마음아 바다가 되어라

내 마음 바다가 되어라 

 

태양의 정열과 창공의 희망을 지닌

​바다의 마음이 무척 부럽다

순진무구한 동심과 진정한 모성애 간직한 

바다의 품이 마냥 그립다

비록 한 방울의 물이로되

흘러 흘러 바다로 간다.

 

 

세상에 육체를 가진 악마 같은 어른들이 어디 한둘인가. 그러니 우리 어른들이 어린애 물음에 답할 게 아니라 어린애들에게서 답을 구해야 하리라. 기독교에서는 하나님이 ‘독생자’ 예수의 몸으로 이 세상에 나타났었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모든 어린애를 통해 언제나 하나님이 나타나고 계신 것 같다. 그래서 예수도 ‘어린애 같지 않으면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 했으리라. 그리고 어린애에게는 모든 게 모두 다 하나님이다.

 

어린애 눈엔 모두 다 꽃이고 별이며 무지개이다.

우주 만물 모든 게 다 나, 우주 만물 모든 게 다 너,

땅도 하늘도 바다도 하나, 풀도 나무도 새도 하나, 

봄 여름 가을 겨울이 하나, 어제오늘 내일이 하나,

먹는 것 싸는 것이 하나, 주는 것 받는 것이 하나,

오는 것 가는 것이 하나, 사는 것 죽는 것이 하나,

있는 것 없는 것이 하나, 잠도 꿈도 숨도 같은 하나, 

왕자와 거지가, 공주와 갈보가, 성자와 죄인이 하나, 

신부와 무당이, 십자가와 목탁이, 천사와 마귀가 하나,

남자와 여자가, 주인과 머슴이, 스승과 제자가 하나,

웃음과 울음이, 빛과 그림자가, 식물 동물 광물이 하나,

글과 그림이, 노래와 춤이, 사는 것과 사랑하는 것이 하나,

눈, 비, 바람, 구름, 너와 나 같은 하나, 다 하나님이어라.

 

 

[이태상]

서울대학교 졸업

코리아타임즈 기자

합동통신사 해외부 기자

미국출판사 Prentice-Hall 한국/영국 대표

오랫동안 철학에 몰두하면서

신인류 ‘코스미안’사상 창시

이메일 :1230ts@gmail.com

 

작성 2024.02.24 09:54 수정 2024.02.24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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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