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계봉의 시평] 의료대란 유감

여계봉 선임기자

정부의 의대 증원에 대해 반대하는 대학병원 전공의들이 사직서 제출 등으로 집단행동을 단행하면서 대규모 병원 이탈과 의대생들의 동맹휴학 등 의료계가 전면적인 실력행사에 나서면서 의료대란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다른 나라들은 인구 고령화에 대비해 의사 수를 늘리고 있는데,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집단행동으로 파업에 나서는 우리나라 의사들의 행위를 대부분의 국민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의대 증원을 주제로 열린 TV 토론회에서 의료계 인사가 '반에서 20~30등 하는 의사를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는 '지방에 있는 학생들은 공부를 못한다'는 감성을 자극하는 위험한 발언이었다.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인재전형 확대를 비판하는 취지이지만 지나치게 과장된 표현인데다, 의사의 덕목을 성적 위주로 판단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비난받았다.

 

또, 전(前) 의협회장이 SNS에 "정부는 의사들을 이길 수 없다"며 "의사들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어이없을 정도로 어리석은 발상"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처럼 전공의는 물론 의사 단체, 예비 의사인 의대생들까지 자신감에 가득차서 집단행동에 나서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의료분쟁때마다 정부가 의사들의 저항을 이기지 못하고 물러서다 보니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는 발언이 나온 배경이 되었고, 결국 '의사불패'의 신화가 만들어진 것이다.

 

'아무도 대체할 수 없는 인력'이라는 전문성과 특수성을 지나치게 우려해 정부가 의사에 게 백기를 든 그간의 사례들이 의사들의  '자신감'을 키워줬기 때문이다.

 

의사 집단행동에 여론이 부정적인 또 다른 한 축에는 형평성 문제가 있다. 보통의 국민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 살고 그동안 면허제도로 보호받았던 변호사나 변리사, 감정평가사 같은 전문직들도 점점 그 숫자는 증가했다. 반면 의사는 정부에서 그 숫자를 묶어놓은 덕에 상대적으로 덜 치열한 경쟁 속에서 고소득을 누려왔다. 그런 특혜의 틀을 어느 정도 깨야 한다는 공감대가 사회 저변에서 형성된지 이미 오래다.

 

높은 사회적 입지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의사들께서는 이번 의료대란을 통해 '성적 좋은' 의사의 선발보다는, 사회가 요구하는 공적 의료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사명감 있는' 의사의 육성이 시급하다는 여론의 공감대를 인식했으면 좋겠다.

 

애를 버린 부모는 부모 자격이 없고,  
환자를 버린 의사는 의사 자격이 없다.

 

 

[여계봉 선임기자]

수필가

공학박사

이메일 : yeogb@naver.com

 

작성 2024.02.24 11:05 수정 2024.02.24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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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