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용 칼럼] 시적 진술의 개념 이해

신기용

시집을 읽을 때, 전 분량이 비시적 표현으로 일관한 사례를 종종 본다. 이는 묘사 시도 진술 시도 아닌, 넋두리 늘어놓기, 피상적 주장, 자기중심적 설명으로 일관한다는 의미이다.

 

진술이란 《표준국어대사전》에 “일이나 상황에 대하여 자세하게 이야기함. 또는 그런 이야기”라고 정의하고 있다. 일부 시인이 “자세하게 이야기함.”을 설명으로 착각하는 듯하다. 한 시인에게 “이 시집에는 묘사 시가 없군요?”라고 말하자, 자기의 시는 진술 시라고 침을 튀기며 말했다. 정작 그의 시는 넋두리로 일관하거나 구체적인 속성을 드러내지 못한 피상적 난삽한 설명문에 행갈이해 놓은 산문체였다. 

 

오규원의 『현대시작법』에서 “시적 진술은 묘사 못지않게 우리 정서의 밑바닥에 자리 잡고 있는 상투적인 의미 체계에 새로운 충격을 줄 수 있는 깨달음을 동반하는 표현이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또한, 오규원은 “시적 묘사가 가시적, 제시적, 감각적이라면, 시적 진술은 가청적, 고백적, 해석적 성향이다.”라고 강조한다. 오규원의 책에서 시적 진술 관련 내용을 개념 위주로 요약해 본다.

시적 진술은 크게 독백적 진술, 권유적 진술, 해석적 진술로 나눈다. 독백적 진술은 스스로가 시적 대상이 되어 반성하고 기원하는 형태이다. (진술하는 주체 중심의 회고와 반성과 기원이 주를 이룬다.)

 

권유적 진술은 자기의 주장을 불특정 개인 또는 다수에게 적극 동조를 요청하는 형태이다. (동조와 참여를 청하는 주체의 주장 중심의 언술이다.)

 

※독백적 진술은 자기 반성적 성향인 반면, 권유적 진술은 타인에게 반성을 촉구하는 성향이다. 해석적 진술은 일정한 시적 대상에 대한 시인 나름의 해석과 비판의 형태로 나타난다. (객체 중심의 탐구와 비판 성향이다.) 어느 것이든 시적 진술은 내성적 자각의 성격을 띤다. 

 

시인이라면 시적 묘사 관련 용어뿐만 아니라, 시적 진술 관련 용어도 깊이 생각해 볼 문제이다. 시적 진술은 고백적이고 가청적이다. 그래서 내성적 자각 진술이라고도 한다. 시적 인식 내용을 명시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시에서 인식 내용은 적당히 드러내고 적당히 숨기는 것이 묘미이다. 

 

진술 시의 범주에도 들지 못하는 넋두리 늘어놓기, 시적 대상의 속성을 꿰뚫지 못하고 겉만 핥는 피상적 설명조, 자기중심적 설명조의 글에 시라는 이름표를 달지 말자!

 

 

[신기용]

문학 박사.

도서출판 이바구, 계간 『문예창작』 발행인. 

대구과학대학교 겸임조교수, 가야대학교 강사.

저서 : 평론집 7권, 이론서 2권, 연구서 2권, 시집 5권,

동시집 2권, 산문집 2권, 동화책 1권, 시조집 1권 등

이메일 shin1004a@hanmail.net

 

작성 2024.02.28 09:44 수정 2024.02.2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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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