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용 칼럼] 시 다듬기 고려 요소

신기용

많은 시인이 한 편의 시를 완성한 뒤, 며칠간 묵혀 둔다. 며칠 뒤 다시 시를 읽어 보면, 파가 눈에 들어온다. 일부 시인은 창작한 뒤 묵혀 두지 않고, 곧바로 발표 지면 편집진을 향해 원고를 전송한다. 

 

필자의 경우 20년 이상 묵힌 시편을 최근에 발표하기도 했다. 미완의 시라는 생각이 드는 원고는 과감하게 버린다. 파일을 삭제해 버린다. 그래도 가치 있다고 판단하는 시편은 묵힌다. 볼 때마다 파가 보인다. 비시적 표현은 시적 표현으로 변환한다. 

 

시를 다듬을 때,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지만, 여섯 가지만 강조해 본다.

 

① 관념어(개념어)를 제거하거나 다른 시어로 대체한다. 

② 비시적 표현을 시적 표현으로 변환한다. 치열성과 직결하므로 고투해야 할 부분이다.

③ 기승전결의 구조를 점검한다. 

④ 피동(수동)형은 능동형으로 변환한다. 

⑤ 가장 먼저 제거해야 할 품사(씨)는 접속 부사를 포함한 부사이다. 그다음은 대명사이다.

⑥ 마지막으로 제목의 타당성을 검토한다. 

 

 관념어(개념어)를 제거하거나 다른 시어로 대체해야 하는 이유는, 시는 시일 뿐 철학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는 인간 현상, 사회 현상, 우주 현상, 자연 현상을 그림 그리듯 감각적 언어로 구체적으로 풀어나가는 문학 양식이다. 철학처럼 모든 현상을 관념화해 나가는 글은 시가 아니다. 관념어가 꼭 필요한 목적시, 특히 종교시의 경우 위치와 역할을 고려해야 한다. 리듬감을 저해하지 않는 위치여야 한다. 시의 목적에 부합하여야 한다. 

 

② 비시적 표현을 시적 표현으로 변환해야 하는 이유는, 시상 포착 단계의 메모는 당연히 비시적 표현이기 때문이다. 직접 정서를 간접 정서로 변환하고, 진술보다는 가급적 묘사로 변환해야 한다. 즉, 이미지 형상화 작업에 몰두해야 한다. 이 부분은 시적 치열성과 직결하므로 고투해야 할 부분이다.

 

③ 기승전결의 구조를 점검해야 하는 이유는, 시의 이야기 구조를 탄탄하게 갖추기 위함이다. 기에 시간(때)과 장소(공간), 상황(정황)을 장치했는가? 승에서 이야기를 단순 구조로 전개할까. 아니면 복합 구조로 전개할까를 고민하면서 여러 수사법(암시, 상징, 은유 등) 채택을 고민해야 한다. 전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예술에서 반전이 중요하듯, 약한 반전이든 강한 반전이든 반전 장치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결은 열린 결말로 할 것인가. 적당히 드러내고 적당히 감출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적당히 숨기고 적당히 드러내는 것이 시의 묘미이다.

 

④ 피동(수동)형을 능동형으로 변환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말을 좀먹는 국적 불명의 번역체 문장을 타파하기 위함이다. 피동형의 시행은 국적 불명의 번역체 문장일 가능성이 높다. 시행의 긴장미도 떨어뜨리고, 역동적이지 못하다. 우리 문장의 기본 구조는 주어와 서술어이다. 동사 서술어는 자동사가 기본이다. 

 

⑤ 가장 먼저 제거해야 할 품사가 접속 부사를 포함한 부사이고, 그다음이 대명사인 이유는, 시의 긴장미 고조를 위함이다. 부사와 대명사는 수식하는 기능 때문에 시어와 시행의 긴장을 느슨하게 만들 수 있다. 물론 부사와 대명사의 역할이 꼭 필요할 때가 있다. 그 위치와 역할을 항상 고민해야 한다.

 

⑥ 제목의 타당성을 검토해야 하는 이유는, 최초에 정한 제목이 다듬고 다듬은 시의 내용과 괴리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명사만으로 채택하기도 하지만, 시의 특성상 가급적 ‘상징이나 비유적인 제목’이면 좋을 것이다. 이때 유의해야 할 점은 너무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 

 

시의 제목은 상징이나 비유적인 방법으로 채택하면 좋다. 적당히 드러내고 숨기면서 공감각적 이미지의 제목이면 더 좋을 것이다. 학술적 글쓰기에서 사용하는 방법인 ‘압축적 방법’ 혹은 ‘발췌의 방법’으로 제목을 채택할 수도 있다. 학술적 글쓰기에서는 모호성이 강한 ‘상징이나 비유적 방법’을 채택하지 않는다. 시의 제목에서는 매우 중요한 방법이다.

 

시 다듬기를 할 때, 시어와 시행의 의미를 고려하여 조사를 넣기도 하고, 생략하기도 한다. 만일 조사를 무조건 생략하라고 배웠다면, 시 창작 공부를 첫걸음부터 진행하는 것이 좋다. 시 창작 지도자 일부가 함축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조사를 무조건 생략하라며 지도한단다. 우리말에서 조사는 매우 중요한 품사(씨)이다. 시에서 생략하기도 하지만, 조사의 기능, 형태, 의미상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품사이다.

 

 

[신기용]

문학 박사.

도서출판 이바구, 계간 『문예창작』 발행인. 

대구과학대학교 겸임조교수, 가야대학교 강사.

저서 : 평론집 7권, 이론서 2권, 연구서 2권, 시집 5권,

동시집 2권, 산문집 2권, 동화책 1권, 시조집 1권 등

이메일 shin1004a@hanmail.net

 

작성 2024.03.06 09:45 수정 2024.03.06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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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