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테네시 윌리엄스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가 말하는 진정한 낙원

민병식

테네시 윌리엄스(Tennessee Williams, 1911~1983)는 미국의 미시시피주 콜럼버스에서 태어났다. 열일곱 살 때 괴기소설 잡지 ‘웨이워드 테일즈’에 ‘이집트 여왕의 복수’라는 단편소설을 발표하여 첫 상금을 받은 이후, 이듬해 미주리 대학에 입학하여 대학에서 주최한 희곡 콘테스트에 입상하는 등 집필활동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1944년 그의 작품 ‘유리 동물원’이 시카고의 ‘시빅 디어터’에서 초연되어 호평받은 이후 이듬해 3월 말에는 브로드웨이의 플레이 하우스에서 개막되었는데, 16개월 동안 563회 상연되었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도시의 대부분이 해수면보다 낮아 늘 습기로 가득 차 있던 뉴올리언스의 한복판을 달렸던 실제 기차라고 한다. 남북전쟁의 패배로 북부의 공업자본이 몰려오자 ‘블랑쉬’의 가문을 비롯하여 남부의 대농장 지주들은 급격히 무너져 갔다. 블랑쉬도 고등학교 교사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데 첫사랑인 ‘앨런’과 결혼 생활 중 앨런은 동성애에 빠지고, 이를 목격한 블랑쉬는 카지노에서 앨런과 춤을 추다가 동성애 사실을 추하다고 쏘아붙인다. 수치심에 앨런은 자살하고, 실패한 결혼 생활의 공허함을 달래려 남성 편력에 빠진 블랑쉬는 결국 제자까지 건드려 교단에서도 쫓겨나고 만다.

 

블랑쉬의 동생 ‘스텔라’는 남부를 떠나 뉴올리언스로 간 후 거친 남편 ‘스탠리’와 그의 친구들의 삶에 적응되어 사는데 어느 날 블랑쉬는 동생의 집으로 떠난다. 남부에서 신사들의 구애를 받으며 귀하게 자란 블랑쉬는 폴란드 출신의 저급한 노동자 출신인 동생의 남편 스탠리를 업신여기고 스탠리는 블랑쉬의 위선적인 자세를 경멸한다. 결국 스탠리는 블랑쉬의 뒷조사를 했고, 블랑쉬의 추한 과거가 드러난다. 

 

잘해보고자 했던 스탠리의 볼링 친구인 ‘미치’와의 사랑도 깨지면서 블랑쉬는 실망감에 더욱 나락으로 떨어진다. 스텔라가 아이를 낳으러 간 사이 스탠리는 블랑쉬를 겁탈하고 블랑쉬는 결국 미쳐 정신병원으로 보내진다. 욕망을 타고 죽음을 지나 낙원으로 가고자 한 블랑쉬는 자신의 유일한 안식처이면서 도피처였던 환상과 허식의 세계가 벗겨졌을 때 어떤 생각을 했을까. 블랑쉬가 지난날의 영화로웠던 과거로의 회귀보다 스스로의 현재 상태와 결함을 시인하고 적극적으로 새로운 삶을 살기를 희망했었더라면 그녀의 삶이 파멸로 치닫지는 않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현대인의 불행은 생존의 절박함 위에서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증명하려는 지독한 이기심과 욕망에 있다. 자신을 만족하지 못하는 끝없는 목마름, 물질과 명예의 예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어쩔 수 없음은 사회 지도층이라는 사람들조차 자유롭지 못하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정직해야 하고 타인을 연민해야 한다. 죽음에 이르기까지 생은 계속될 것이지만 죽음의 문턱에 이르러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면 A4용지 한 장도 못 채울 만큼 짧다. 

 

우울증에 걸려 말년을 불행하게 보내다 떠난 테네시 윌리엄스, 그는 블랑쉬의 비극적 결말을 통해 욕망의 덧없음과 메마른 사회에 향해 따끔한 경종을 울리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어떤 세상이 진짜 낙원이고 극락인지를 생각하라고 한다. 

 

 

[민병식]

시인,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현)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현)신정문학회 수필 등단 심사위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1 남명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2022 신정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이메일 : sunguy2007@hanmail.net

 

작성 2024.03.06 10:11 수정 2024.03.06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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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