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헌식의 역사 칼럼] 『난중일기』에 나타나는 점심(點心)

윤헌식

인류가 하루에 제대로 세 끼의 식사를 하게 된 것이 몇백 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지역이나 시대 상황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을 테니, 학자들조차 정확히 언제부터 세 끼를 먹게 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기본적으로 하루에 아침밥과 저녁밥 두 끼를 먹었고, 때때로 점심(點心)을 먹었다. 조선시대의 점심은 현대의 점심밥 같은 제대로 차려진 식사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양이 적은 소식(小食)을 말하며, 하루에 여러 번 먹을 수도 있었다. 아침밥이나 저녁밥을 간단히 먹으면 점심이 되고, 그 외에 간단히 밥을 먹어도 점심이 되었다.

 

조선시대의 점심은 지금처럼 12시경에 먹는 것이 아니라 식사 시간과 무관한 용어였다. 조선 전기의 학자인 이문건(李文楗, 1494~1567년)의 『묵제일기(默霽日記)』에는 ‘朝點心’, ‘午點心’, ‘晝點心’, ‘夕點心’ 등의 용어가 나타난다. 이들 용어를 해석해보면 대략 '아침 점심', '12시 점심', '낮 점심', '저녁 점심'으로 풀이되는데, 점심이 ‘시간을 가리지 않고 간단히 먹는 것’을 의미함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김홍도 《단원풍속도첩》 점심 - 자료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

 

​충무공 이순신의 『난중일기』에도 '점심(點心)'이라는 용어가 나타난다. 아래는 『난중일기』의 관련 기록을 일부 옮겨놓은 것이다.

 

『난중일기』 1592년 8월 24일

우수사(이억기)와 함께 점심을 먹었으며 정 조방장(정걸)도 함께 하였다.

 

[원문] 右水伯 㸃心同對 丁助防亦共之.

 

위 일기는 『난중일기』에 가장 처음 나타나는 '점심(㸃心)'에 대한 기록이다. 이외에도 『난중일기』에는 '㸃時(점심 때)', '㸃後/㸃心後(점심을 먹은 뒤)', '同㸃/同㸃心(함께 점심을 먹다)', '饋㸃(점심을 대접하다)', '造㸃/炊㸃(점심을 짓다)' 등 점심과 관련된 용어가 총 40여 차례 등장한다. 이와 관련하여 『난중일기』에는 식사에 대한 기록('朝飯', '夕飯', '食前', '食後', '朝食前', '朝食後', '夕食', '同飯', '同食' 등)도 200여 차례가 나온다. '식사'와 '점심'에 대한 용어가 차이가 있는 것을 보면, 확실히 조선시대의 점심이 일반적인 식사와 다른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난중일기』의 또 다른 점심 관련 사례를 살펴보자

 

『난중일기』 1593년 7월 2일

느지막이 우수사(이억기)가 배 위로 와서 함께 선전관을 응대하였고 점심을 먹은 뒤에 헤어져 돌아갔다. 날이 저물 녘에 김득룡이 와서 “진양(진주)이 불리하다.”라고 전하여 놀라움과 걱정을 금할 수 없었다.

 

[원문] 日晩 右水伯到船上 同對宣傳官 㸃後 罷還. 日暮 金得龍來傳 晋陽不利云 不勝驚慮.

 

​위 일기의 내용에 보이는 '느지막이(日晩)'가 정확히 언제를 가리키는지는 알기 어렵지만, 그 용어의 한자로 미루어보아 12시를 한참 지난 늦은 오후에 점심을 먹은 것으로 짐작된다. 이를 통해 조선시대 점심시간이 현대와 차이가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난중일기』의 기록 가운데에는 지금까지 살펴본 '점심(點心)'의 의미를 더욱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

 

『난중일기』 1597년 7월 21일

낮 점심을 먹은 뒤 노량에 이르니 거제현령 안위, 영등포만호 조계종 등 10여 명이 와서 통곡을 하였고, 피난을 나온 군사와 백성들도 울부짖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원문] 晝㸃後 到露梁 則巨濟倅安衛永登趙繼宗等 十餘人來痛哭 避出軍民 莫不呼哭.

 

『난중일기』 1597년 8월 5일

낮 점심을 먹은 뒤에 곡성현에 이르니 온 지역이 이미 비었고 말 여물도 구하기 어려웠다.

 

[원문] 晝㸃後 到谷城縣 則一境已空 馬草料亦艱.

 

 

위 두 일기의 내용에 보이는 '낮 점심(晝㸃)'은 조선시대의 점심이 현대와 다른 용어임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앞에서 언급한 이문건의 『묵제일기』에 나오는 ‘晝點心’과 똑같은 사례로서, 조선시대의 점심이 ‘시간을 가리지 않고 간단히 먹는 것’임을 잘 말해주고 있다.

 

『난중일기』에 기록된 점심 관련 기록은 조선시대의 일상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좋은 사료이다.

 

참고자료: 정연식, 2001, 『한국사연구』 112, 「조선시대의 끼니」, 한국사연구회

 

 

[윤헌식]

칼럼니스트

이순신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저서 : 역사 자료로 보는 난중일기

이메일 : thehand8@hanmail.net

 

작성 2024.03.08 09:49 수정 2024.03.0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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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