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유진 오닐 '느릅나무 아래 욕망'에서 보는 비극적 사랑의 숭고함

민병식

유진 글래드스톤 오닐(Eugene Gladstone O'Neill: 1888~1953)은 현대 미국 연극의 아버지, 드라마의 아버지라 불리며, 영문학에서 상당히 중요한 인물이다. 대표작은 밤으로의 긴 여로, 느릅나무 아래 욕망 등이 있다. 193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으며 4번이나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작품의 배경은 1850년 여름, 뉴잉글랜드의 시골 마을에 소재한 캐봇일가의 농장이다. 커다란 느릅나무 그늘에 덮여 언제나 어두침침한 생활을 하고 있는 캐벗일가가 있다. 농장 주인인 아버지 캐봇, 그리고 그의 첫째 아들 시미언, 둘째 아들 피터, 그리고 시미언과 피터와는 아버지가 다른 형제인 에비 그렇게 세 명의 아들이 살고 있었다. 

 

전처의 자식인 시미언과 피터, 후처의 아들 에번을 집에 남겨두고 행방을 감춘 캐봇은 얼마 뒤 젊은 여자 애비를 데리고 집에 돌아온다. 시미언과 피터 두 형제는 캘리포니아 금광으로 가서 한 밑천 잡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고 에번은 아버지의 토지와 가옥 등 모든 재산을 자신의 소유로 하고 싶다는 욕망을 갖고 있었다. 시미언과 피터 두 형제는 아버지의 유산에 대한 자신들의 권리를 포기하는 대가로 삼백 불씩을 에번으로부터 받고 켈리포니아로 떠난다. 애비는 캐봇의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결혼을 했고 원래 바람기가 많은 여인으로 에번에게 눈독을 들인다. 애비는 적극적으로 에번을 유혹하였고 결국 에번과 눈이 맞아 둘은 정을 통하게 된다.  

 

에번은 아이를 임신하였고 열 달 후 아이를 낳는데 캐봇에게 캐봇의 아들이라고 하며 아이에게 재산을 물려주도록 유도하지만 사실은 에번의 아이였다. 캐봇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자신의 뒤를 이을 아이를 자식이 태어났다고 좋아한다. 축하연 중 캐봇과 에번은 집을 두고 싸우게 되는데 캐봇은 이제 아기가 있으니 에번의 존재는 필요 없다고 말하자 에번은 애비에게 배신감을 느끼며 떠나가려 하고 애비는 에번에게 떠나지 않도록 사정을 하는데 에번은 아기가 없다면 마음이 바뀔지도 모르겠다고 한다. 

 

그러자 애비는 떠나가는 에번을 붙잡으려 아이를 죽인다. 에벗은 그것을 알고 보안관에게 신고하고 애비는 캐벗에게 자신이 아이를 죽였다면서 아이는 캐봇의 아이가 아니라 에번의 아이라고 고백한다. 애비를 잡으러 보안관이 오고 보안관보다 집에 먼저 도착한 에번은 그사이 본인도 에비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고백하면서 함께 벌을 받자고 말한다, 이렇게 애비와 에번이 잡혀가고 집에는 캐봇 혼자만 남는다.

 

​아버지 캐벗은 독재적이다. 아들들이 자신의 명령을 따르도록 강요하고 인간이기보다는 소유물처럼 대한다. 시미언과 피터는 자신들의 삶을 찾아 떠나고 에번만 남아 끝없이 아버지와 대립한다. 작품에는 오닐의 대표작 '밤으로의 긴 여로'에서 보여지는 아버지에 대한 반항과 원망, 어머니에 대한 측은함과 죄책감이 극명히 드러난다. 의붓어머니이긴 하지만 에번은 어머니인 애비를 차지하였고 이는 근친상간이 아닌 근친상간의 형태인 내용은 그리스 신화 중 오이디푸스 신화와 연관이 있어 보인다. 테베의 왕 라이오스는 새로 태어날 왕자가 장성하면 아비를 죽이고 어미를 범한다는 신탁을 받고 그가 태어나자마자 복사뼈에 쇠못을 박고 산속에 버린다. 

 

이를 이웃나라 코린토스의 목동이 발견하고 왕에게 바친다. 코린토스의 왕자로 자란 오이디푸스는 델포이의 신탁에서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범한다는 신탁을 받고 코린토스를 떠나 정 반대인 테베로 향하던 중 한 노인과 시비가 붙어 그를 죽이는데 바로 친아버지 라이오스였다. 한편 테베의 왕비, 즉 오이디푸스의 어머니인 이오카스테 왕비는 테베의 오랜 골칫거리인 스핑크스를 없애는 자에게 왕위를 주고 그와 결혼하겠다고 선언하자 오이디푸스가 스핑크스를 없애고 이오카스테와 결혼한다. 결국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오카스테는 자살하고 만다.

 

작품을 관통하는 중심은 욕망이다. 등장인물들의 욕망은 느릅나무가 우거진 집을 통해 형상화 된다. 캐봇에게 있어 집은 그의 청춘이 고스란히 배어든 공간이다. 모두가 서부로 떠날 때 캐봇은 척박한 땅을 일구고 집을 이루었다. 그런 그가 집에 대해 남다른 애정과 집착적인 소유욕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에번이 집에 대해서 집착하는 이유는 어머니 때문이다. 어머니는 이 집에서 비통하게 죽었고, 집은 어머니의 유산이기에 집은 어머니의 존재자체일 수 있다. 에번의 집에 대한 소유욕은 당연하다. 애비는 어릴 때 어머니가 죽었고, 남편과 아이 역시 모두 병들어 죽는다. 그녀에겐 의지할 곳이 없다. 당연히 애비에게 집이 필요했고 70살 넘은 노인에게까지 와서 자신의 결핍을 채우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사랑 앞에서 집은 필요하지 않게 된다. 에번과 애비의 사이에는 사랑만 있을 뿐 집에 대한 욕망은 사라진다. 캐봇은 가족들이 다 떠나고 없는 넓은 집을 혼자 지켜야 한다. 이븐과 애비는 영아 살해라는 죄에 대한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모든 사랑은 늦었을 때 깨닫게 되듯 벼랑 끝에 몰려서야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는 확신을 얻었다. 탐욕과 갈등 그리고 오해를 거쳐서 어떠한 처벌과 비극을 감당할 만큼 진정한 사랑의 승화를 보여준다. 

 

유진은 캐벗이 가진 청교도적인 윤리의식의 위선을 비판하고 육체의 사랑이 빠질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의 편에 섰다. 인간의 본성은 윤리를 위반하게 되어있지만 에번과 애비의 윤리를 위반한 사랑은 삶을 내걸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사랑이었으며 그것은 감히 내가 상상할 수 없는 크기, 그 사랑의 비극성에 숭고함을 느끼게 된다.

 

[민병식]

시인,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현)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현)신정문학회 수필 등단 심사위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1 남명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2022 신정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이메일 : sunguy2007@hanmail.net

 

작성 2024.03.13 10:39 수정 2024.03.1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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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