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모옌'의 '개구리'에서 보는 생명 존중과 인구 위기

민병식

중국의 노벨문학수상 작가인 모옌 (莫言, 1955~ )의 장편 소설 개구리는 중국 현대사에서 40여 년간 정책적으로 지속되었던 '계획생육'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중국은 1960년대 말 인구 8억이 넘어서자, 당시 권력층은 폭발적인 인구 증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시작한다. 중국정부는 대책 마련을 위한 고심 끝에 하나도 적지 않고, 둘은 적당하며, 셋이면 많다는 구호를 선보여 '계획생육' 정책을 실시한다. 실제로 초과 출산하면 곧바로 묶어 버린다는 간결한 구호를 시작으로 묶지 않으면 가옥을 무너뜨리고, 유산시키지 않으면 방을 허물고 소를 끌어낼 것이라는 등 살벌하고 경악스러울 만큼 끔찍한 구호가 난무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 70년대의 가족 획 정책의 홍보와는 비교도 안 될 살벌한 구호임엔 틀림없다. 그러니 이에 따른 비극이 도처에서 발생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는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도 진행되는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이 더욱 끔찍하게 다가온다. 소설은 작가 모옌의 실제 고모이기도 하고, 산부인과 의사이자 계획생육의 실무자인 고모에 대한 이야기를 ‘스기타니 요시토’에게 보내는 장문의 편지 형식으로 다뤘다. 계획생육 정책으로 인해 호적에 올리지 못한 자식이 많았고, 정책상 둘째를 낳을 수 있긴 하지만 첫째가 여덟 살이 된 다음이라야 했다. 

 

그러니 그전에 임신하게 되면 불법 임신이 되는 격이다. 막달이 되어가는 산모를 불법 임신이란 말로 강제로 산부인과로 끌고 가 낙태를 시키는 일은 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한 생명을 그렇게 무참히 죽인다는 것이 얼마나 야만적인 행동인가. 그러니 불 보듯 뻔한 비극이 도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설의 화자인 '나'의 아내인 ‘왕런메이’가 아들에 대한 욕심으로, 둘째를 비밀리에 임신한 상태에 있다가, 나의 친구인 ‘왕간’의 고발로 고모에 의해 임신 중절 수술을 받는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수술 도중에 왕런메이는 죽게 되고, 고모뿐만 아니라 나 역시 심한 죄책감을 느낀다. 더구나 어머니마저 얼마 후에 돌아가신다. 몇 년이 지나고 나서, 고모는 딸처럼 아끼는 자기의 애제자 ‘샤오스쯔’와 나의 결혼 중재에 적극 나서고, 나는 고모의 뜻을 받아들여 재혼을 결심한다. 결혼식을 올리기 하루 전 나는 어머니와 아내인 왕런메이의 무덤이 있는 복숭아밭으로 간다. 나는 샤오스쯔와 재혼을 앞두고, 먼저 가버린 아내의 무덤 앞에 복숭아를 올려놓는다.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 낳은 딸 ‘옌옌’을 재혼 이후에도 잘 키울 것이고, 만약 샤오스쯔가 못되게 굴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맹세한다.

 

계획생육지도 분과 부과장이 되어 국가정책을 집행하는 책임자가 되었고, 인권보다는 국권에 충실한 도살 집행자가 되고 말아야 했던 고모, 비로소 퇴직 후에야 속죄의 마음으로 자신이 낙태한 아이들의 모습을 점토인형으로 빚으며 살고 있지만 그게 어디 고모만의 잘못인가. 고모 또한 나라에 충성했지만, 갖은 모욕과 핍박을 받아낸 피해자에 불과했다. 가족계획, 강제 낙태, 불법 시술 등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참으로 충격 이상이었을 뿐만 아니라 남아선호사상에 집착하는 가부장적인 사고는 우리나라나 중국이나 다를 게 없음에 씁쓸하게 다가온다. 

 

모옌의 장편 '개구리'는 1970, 80년대 중국의 폭력적인 산아제한 정책을 매우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 작품이다. 작가는 산아제한의 강제적 행위의 주체인 고모나 그 대상인 촌부들 다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피해자로 보고 개인의 비극과 불행이 국가와 사회가 행하는 폭력의 결과임을 지적한다. 작품 제목이 개구리인 어디로 도망가 봐야 쉽게 잡혀 죽을 수 있는 개구리의 비유를 통해 모옌은 중국 정부의 참혹하고도 강제적인 중절 수술을 비판함으로써 인간의 권리와 생명 존중사상을 말하려고 했던 것인데 경제에 위험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잘못된 판단으로 지금의 중국은 2022년 이후로 인구 감소가 가속화되어 인구 수 세계 1위에서 밀려났고 인구 붕괴의 위기에 직면해 있으니 얼마나 아이러니한 상황인가. 

 

 

[민병식]

시인,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현)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현)신정문학회 수필 등단 심사위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1 남명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2022 신정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이메일 : sunguy2007@hanmail.net

 

작성 2024.03.20 11:12 수정 2024.03.2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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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