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차영의 아랑가 국민 애창곡 해설] 감성적 초격차 시대 아랑가, <물음표>

유차영

감성적 초격차 시대 아랑가, <물음표>

 

2022

이충재 작사 작곡, 송가인 / 오유진 노래

 

초격차(超隔差)의 강풍이 몰아치고 있다. 초극차(超極差)의 회오리가 휘돌아 진화 승화 강화되고 있다. 인더스터리, 테크, 사이언스, 리딩& 코칭, 디자인, 통신, 음향, 뮤직, 안무, 조명, 리레이션, 커뮤니티, 학술, 조직(tissue& organization) 등등에 펄럭거리는 초(超~) 바람이 시간과 공간과 감성을 초월하고 있다.

 

순간을 초월해가는 바람결, 그 무엇이 번쩍거리는 번개와 같다. 하지만, 60여 년의 세월 뒤편에 머물러 있는 감성적 단어·용어가 있다. 이 단어·용어는 바로 《트로트》라는 말이다. 이제는 우리의 전통과 토속을 응결한 단어·용어로 이름패를 갈아야 한다. 개명(改名)이 아니라, 본명(本名)을 붙이는 초차명(超差名)의 뒤늦은 조치이다.

 

《트로트》라는 말은 우리 대중가요, 전통가요, 유행가요 중에서 뽕짝~감흥 유(類)를 통칭하는 노래를 포괄하는 용어인데, 1960년대부터 통명(通名) 통용(通用) 통설(通說)했다. 그 당시에는 《뽕짝》으로 통칭하자는 설담(說談)이 오갔다는 말들이 아직도 바람결에 오고 간다.

 

이 단어의 근원은 어디인가, 통념적 의미는 무엇인가. 우리 전통 노래와 연계되는 사전적 의미는 무엇인가. 우리 민족의 가슴속을 울렁거리게 하고, 어깨와 허리춤을 덩실덩실 들썩거리게 하는 감성과 연결되는 통로는 무엇인가.

 

이는 1910년대 미국의 어느 가수가 부른, 《Fox Trot》이 근원이고, 이 단어가 태평양을 건너, 이런저런 바람결을 타고 날아왔다는 말이 통설인데, 참으로 막연하다. Fox는, ‘여우·여우 모피’라는 말과 ‘너무 어렵다·풀 수가 없다·속이다·혼란스럽게 만들다’라는 의미다. 뒤에 붙은 말, Trot는, ‘빠른 걸음·빠르게 걷다’는 속보(速步)의 의미다.

 

세월을 반추(反芻)하여 곱씹어 보아도 참 무의미한 통용이었고, 무모하게 보낸 60~70여 년의 세월이었고, 초격차(超隔差) 시대에 뒤떨어진 초후차(超後差)의 감성적 단어·용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우리 국민과 대중가요계(작사·작곡·가수·협회)가 숙고하고 나서야 한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의 오늘, 그래서 《트로트》라는 단어·용어를, 우리 고유의 전통 노래 ‘아리랑’과 통속적인 단어 ‘가요’를 합친 《아랑가》로 통념, 통설, 통용하자는 것이다. 《아랑가》(我浪歌·ArangGA).

 

이런 맥락에서 오늘은, 송가인이 절창하고 오유진이 뒤를 이은 노래, <물음표>를 해설한다. 긴가민가하면서도 믿을 수가 없는~ 사람, 그리고 세월~.

 

밉다 밉다 하면서도 / 미워할 수 없는 그 사람 / 온다 온다 온다더니 / 그 말도 모두 거짓말 / 물감으로 물감으로 색칠하듯 / 내 가슴만 물들여 놓고 / 물음표만 물음표만 / 남겨 놓은 사람아 / 당신은 화가인가요 / 사랑의 물감인가요 / 빨갛게 물들여 놓고 / 긴가민가하면서도 / 믿을 수가 없는 그 사람.

 

인생은 질문과 응답이 연속되는 기약 없는 길이다. 인생의 계약서를 담보해 줄 신(神)은 어디에도 없다. 그런 절대자를 인간은 만들어낼 수가 없었다. 앞으로도 그런 무책임한(거짓말쟁이 같은) 전능자를 만들지 않을 터이다.

 

그래서 사람은 스스로 질문하는 물음표(?)를 내 걸고, 묘답(妙答)을 찾아가는 시간의 오선지 위에, 삶의 멜로디를 구획하고, 리드미컬한 음표를 그리고, 그 위에 노랫말 같은 발자국과 그림자 사연을 걸치면서 한평생을 살아간다.

 

이러한 인생의 발자국과 그림자와 앞날과 밀고 당기는 사랑의 변주곡을 연주할 인생 악보를 노래로 절창했다. 송가인의 목청을 넘어온 <물음표>(이충재 작사 작곡)가 그런 유행가다.

 

이 노래를 미스트롯3 경연에서 오유진이 열창했다. 이 노래는 물음표, 물감, 화가, 거짓말 4단어를 녹여서 그린 노래그림(歌畵, 가화)이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가슴에 품은 연인들의 밀당 변주곡~.

 

사람의 마음은 본바탕이 투명하다. 무색이다. 그래서 물이 잘 든다. 사랑의 물이 잘 들고, 이념의 색깔이 스미고, 신앙의 냄새에도 쉽게 취한다. 이 노랫말은 사랑의 물감으로 연인의 가슴팍에 색칠은 한 화가를 은유했다. 그러면서도 긴가민가 믿을 수가 없으니 가슴 졸인다.

 

<물음표> 노래를 지은 이충재가 간판으로 내건 물음표(?)는, 의문문의 끝에 붙는 문장 부호다. 이 부호는 처음에는 물음이라는 뜻인 라틴어 quaestio로 썼다. 하지만 물음이 많이 나오는 글에서, 묻는 말이 끝날 때마다 반복해서 사용하는 것이 번거로와 qo라고 줄여 쓰기 시작했다. 이후 이것을 q로 줄여서 썼다. 이 모양이 시간이 지나 점점 변해 지금의 ?로 진화되었단다.

 

노랫말의 끈은, 물감을 그득 묻힌 붓을 든 화가로 사랑의 연인을 매달았다. 그 연인은 사랑의 물감으로 상대방 연인의 가슴팍에 물들 들였다. 빨노랑무지개 색깔일 터이다. 사랑의 화가가 된 것이다. 연심화가(戀心畵家)다. 이들의 사모하는 마음은 어떤 색깔일까.

 

화가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의 총칭이다. 이들의 커뮤니티를 화단(畵壇)이라고 한다. 화가를 존칭하면 화백(畵伯), 낮잡아 부르던 말은 환쟁이다. 사랑의 마음을 그리는 화가, 그중에서 화백은 사랑의 신의를 저버리지 않는 상대방일 테다. 그의 상대편은 사랑의 환쟁이라고 치면 과할까. <물음표> 2절 노랫말을 불러내 보자.

 

간다 간다 간다더니 / 그 말도 모두 거짓말 / 물감으로 물감으로 색칠하듯 / 내 가슴만 물들여 놓고 / 물음표만 물음표만 / 남겨 놓은 사람아 / 당신은 화가인가요 / 사랑의 물감인가요 / 빨갛게 물들여 놓고 / 물음표만 물음표만 / 남겨 놓은 사람아 / 당신은 화가인가요 / 사랑의 물감인가요 / 빨갛게 물들여 놓고 / 물음표만 남긴 사람아.

 

<물음표> 노랫말 2절의 이정표 단어는 거짓말이다. 그 말도 모두 거짓말~. 노래 속의 화자는 연인을 기망(欺罔)한 것이다. 거짓말은 북한 말로는 ‘꽝포’라고 한다. 사람이 사는 곳에 사랑과 이별이 없을 리가 없다. 그곳에도 사랑의 꽝포쟁이가 있으련. 거짓말의 비속어는 ‘구라’다. 이 말은 일본제국주의 식민지 시절 도박판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일본말 중에서 구라마스는 속인다는 의미다.

 

2024년 봄날,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등록 곡은 124만여 곡이다. 그중에서 거짓말을 노래 제목에 간판으로 사용한 곡조는 874곡이다. 백야성의 <거짓말 사랑>, 이미자의 <항구는 거짓말>, <거짓말 항구>, 김추자의 <거짓말이야>, 이승연의 <아름다운 거짓말>, 이태호의 <거짓말>, 조항조의 <거짓말> 등이 사랑하는 연인의 가슴팍을 멍들게 한 유행가들이다. 유지나의 <무슨 사랑>도 노랫말은 거짓말이라는 소절이 출렁거린다.

 

조항조의 <거짓말>과 유지나의 <무슨 사랑> 노랫말을 펼쳐서, 송가인 오유진이 절창을 한 <물음표> 노랫말과 엇대어 보자. 먼저 조항조의 노랫말을 펼친다. ‘사랑했다는 그 말도 거짓말/ 돌아온다던 그 말도 거짓말/ 세상의 모든 거짓말 다 해놓고/ 행여 나를 찾아와 있을/ 너의 그 마음도 다칠까/ 너의 자리를 난 또 비워 둔다.’ 사랑 만 남겨 놓고 떠나간 얄미운 당신이지만, 행여나 다시 올까 기다리는 거짓말 같은 마음이 솔직한 속내다.

 

유지나의 절규는 어떠한가. ‘다~ 거짓말이야 모두 다 거짓말이야/ 여린 내 가슴에 속삭이던 말도/ 모두 다 거짓말이야/ 내 가슴에 아픈 상처 주고 갈 거면서/ 저만 혼자 달아날 거면서/ 사랑은 무슨 사랑 철없던 불장난/ 사랑한다 했니 영원하자 했니/ 이 나쁜 거짓쟁이야.’ 이 곡조에는 거짓쟁이를 호출했다. 화가로 치면 거짓으로 물감을 칠하는 환쟁이다. 백지 화가다.

 

<물음표> 원곡가수는 송가인, 가인이어라~. 가인(歌人)의 목청에 걸친 노래는 가일(歌一)이 된다. 일등 노래로 훠얼~ 훨 날아오른다. 1986년 진도 출생 범띠 가시내. 송가인의 본명은 조은심(曺恩心)이다.

 

국악을 전공한 그녀의 목청에 유행 가락을 걸쳤다. 크로스오버다. 대중성과 통속성에 엇댄 발자국이다. 앞을 향한 지향이다. 송가인의 절창은, 신명창창(神命唱唱) 허공지성(虛空之聲)이다. 운명(運命)과 숙명(宿命)을 합친 신명(神命) 곡조다. 듣고 보고, 또 듣고 보고 싶은 허공을 가르는 가인이어라. 그녀의 팬카페는 가인, <AGAIN>이다.

 

<물음표>를 미스트롯3에서 절창한 오유진은 오색팔중울산동백같은 가백(歌栢·歌柏)이다. 한국유행가 100년사에, 또 다른 100년을 이어갈 노래나무라는 의미다. 오유진은 가백(歌伯)의 거목으로 자라날 것이다. 오색팔중울산동백은 한 나무에 5가지 색깔의 동백꽃이 맺히고, 한 송이의 꽃떨기에는 8가지 색깔의 꽃잎이 겹쳐서 핀다. 오유진은 그런 노래꽃나무이다.

 

오유진이라는 이름에는 진주 촉석루(矗石樓)를 매달아야 한다. 오유진이 촉석초등학교를 졸업하였기 때문이다. 남강 변 절벽에 있는 촉석루는 진주성 남쪽 장대, 군사지휘관이 올라서서 작전을 명령하던 지휘소이기도 했다. 일명 장원루라고도 한다.

 

이곳은 의녀 주논개(1574~1593)의 순국 애국혼이 너울거리고 있다. 1593년 7월 임진왜란 제2차진주성전투에서 승리한 왜군이, 7월7석날 촉석루에서 승전파티를 벌일 때, 경상우도병마절도사 최경회의 부인이던 논개가 기생복장을 하고, 이 파티에 참석하여, 왜군 장수 게야무라 로쿠스케를, 가락지를 낀 손가락으로 껴안고, 의암에서 남강물 속으로 뛰어들어 순국한 곳이기 때문이다. 이후 논개의 시신은 지수목에서 인양되어, 오늘날 함양 금당리에 안장되어 있다. 금당리 산 넘어가 논개가 태어나서 자란 장수이다.

 

얼마 전 장수에 논개를 추모하는 이동기의 <논개> 노래비가 건립되었다. 이 곡은 이건우가 고등학생 신분일 때 작사를 하고, 이동기가 곡을 붙여서 스스로 부른 노래다. 이 가사는 그 시절 당구장에서 만난 이동기가 이건우의 당구비를 대신 내어 주고, 자장면을 사 준 뒤에 집으로 돌아갈 버스표(토큰) 하나를 건네준 데 대한 고마움의 답례였다.

 

진주는 예향이다. <목포의 눈물> 작곡가 손목인의 고향이고, 동양의 슈베르트로 추앙된 작곡가 이재호의 출생지다. 남인수, 최창수, 강문수, 돈인수로 불린 절세가객 남인수가 태어나 자란 곳이다. 가백(歌伯)으로 성장해 갈 오유진의 펜카페는 《보디가드》이다.

 

《트로트》라는 말(단어·용어)을 《아랑가》로 통념 통설 통용하자. 아랑가는 ‘아리랑’과 ‘가요’를 합친 말이다. 우리의 가장 고유한 것을, 가장 세계적인 것으로 펄럭거리게 하는, 초감성(超感性)의 깃발을 흔들자. 아무도, 그 어느 나라에서도 이름 짓지 못할 초명차(超名差) 아랑가~.

 

 

[유차영]

시인 수필가

문화예술교육사

한국유행가연구원 원장

유행가스토리텔러 제1호

글로벌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경기대학교 서비스경영전문대학원 산학교수

이메일 : 519444@hanmail.net

 

작성 2024.03.26 04:36 수정 2024.03.26 09:34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한별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