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배 칼럼] 선거의 불편한 진실

이윤배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국민에 의한 지배, 또는 정치를 의미하며 국민이 통치하는 정부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사전적으로 선거란 “대의 민주 정치 체제에서 민의를 수렴하여 국정을 운영할 대표자를 선출하는 과정이며, 국민 주권을 실현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정의된다. 그리고 민주주의 국가에서 지도자는 선거라는 과정을 거쳐 국가나 한 조직의 수장으로서의 그 정당성을 부여받는다.

 

우리나라는 1945년 해방 후부터 1987년까지 수많은 사람의 투쟁과 희생의 대가로 민주주의와 함께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직접 뽑는 ‘직접 선거 제도’를 쟁취했다. 이 때문에 혹자는 ‘민주주의는 국민의 피를 먹고 자란다.’라고 했는지도 모른다. 그동안 우리는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등 크고 작은 많은 선거를 경험해 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유권자들이 지도자로서 진정으로 원하는 적임자를 선출해 왔는가?’, 자문자답해 보지만, 선뜻 긍정적인 답을 할 수 없음이 유감이다. 선거 때마다 출마 후보자의 능력이나 자질은 방기(放棄)한 채 우선 출신 당을 보고 다음으로 지연, 학연 등을 따져 투표했다. 그리고 한술 더 떠 유권자로서 부릴 사람을 뽑은 것이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섬길 사람을 뽑아 왔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들을 빤히 알면서도 선거 때만 되면 유권자들은 귀신에 홀린 듯 늘 같은 일을 되풀이해 왔다. 이런 까닭에 선거 일 하루만 유권자가 ‘갑’일 뿐, 선거가 끝나자마자 ‘을’의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후보자에서 당선자로 입지가 바뀌는 순간 선거 운동 기간 동안의 유권자를 향한 저 자세는 온데간데없고 당선자는 막강한 권력과 명예를 손에 쥐게 된다. 국회의원의 경우 당선자에게는 당선과 동시에 면책‧불체포 특권 등 약 200여 가지의 각종 특권과 특혜가 주어진다고 하니 놀랄 일이다. 당선자는 임기 내내 국회의원으로서의 특권과 특혜를 만끽하며 당리당략에 따라 거수기 노릇에 충실하고 개인의 부귀영화만을 추구할 뿐, 유권자인 국민은 그들의 안중에 없다. 이런 사실 때문에 미국의 2대 대통령 존 애덤스는 “선거가 끝나면 노예제가 시작된다. 뽑힌 자들은 민주주의를 잊고 언제나 국민 위에서 군림했다.”라고 선거의 폐해를 개탄했다. 

 

그런데 선거를 통해 당선된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등이 모두 지도자로서 자질이나 능력을 충분히 갖춘 자들이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지난날 대선과 총선에서 우리는 이 같은 사실을 충분히 목격하고 경험한 바 있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뿐만이 아니다.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거나 그저 그런 적당한 인물을 인재(人才)라고 과대 포장해 당신 시킨 후, 이를 이용하여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호가호위하는 무리도 부지기수다.

 

그리고 선거와 미디어(TV)의 결합은 더 큰 마술적 힘을 갖는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선거는 미디어를 통해 보이는 잘생긴 사람, 연기 잘하는 사람, 말 잘하는 사람 등 인기인을 뽑는 인기투표가 아니다. 그런데 일부 비양심적인 입후보자들은 범죄를 저지르고도 대중적 인기에 편승해 자신의 범죄 사실을 은폐하고 면죄부를 받을 목적으로 선거에 뛰어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들을 단죄하고 배척하기는커녕 오히려 두둔하며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무지몽매(無知蒙昧)한 유권자들도 있으니 유구무언이다. 

 

유권자는 후보자가 살아온 과정은 어땠는지, 도덕적으로 큰 흠은 없는지, 정책과 공약은 무엇이며, 그리고 내용과 질은 다른 후보와 어떻게 다른지 등을 끈질기게 추적, 후보자의 뒤에 감춰진 이미지 허상을 벗겨 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로서의 당연한 권리를 포기하거나 수수방관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무능한 후보자들이 당선되도록 알게 모르게 용인하고 조장하는 일일 뿐이다. 따라서 “우리가 남이 가”하며 사이비 종교의 교주 대하듯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지지할 것이 아니라 후보자들의 참모습을 제대로 파악한 후 유권자로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할 때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

 

 

[이윤배]

조선대 컴퓨터공학과 명예교수

조선대학교 정보과학대학 학장

국무총리 청소년위원회 자문위원 

호주 태즈메이니아대학교 초청 교수 

한국정보처리학회 총무 부회장 

이메일 ybl1161@hanmail.net

 

작성 2024.03.26 04:59 수정 2024.03.26 09:46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한별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