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에밀 졸라의 '돈'이 말하는 돈의 가치

민병식

작품 돈은 에밀 졸라(1840-1902)가 제2제정(나폴레옹 3세) 시대의 모든 것을 담기 위해 루공 가(家)와 마카르 (家)의 후손을 중심으로 기획한 '루공 마카르 총서'의 18권에 해당하는 소설이다. 에밀 졸라는 '테레즈 라캥'이나, '목로주점', '나나'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데 그 중 '돈'은 1872년 작 '쟁탈전'이란 작품과 연관이 있다. 루공마카르 총서라고 불리는 졸라의 작품을 읽을 때 그 순서와 등장인물들의 가계도를 생각하며 읽으면 훨씬 다채로운 재미를 발견할 것이다. 돈은 역사상 최악의 시장 붕괴 10대 사건 중 하나인 1882년 위니옹 제네랄 은행 파산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이 사건으로 인해 당시 파리 증권 거래소 25%가 파산했고, 국가 붕괴의 위기까지 갈뻔한 금융 사건이었다고 한다. 쉽게 말하면 19세기의 '블랙 먼데이' 사건이었던 셈이다.

 

​엄청난 탐욕으로 돈이 부여하는 권력을 지향하는 ‘사카르’는 파리를 정복하는 게 꿈이다. 사업실패로 재기를 노리다가 가난한 과학자 ‘아믈렝’을 알게 되고 그의 사업 아이디어에 동조하면서 만국은행을 세운다. 사카르는 파리의 장관인 형이 있었고, 형의 존재만으로도 사카르의 든든한 배경이 되었다. 이를 이용해 사카르는 투자자를 모으고 사업을 시작한다. 가짜 납입, 자기 주식 차명 취득, 시의적절한 증 자등으로 만국은행은 급속 성장을 한다. 사람들은 그를 찬양하고 신뢰하게 되는데 주가는 계속 오르고 사카르는 향락과 사치에 빠진다.

 

사카르는 작가의 또 다른 작품 '쟁탈전'에 나왔던 인물로 유부남 시절 15세 처녀를 범해 나락으로 빠뜨린바 있고 첫 번째 아내 사망 이후 엄청난 지참금을 받고 '르네'와 재혼하고 그녀를 이용한 바 있고, 50의 나이에도 매력적인 여자를 보면 하룻밤을 꿈꾼다. 키도 작고 못생긴 그에게 여자들이 따르는데 훌륭한 인품을 가진 '카롤린'과 사실혼의 관계이고 애인으로 남작부인을 두고 있다. 사카르의 무리한 폭주는 계속되었고 결국 그의 애인인 남작부인의 정보누설로 만국은행의 주식은 한순간에 폭락하고 만다. 

 

만국은행의 주식은 주가가 솟구치면서 군소 주주들의 투자가 많았는데 그들의 피해가 막심했다. 경영에 참여하거나 불법을 눈감은 주요 주주들은 손해를 보기 전에 발을 뺐고, 몰락 귀족으로 궁핍하게 살던 ‘보빌리에’ 모녀는 전 재산을 잃었으며 딸의 부족한 지참금을 마련하기 위해 투자했던 아버지의 주식도 한순간에 휴지 조각이 되었다. 자살한 사람도 있었다. 손해를 보지 않은 사람은 투자를 하지 않은 사카르의 신문사에서 일하던 작가의 꿈을 가진 '조르당' 뿐이었다.

 

결국 돈의 문제였다. 개인적으로 우리에게 돈이란 무엇을 의미할까. 생존, 생활과 직접적 연관이 있고,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것이 돈인데, 위의 사카르의 경우에는 돈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돈을 우상화하여 숭배한 것이 아닌가 싶다. 돈은 너무나 강력하고 넘기엔 너무 높은 벽이다. 왜냐면 우리에겐 현실이라는 삶의 테두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돈에 대한 확실한 자신의 가치관이 정립되어야 한다. 또 하나는 돈이 거대 금융자본주의의 폐해를 상징한다. 요즘의 우리나라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상품에 수많은 투자자들이 투자했으나 부실하게 운용되어 투자자들이 본전도 못 건지고 정치인들이 연루되었다는 정황으로 수사 대상이었던 라임사태, 옵티머스 사태 등이 바로 이를 말해주고 있다. 

 

우리 개개인에게 행복하게 살아야 할 인권이 있다면, 인간답게 살아야 할 의무도 있다. 즉 인간에게 이성과 도덕이 있다는 것이 동물과 다른 점일 것이다. 돈,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가치이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다. 타인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하며 돈을 추구하여 자신과 가족을 위해 사는 것도 좋지만, 소중한 나의 삶에서 내게 들어오는 돈에 사랑과 연민의 가치를 더해 어떻게 쓸 것인가를 생각한다면 적은 돈이라고 그 가치가 더 훌륭해지지 않을까. 이 어려운 시기에 어떻게 벌고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민병식]

시인,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현)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현)신정문학회 수필 등단 심사위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1 남명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2022 신정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이메일 : sunguy2007@hanmail.net

 

작성 2024.03.27 06:33 수정 2024.03.27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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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