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헌식의 역사 칼럼] 전 첨사 이응화(李應華)의 신상

윤헌식

첨사(僉使)는 첨절제사(僉節制使)의 준말로서 조선시대 각 진관(鎭管)에 속했던 종삼품 무관 벼슬이다. 예를 들자면 임진왜란 시기 전라좌수사 이순신 휘하에는 방답첨사 이순신(李純信)과 사도첨사 김완(金浣) 두 첨사가 있었다.

 

​충무공 이순신의 『임진장초』의 「옥포파왜병장」(1592년 5월 10일), 「당포파왜병장」(1592년 6월 14일), 「견내량파왜병장」(1592년 7월 15일) 세 장계에는 각각 임진왜란 초기 조선 수군의 제1~3차 출전의 경과가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이 기록에는 전라좌수영 소속 장수들의 이름 20여 명이 등장하는데, 그 가운데 전 첨사(前僉使) 이응화(李應華)라는 인물이 나타난다.

 

​위 세 장계 가운데 「옥포파왜병장」은 이응화에 대해 '방답에서 귀양을 사는 전 첨사(防踏謫居前僉使)'라고 다른 두 장계보다 조금 더 자세히 기록하였다. 어떠한 죄목인지는 알 수 없지만 조정으로부터 벌을 받아 전라좌수영 휘하 방답진(지금의 여수시 돌산읍 군내리)에서 귀양을 살다가,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전라좌수영 소속 장수로서 출전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수군 장수들이 세운 전공을 치하하는 기록이 실린 『선조실록』의 기사(29권, 선조25년-1592년 8월 16일 계묘 7번째 기사)에도 '전 첨사 이응화'의 이름이 있다.

 

​흥미롭게도 이응화의 신상을 파악할 수 있는 기록이 오희문(吳希文, 1539~1613년)의 『쇄미록(瑣尾錄)』에 실려 있다. 『쇄미록』은 조선시대 학자 오희문이 임진왜란 시기의 상황을 기록한 일종의 피난 일기로서 학자들뿐만 아니라 역사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문헌이다. 이응화가 오희문의 일기에 등장하는 이유는, 오희문의 아들인 추탄(楸灘) 오윤겸(吳允謙, 1559~1636년)이 바로 이응화의 사위였기 때문이다. 다음은 이응화의 이름이 등장하는 『쇄미록』의 기록이다.

 

여수시 돌산읍 군내리 방답진 선소 굴강 - 자료 출처: 남해안신문

『쇄미록』 1592년 9월 11일

 

전일에 이첨사 언실(李僉使彦實)이 귀양을 가서 방답의 진중(鎭中)에 있다가 적선 한 척을 사로잡았는데, 그 후에 거기 머물러 있었다는 죄로 그 벌만 면하고 그 공은 말하지 않았다고 하니 한스러운 일이다.

 

​『쇄미록』 1594년 1월 1일

 

윤겸(允謙)의 장인이 순천에서 바다를 건너다가 배가 뒤집혀서 배에 탄 사람이 모두 죽었고, 그의 서자 이생(李生)도 빠져 죽었는데, 언실(彦實)은 겨우 떠서 헤엄쳐 육지에 올랐으나 그 때문에 병이 나서 7일 만에 죽었다고 하니 놀라고 슬픔을 이길 수가 없다.

 

오희문의 아들 오윤겸은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정치인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오윤겸의 문집인 『추탄집』 부록의 「묘갈명」은 그의 장인의 이름을 이응화(李應華)로 기록하고, 이응화가 경주이씨 익재(益齋) 이제현(李齊賢)의 후손임을 밝혔다. 『경주이씨익재공파세보』에 따르면 이응화는 이제현의 9대손이다.

 

위 『쇄미록』의 1594년 기록을 살펴보면 오윤겸의 장인을 '언실(彦實)'로 지칭하였는데, 이응화의 자(字)가 언실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쇄미록』의 1592년 기록은 '이첨사 언실이 귀양을 가서 방답의 진중에 있다.'고 하였는데, 이는 「옥포파왜병장」에 언급된 '방답에서 귀양을 사는 전 첨사'라는 기록과 부합한다. 이응화의 이름은 충무공 이순신의 『난중일기』 1593년 8월 20일 일기를 마지막으로 8차례 나타나고, 그 이후로는 보이지 않는다. 『쇄미록』의 기록대로 1593년 말경에 배가 전복되는 사고를 겪은 뒤 사망한 것이 확실한 것 같다.

 

『임진장초』와 『쇄미록』에 나타난 전 첨사 이응화에 대한 기록은 두 사료의 비교를 통해 한 인물의 신상과 업적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사례이다.

 

​​

[참고자료]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한국역대인물 종합정보시스템

『쇄미록(瑣尾錄)』, 2015년, 사단법인 올재

오윤겸(吳允謙), 『추탄집(楸灘集)』 부록의 「묘갈명(墓碣銘)」

『경주이씨익재공파세보(慶州李氏益齋公派世譜)』

 

 

[윤헌식]

칼럼니스트

이순신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저서 : 역사 자료로 보는 난중일기

이메일 : thehand8@hanmail.net

 

작성 2024.03.29 09:37 수정 2024.03.29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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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