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조지프 콘래드의 '발전의 전초기지'에서 배우는 참된 문명사회란

민병식

조지프 콘래드(1857~1924)는 러시아의 속국이었던 폴란드 출생으로 반정부 운동에 가담한 부모의 전력 때문에 5세 때부터 부모를 따라 유배 생활을 해야 했고 8세 때 어머니가, 11세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 외삼촌의 보호 아래 자랐지만, 건강이 좋지 않아 실질적인 교육을 받기는 어려웠고 항해와 탐험에 관한 책을 즐겨 읽었다고 한다. 

 

16세에 학업을 중단하고 프랑스에서 수습 선원으로 4년을 보낸 뒤 1886년, 29세에 영국으로 귀화하였다. 세계 여러 나라를 누비며 선원 생활을 하다가 37세에 작가가 되었다. 제임스 조이스, 헤밍웨이와 함께 20세기 최고의 영문학 작가로 평가받는 콘래드는 해양소설의 대가로 불린다. 20여 권에 달하는 그의 소설들은 다른 종류의 저서도 있지만 대부분 항해 경험을 살린 해양 문학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

 

딸의 결혼지참금을 벌기 위해 전신국을 그만둔 ‘케이어츠’와 퇴역 군인인 ‘카알리에’는 아프리카 어느 나라에 상아를 수집하기 위해 설치된 교역거래소에서 근무하게 된다. 케이어츠는 키가 작고 뚱뚱했고 보조원 카알리에는 키가 컸다. 직원으로는 영어와 프랑스어에 능통한 검둥이 '헨리 프라이스'가 있었는데 원주민들은 그를 '마콜라'라고 불렀고 무역 실무를 담당했다. 두 명의 남자는 원주민을 다스리고, 기지의 사업을 관장하는 임무를 띠고 파견되었고 본국에서 보급품을 실은 배는 6개월에 한 번 온다. 

 

마콜라는 피고용인 신분이지만 실제로는 주인행세를 한다. 두 사람은 책을 읽고 자신들의 옛이야기를 하며 무료하고 갑갑한 시간을 보낸다. 익숙지 않은 환경에서 혹시라도 모를 돌발적인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케이어츠와 카알리에는 권총을 갖고 있다. 둘은 서로 의지하면서 무척 친밀하게 지내지만 문명의 백인사회에서 살다가 아프리카 원시의 세계로 오자 무료함과 고독감의 포로가 된다. 게다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인근 부족과의 갈등 때문에 물자 지원도 받지 못하고, 6개월에 한 번씩 본국에서 온다던 보급선이 연착하면서 보급품은 떨어져 가고 있었다. 

 

케이어츠는 두 다리가 부어올라 거의 걷지 못하는 상태였고 카알리에는 열병으로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남은 건 쌀과 커피밖에 없고 만약을 위해 비축해 둔 설탕을 먹자는 카알리에의 요청을 케이어츠가 거절하면서 다툼이 일어나 케이어츠가 얼떨결에 카알리에를 총으로 쏴 죽인다. 카알리에가 사망하고 8개월이 지나 뒤늦게 도착한 보급선에서 내린 회장이 발견한 것은 자살한 케이어츠의 흉한 몰골이었다.

 

19세기와 20세기, 서구 열강들의 아프리카 정복이 한창일 때 영국은 코끼리의 상아를 약탈하기 위해 백인사회에서는 쓸모가 다한 무능한 두 백인을 오지에 투입 시킨다. 문명사회를 대표하는 그들이지만 무역상을 위한 소모품일 뿐 아프리카에서는 맥을 못추다 종국에는 서로 죽고 죽이는 결말을 가져온다.

 

왜 두 남자는 낯선 오지에서 의지할 수 있는 상대가 서로밖에 없었으면서도 연대가 힘들었던 것일까. 문명사회에서 배운 대로라면 그들은 어려운 상황에서 서로 합심해야 했을 것이다. 서로 힘을 합했더라면 둘 다 살았어야 할 상황이 둘 다 죽은 상황으로 변질되는데 이는 자신만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오는 이기심의 발로였다. 

 

서구의 식민지 개척은 발전이라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실상은 식민지에 대한 착취였다. 두 백인은 문명사회를 대표하는 사람들이지만 그 문명은 원주민에 대한 약탈과 우월의식을 내세웠을 뿐 동족 의식, 연대, 이해의 마음을 갖지 못했다. 이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이용할 생각, 남을 짓밟고서라도 나는 살아야겠다는 현대인의 이기적인 마음을 비판하는 것과도 같다. 즉, 정신과 물질이 동시에 발전하지 않는 문명사회는 휴머니즘이 없는 적자생존, 지배, 피지배의 사랑 없는 세상을 만들어 인간성을 황폐화시키고 모두를 파멸시킨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민병식]

시인,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현)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현)신정문학회 수필 등단 심사위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1 남명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2022 신정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이메일 : sunguy2007@hanmail.net

 

작성 2024.04.03 11:08 수정 2024.04.03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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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