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선악(善惡)을 넘어서

고석근

참으로 나는 그대들에게 말한다. 무상(無常)하지 않은 선과 악,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선과 악은 언제나 자기 자신으로부터 다시 극복되어야 한다. 가치를 평가하는 자들이여, 그대들은 선과 악에 대한 그대들의 평가와 말로 폭력을 행사한다. 

 

- 프리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자기 극복에 대하여』에서

 

 

학부모 대상의 강의를 할 때마다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아이들이 싸울 때 어떻게 하면 좋죠?” 

 

나는 그때마다 얘기해 준다. 

 

“부모님은 교육자도 아니고 판관도 아닙니다. 자기들끼리 해결하게 하셔요.”

 

나는 학부모님들에게 아이들이 싸울 기미가 보이면, 그 자리를 떠나라고 말한다. 

 

“부모님이 없으면 아이들은 싸우지 않아요.”

 

나는 아이들의 타고난 힘을 믿는다. 인간은 타고나기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사회적 존재’다. 부모님들은 아이들은 싸울 때, 판관이 되려 한다. 그런데 과연 부모가 명판결을 내릴 수 있을까?

 

문명사회에서는 사회 구성원들 간의 분쟁을 법의 잣대를 적용하여 해결한다. 승복할까? 교도소에 갇힌 죄수들이 자신의 벌이 합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마 대다수 마음속으로 승복하지 않을 것이다.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죄수들의 마음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그들 마음속의 나쁜 기운은 온 사회에 널리 널리 퍼져갈 것이다. 원시 사회에서는 부족장의 가장 큰 의무가 부족 구성원들 간의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부족장은 판관이 아니었다. 부족 구성원들에 분쟁이 일어나면, 그는 당사자들을 화해시켜야 했다. 그는 그들의 얘기를 끈질기게 듣고, 그들의 마음을 다독거리며, 화해하게 했다. 중요한 건, 함께 살아가는 것이니까.

 

현대 문명사회에서는 미운 사람은 보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분쟁이 일어나면, 잘잘못을 따져 상과 벌을 주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살아가면 과연 인간이 행복할까? 한평생 선(善)을 행하고 외롭게 살아가면 행복할까?  

 

인간에게는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는 마음이 있어, 아무리 잘못을 한 사람에게도 아픔을 함께 느낀다. 자신에게 아픔을 준 사람도 용서할 때, 크나큰 행복을 느낀다. 그래서 인간에게 가장 큰 미덕은 사랑이다.

 

미운 사람, 사랑하는 사람, 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 인간다운 세상일 것이다. 모래알처럼 흩어져 살아가는 현대인은 늘 목이 마르다. 오아시스는 우리 마음속에 있다.  

 

우리 어른들은 원시인들의 감수성을 온전히 보존하고 있는 아이들에게만이라도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게 해야 한다. 우리는 알아야 한다. 선과 악은 무상(無常)하다. 절대적인 선과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에게는 상황에 따라 선과 악을 택하는 능력이 있다. 더불어 살아가며 서로 선과 악을 행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서로 공감하는 마음이 있어, 끝내 서로 선하게 살아가려 한다. 우리는 이러한 인간의 마음을 믿어야 한다.

 

차라투스트라는 말한다. 

 

“가치를 평가하는 자들이여, 그대들은 선과 악에 대한 그대들의 평가와 말로 폭력을 행사한다.”  

 

우리는 기존의 선악을 넘어서야 한다. 더불어 살아가며 늘 선악을 새로 세워가야 한다.  

 

 

 이 골목에 부쩍

 싸움이 는 건

 평상이 사라지고 난 뒤부터다  

 

 - 손택수, <앙큼한 꽃> 부분  

 

 

요즘 골목을 지나다 보면, 평상이 많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항상 노인 몇 분이 앉아 계시던 자리였는데. 누군가가 그 자리에 화분을 갖다 놓든가 꽃을 심어 놓았다.

 

‘앙큼한 꽃’이다.

 

티격태격 서로 싸우는 모습들을 천연하게 바라보고 있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 

작성 2024.04.11 02:46 수정 2024.04.11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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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