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상 칼럼] 코스미안 삶의 방정식

이태상

지난 2014년 중국계 프랑스인 중 어려서부터 2개 국어 언어를 듣고 자란 아이들과 태어나자마자 중국에서 입양돼 프랑스어만 듣고 자란 아이들에 관한 연구가 있었는데 이 두 그룹을 대상으로 중국어를 들려주었을 때의 뇌 반응을 촬영해본 결과가 동일했다고 한다. 엄마 뱃속에서나 들었을 까마득한 중국어의 기억이 성인(成人)이 되어서도 남아 있었다는 것이다. 

 

이 분야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가 어떤 이야기나 말을 들을 때 활성화되는 우리 뇌의 가장 앞부분 전두엽, 그중에서도 전전두엽연합영역(前前頭葉聯合領域)을 우리 뇌의 ‘CEO’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 부위가 우리의 모든 사고, 추리, 계획, 문제해결, 인격, 통찰, 인지 같은 고등 정신 작용을 하는 곳이기 때문이란다. 

 

따라서 이 전전두엽은 우리의 감정과 감성을 관장하는 변연계(邊聯界)와도 깊이 연결돼 있어 우리가 듣는 스토리가 우리에게 감동이 되고 교훈으로 받아들여질 때, 거기서 기쁨과 학습효과를 발생시키는 신경 전달물질인 도파민 호르몬이 나와서 우리는 그 스토리에 감정 이입하게 되고, 미러링이나 뉴럴 커플링을 통해 우리가 듣는 말들이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한다. 

 

이를 서양에서도 유행하는 통속적인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네가 먹는 것이 너다’라고 하듯이 ‘네가 듣는 것이 너다’라고 할 수 있으리라. 이것이 불교 <화엄경)>의 핵심 사상을 이루는 말로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지어낸다’라는 뜻의 일체유심조가 아니랴. 이는 우리나라에서 옛날부터 믿어 내려온 태교와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리라. 

 

임산부의 행동이 태아에게 심리적, 정서적, 신체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근거로 임신 중에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해 언행을 삼가며 태아가 자라나기 위한 준비를 보다 잘할 수 있도록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고자 하는 대중교육 말이다. 한때 비과학적인 미신이라고 치부되었으나 태내 환경이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한 과학적 연구 결과에 의해 그 영향력이 증명되고 있지 않은가. 

 

이와 관련해서 어린애가 태어나기 전부터 주위의 조부모나 부모, 또는 가까운 친척 중에서 그 누가 그 아이의 태몽을 꿀 뿐만 아니라 태어나는 아이가 그 태몽대로 그 태몽 ‘값’을 하게 된다고 하지 않나. 어디 또 그뿐이랴. 작명 철학이란 것도 있어 태생후에도 평생토록 이어지는 태교육이 되지 않는가. 이것은 그동안 내가 마음속에 그려온 우리 모든 코스미안의 ‘자화상’이리라. 

 

어렸을 적 나는 성미가 까다롭고 하찮은 일에도 신경을 너무 쓴다고 어른들로부터 꾸지람을 많이 들었다. 사내자식이 깨알처럼 좀스럽다고, 어린애가 ‘좁쌀영감’처럼 누나들한테 잔소리가 심하다고 핀잔을 많이 먹었다. 조숙했던 탓인지 아니면 완벽주의자로 태어나기라도 한 것 같이 속 좁다는 말에 기분이 크게 상한 나는 어떻게 해서든지 내 이름값을 해야겠다고 굳은 결심을 했다. 

 

내 이름이 한자로 클 ‘태(泰)’ 자(字)에다 서로 ‘상(相)’ 자인데, 이 ‘相’ 자는 다 알다시피, 재상(宰相), 수상(首相) 할 때도 쓰이는가 하면 관상(觀相) 수상(手相)을 본다고 할 때도 쓰이는 나무 목(木) 변에 눈 목(目)을 합성한 것이다. 그런데도 큰 사람 큰 인물로 세상을 호령하기는커녕 나는 88여 년을 살도록 한결같이 소인(小人) 중에 소인으로 소학생(小學生) 소시민 민초의 삶을 살아왔을 뿐이다. 

 

그렇지만 속으로는 언제나 바다를 꿈꾸면서 바다처럼 넓게 생각하고 바다처럼 깊게 느끼면서 바다의 마음을 닮아보려고, 아니 가져보려고, ‘해심(海心)’이란 자작 아호까지 만들어 시건방지게 자칭해 왔다. 이렇게 해서 지은 자작시 하나가 ‘바다’라는 제목으로 내가 어렸을 때 비롯된 다음과 같은 독백이다. 

 

바다

 

영원과 무한과 절대를 상징하는

신(神)의 자비로운 품에 뛰어든 

인생이련만 어이 이다지도 고달플까.

 

애수에 찬 갈매기의 고향은 

정녕 출렁이는 저 파도 속에 있으리라.

 

인간의 마음아 바다가 되어라.

내 마음 바다가 되어라.

 

태양의 정열과 창공의 희망을 지닌

바다의 마음이 무척 부럽다.

 

순진무구한 동심과 진정한 모성애 간직한 

바다의 품이 마냥 그립다. 

 

비록 한 방울의 물이로되

흘러 흘러 바다로 간다. 

 

이렇게 내가 어머님 뱃속에서, 아니 어쩌면 태곳적 옛날 바다의 품속에서 받은 태교육을 이 세상에 태어난 다음에도 계속 받고 자란 탓인지 내 나이 열 살 때 쓴 이 주문을 나는 밤낮으로 쉬지 않고 숨 쉬듯 아직도 외고 있다. 

 

내 마음도 네 마음도

밀물 썰물 파도치듯

 

우리 가슴 뛰는 대로

돌아갈거나

 

우리 모든 코스미안의

영원한 고향우주 코스모스바다로. 

 

매사가 자업자득 각자의 인생은 각자가 살기 나름으로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리. 이것이 사랑의 무지개 타고 태어난 우리 모든 코스미안 삶의 방정식이어라. 

 

 

[이태상]

서울대학교 졸업

코리아타임즈 기자

합동통신사 해외부 기자

미국출판사 Prentice-Hall 한국/영국 대표

오랫동안 철학에 몰두하면서

신인류 ‘코스미안’사상 창시

이메일 :1230ts@gmail.com

작성 2024.04.13 01:11 수정 2024.04.13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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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