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식 칼럼] 광고에 나타난 키치문화

김관식

현대사회는 광고의 시대다. 시공간을 초월하여 요람에서 무덤까지 광고의 홍수 속에서 살아간다. 대중소비사회에 있어서 광고는 필수 불가결한 것으로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상품 광고에서부터 정치인들의 입지를 구축하기 위한 정치활동 홍보, 등등 어디를 가나 광고와 마주친다. 따라서 영국의 광고인이자 세계 최대의 광고회사 창업주이기도 한 오길비는 “세상은 공기와 물과 광고로 이루어졌다"라는 말처럼 산업사회 이후 세계는 광고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텔레비전이나 컴퓨터를 켜자마자 모니터에서 광고와 마주친다. 모든 방송 채널이 광고로 운영되는 만큼 우리는 날마다 광고를 시청하고 길거리 전봇대나 길거리 건물의 벽, 상점의 간판, 빌딩의 광고판, 버스, 택시, 전동차의 안과 밖의 광고, 등등 광고 문화 속에서 우리는 갇혀 살고 있다. 

 

소비자의 관심을 끌 만한 기발한 광고 아이디어가 속출하는 시대다. 길거리 상점 앞에 에어 간판, 풍선 광고로 손님을 유인하기도 하고, 길바닥에 광고 전단지를 붙여 광고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새로운 광고 이미지를 창조해 광고하고 있다. 특히 광고에서도 키치문화를 반영이 두드러지고 있다.

 

키치라는 낱말은 “싸구려, 가짜 혹은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난 사이비의 (미술) 상품”, 다시 말해서 진짜가 아닌 가짜를 통칭하는 말이다. 키치는 전통적인 고급 예술의 가치를 낮추고 천박한 복제품을 위하여 전통 재료를 무차별적으로 사용하는 위조된 거짓 감각에 대한 대중 취향에 지나지 않는 부정적인 의미로 오랫동안 사용됐다.

 

과거의 키치적 취향은 아우라(예술품이 가진 고유의 분위기)의 모사품을 애호하는 것, 그것을 통한 손쉬운 예술적 감흥을 느낀 것이었다. 예를 들자면 중산층들이 자신들의 신분 상승 욕망을 대리 충족시키기 위해 유명 예술품의 모사품을 소장하는 것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래된 전통의 것이 아닌 키치문화는 현대에 와서 다시 긍정적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현대의 키치문화는 고급스럽기보다는 천박한 것을, 세련된 것보다는 촌스러운 것을, 새것보다는 낡은 것을, 대중적인 것보다는 유일무이한 자신의 것을 추구하는 경향으로 바뀌고 있다. 젊은 층들이 유명 메이커 옷을 선호하지 않고, 외국의 벼룩시장에서 수집해 온 누더기들이나 촌스러운 원색의 털스웨터, 크고 우스꽝스러운 색안경, 보통 구두의 두 배나 되는 긴 구두 등을 선호하는 등 현대적인 기치 문화는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탈경계의 문화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전통찻집에서 과거 집안에서 굴러다니던 일상으로 접하던 물건들이 골동품이라는 이름 아래 전시되고 있고, 특급 호텔의 엘리베이터 안과 화장실에 걸려있는 유명 화가의 복제 그림, 이발소의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백두산 천지의 사진, 유명 화가의 사진 또는 유명 화가의 모사 그림은 물론 명품을 모조한 짝퉁 가방·신발·옷들·모조 총·모나리자 그림의 프린팅, 전국 관광지에 있는 제주도 돌하르방, 석가탑 열쇠고리 등등 키치문화가 우리 생활 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따라서 우리 일상 전반에 걸쳐 영향을 주고, 우리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광고 속에서 키치문화가 이미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현재 키치라는 용어는 대중적인 문화예술과 문화현상으로 우리 주변에서 보고 느낄 수 있는 중요한 개념으로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는 보편적인 사회현상이기도 하다. 키치 광고는 소비자의 이성보다는 감성에 호소하며, 진지하기보다는 기호적이고 감각적이다. 키치 광고가 소비자들의 주의를 끄는 것은 키치가 주는 기호적 상징성이 소비자에게 어필하여 상품을 브랜드화와 구매 효과에 영향을 주고 있다. 광고의 시대에 사는 우리는 광고 속의 키치문화를 날마다 시청각적으로 접촉하고 있다. 

 

키치는 고급문화를 흉내 내려고 하는 저급문화다. 대중들이 선호하고 쉽게 어디서나 구매할 수 있으며, 그나마 예술적인 가치도 없고, 내적으로 진실성이 없는 가짜 예술로 천박한 통속적인 작품, 천박하게 장식한 것, 또는 저급한 것들이 모두 키치문화이다. 키치는 현대 소비가 미덕인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시대 특성을 그대로 반영하여 진정성, 독창성, 그리고 예술적인 자유가 결여된 거짓과 허위의 예술, 그리고 예술적 결함이나 미적 이탈을 의미하는 예술을 총망라한 것으로 오랫동안 부정적으로 취급받아 왔다. 그렇지만, 오늘날 포스트모더니즘 시대 예술의 탈경계화가 된 상황에서 키치를 예술 밖으로 내칠 수 없게 되었다.

 

모든 예술과 현대의 생활문화 속에 키치문화가 뿌리내리고 있다. 고급문화를 접할 수 없는 대중들에게 키치문화는 고급문화를 저급문화로 탈바꿈하여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만든 셈이다. 키치문화는 정신적인 가치를 가볍게 취급할 우려를 경계해야 한다. 그것이 오늘날 문학 분야에 문학 향수 자들이 쉽게 문인이 되어 문학 놀이꾼으로 저급한 문화풍토로 만들어 버린 것도 어찌 보면 키치문화가 우리의 생활문화 속으로 파고든 원인 중의 하나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키치문화가 문학 속으로 들어옴으로써 문학작품을 소비하는 취미 문화로 변질하여 버림에 따라 인간의 내면적인 진실을 추구하는 문학의 본질이 역행하여 저급한 문학으로 변질되고, 자신의 존재를 돋보이려는 허위적인 문화로 전락할 우려가 커졌다.

 

모든 가치를 교환가치로 환산하여 거짓 문인이 되어 문학놀이로 귀중한 시간과 노력을 소비하는 비생산적인 키치문화가 생활화되게 되면, 문학의 발전은 없고 문학 활동하는 사람들의 허위적인 업적만 남는 결과가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알맹이는 없고 쭉정이들만 남아서 바람이 불면 이리저리 뒹굴어 다니는 꼴이 되어버린다면, 소비사회의 부정적인 특징인 상품을 소비하고 버린 쓰레기들이 넘쳐날 때 명작이 생산되지 못할 문학 환경이 되어버릴 개연성이 많다는 점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거짓된 광고가 소비자를 속이는 일이 빈번해지면 광고 속의 키치문화는 우리의 정신까지 부패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고급문화를 저급문화로 전락시켜 소비하려는 대중문화 소비 시대, 고귀한 인간의 존엄성까지도 가볍게 소비문화로 전락시켜 문학의 존재가치까지 위협하는 취미 문화가 되지 않도록 문인다운 문인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국문학은 세계적으로 부끄럽지 않은 문학으로 위상이 재정립될 것이다.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이메일 : ​kks41900@naver.com

작성 2024.04.15 00:23 수정 2024.04.15 01:25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한별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