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용 칼럼]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의 속은 모른다

신기용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의 속은 모른다.”

“천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이 두 속담은 사람의 속마음은 알 수 없으니 늘 경계하고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살다 보면 간까지 빼 줄 것처럼 달콤한 말을 앞세우던 사람이 어느 순간 비수를 꽂으며 적으로 돌변하는 경우를 경험한다. 아주 친했던 사람조차 자신의 이익 앞에서는 꼭꼭 숨겨 두었던 속마음을 드러낼 때 뒤통수 한 방 얻어맞은 기분이 든다. 쉽게 말해 배신당한 기분! 아니 배신당한 것이다. 하물며 친하지도 않은 사람의 속마음을 알 수 있으랴.

 

2006년 1월에 ‘서울신문’은 신춘문예 시 당선작 ‘아쿠아리우스’를 당선 취소하였다. ‘서울신문’(2006.1.26.)은 ‘발표작’이라는 이유에 초점을 맞춰 지면을 통해 아래 요약과 같이 당선 취소를 고지했다.

 

‘서울신문’은 2006년 신춘문예 시 부문 ‘아쿠아리우스’의 당선을 취소합니다. 이 작품이 한국수자원공사가 2004년 실시한 제15회 물사랑글짓기 공모 입상작인 이모씨의 ‘물병자리별’과 동일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최 씨는 “지역 시 동인 후배인 이 씨가 2년 전 품평회에서 돌렸던 내 작품을 몰래 가져다 응모한 것이라 전혀 몰랐다.”라고 주장하고, 이 씨도 “그렇다.”라고 시인했으나 같은 작품이 이미 이 씨의 이름으로 발표된 만큼 미발표작을 대상으로 하는 ‘서울신문’ 신춘문예의 규정에 어긋나는 행위입니다.

 

‘서울신문’은 “이미 이 씨의 이름으로 발표한 만큼 미발표작을 대상으로 하는 ‘서울신문’ 신춘문예의 규정에 어긋나는 행위이다.”라는 명목을 내세웠다. 틀린 말은 아니다. 왠지 느슨한 태도를 견지한 듯하다.

 

물은 수시로 하늘과 내통한다는 사실을 

편지를 쓸 줄 모르는 어머니는 알았던 것이다 

달마다 피워 올리던 꽃을 앙 다물고 

그이는 양수 속에서 나를 키웠다 

그 기억 때문에 목마른 사랑이 자주 찾아 왔다 

지금도 물 한 그릇을 보면 비우고 싶고 

물병 같이 긴 목을 보면 매달리고 싶고 

웅덩이가 있으면 달려가 고이고 싶다 

어디 없을까 목마른 별 빛 

물의 심장이 두근거리며 멎을 때까지 

아주 물병이 되어 누군가를 적셔주고 싶다 

아니, 트로이의 미소년 가니메데에게 

눈물 섞인 술 한잔 얻어 마시고 

취한 만큼 내 안의 고요를 엎지르고 싶다 

한밤중의 갈증에 외로움을 더듬거려 

냉장고 문을 열면, 그리웠다는 듯 

반짝 켜지는 물병자리 별 하나 

- ‘아쿠아리우스’ 전문

 

이 작품의 불편한 진실은 창작자의 후배가 ‘물병자리별’로 제목만 바꿔 ‘도작’하여 물사랑 글짓기 공모전에 응모했다는 것이다. ‘서울신문’의 당선 취소의 명목은 입상작으로 이미 지면에 발표한 것을 앞세워 그 ‘도작’ 행위를 창작자와 그 후배의 몫으로 남겨 놓았다. ‘도작’은 분명 불법 행위이므로 ‘서울신문’은 법적 문제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 노력한 흔적을 남긴 것이다.

 

이런 일을 접할 때면 사람을 잘 사귀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한다. “바다는 마르면 마침내 바닥을 볼 수 있지만, 사람은 마음을 알지 못한다.”라는 말이 더욱 실감난다. 신춘문예 앞에서 사람의 마음을 너무 믿으면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또한, 202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작도 ‘도작’이나 다름없었다. ‘전북일보’는 신춘문예 시 당선작 ‘골목의 번식’을 당선 취소하였다. ‘전북일보’(2020.1.7.)도 ‘발표작’이라는 이유에 초점을 맞춰 지면을 통해 아래 요약과 같이 당선 취소를 고지했다.

 

‘202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작으로 지난 2일자에 발표됐던 작품 ‘골목의 번식’의 당선을 취소합니다. 당선작 발표 이후 이 작품은 2019년 10월 4일 네이버 카페 ‘은행나무 문학 쉼터’에 습작품으로 게재된 타인의 ‘비닐봉지의 원죄’와 상당한 부분에서 동일성이 있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습니다.
 

이에 심사위원단은 6일 ‘골목의 번식’과 ‘비닐봉지의 원죄’를 면밀하게 비교·검토한 결과, 타인의 창작물을 이용한 점이 상당 부분 인정돼 당선 취소가 바람직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당선자는 “카페 게시판에 올라왔던 타인의 작품을 보지 않았고, 게시판을 읽을 수 있는 권한도 없었다.”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전북일보는 심사위원단의 판단에 근거, ‘응모 작품은 미발표 창작품이어야 하며 다른 신문·잡지에 중복 투고한 작품은 입상 결정 후에도 취소된다.’라는 규정에 따라 당선 취소를 결정했습니다.

 

사람 속은 알 수 없다. 긍정적으로 말하면, 사람의 생각은 다양하다. 다양성을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할까? 내 생각과 똑같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뿐만 아니라 도용한 소설로 5개의 문학상을 받은 사례도 있다. 2018년에 백마문화상을 받은 소설 ‘뿌리’를 무단으로 도용한 사람이 2020년에 다섯 개의 문학상을 받았다. 소설 한 편을 통째로 도용한 사례이다. 사람의 마음은 알 수가 없다.

 

 

[신기용]

문학 박사.

도서출판 이바구, 계간 『문예창작』 발행인. 

대구과학대학교 겸임조교수, 가야대학교 강사.

저서 : 평론집 7권, 이론서 2권, 연구서 2권, 시집 5권,

동시집 2권, 산문집 2권, 동화책 1권, 시조집 1권 등

이메일 shin1004a@hanmail.net

작성 2024.04.17 01:37 수정 2024.04.17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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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