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차영의 아랑가 국민애창곡 해설] 1963 <왈순아지매>

김용만 싱어송라이팅

유차영

오늘의 아랑가, <왈순아지매> 해설 메시지는 코스미안이다. ‘가슴 뛰는 대로 살아가는 우주적 인간’의 인류학적, 사회학적 관계의 맥락, ‘일과 역사의 천이’이다. 그 주인공이 바로 사람이고, 이들의 지향점이 코스미안이다.

 

이러한 맥락으로 볼 때 코스미안 삶의 지향은, ‘노동에서 직업으로~, 직업에서 전문화로~, 전문화에서 개체별 특화로~ 변화를 거듭해왔음을 인식할 수가 있고, 이후는 개체별 특화에서 방랑과 유랑으로~ 지향될 것임을 예견할 수가 있다.

 

호모사피엔스 객체의 의식주와 관련한 기초행위는, 단순 노동(labor)이었다. 이것이 사회화되면서 개인 및 집단 근로(勤勞)가 되었다. 이 과정을 통하여, 비교적 장기간의 근속(勤續) 상태를 유지하는 직업(職業, Job's)이, 근대를 거쳐 현대까지 이어졌다.

 

이의 대표적인 사례가 7080세대의 오늘날까지 이어진 시류다. 철밥통으로 불린 공무원이 그 지향점의 첫째였다. 세칭 좋은 직장이라고 통용되던 기업과 조직의 직원도 이에 해당된다. 이때 조직 속의 개인은 책임(duty)과 과업(task)의 직무분장표 속에 갇히어 있었다.

 

​이 직무분장표를 기준으로 삼던 사회적 경향이, XY세대로 이어지면서 개별화된 전문가 사조로 천이된다. 엔지니어, 개발자, 게임어, 사이언티스트, 인문문화예술분야 감성워커, 디자이너, 크레디터, 프로그래머, 플래너 등등이 이에 속한다. 개별 전문성을 중심으로, 개인이거나 스몰화된 최소한의 조직만 유지하는 트렌드다.

 

​<왈순아지매>는 1963년 김용만 선생이 싱어송라이팅한 그 당시의 시대적 아랑가 절창이었다. 이 절창을 2024년 코스미안 동료 시민에게 전갈하는 메시지는 선명하다. 노래 속 화자 왈순아지매는, '억척 여성 왈순이, 시골에서 도시 가정으로 식모살이를 와서, 현실 속에서 좌충우돌하는 여성이다.

 

잘있소 그 인사에 눈물을 꾹 참고/ 슬피 우는 왈순아지매/ 금의환향 그날에는/ 선물 치마 한 감 사다 줄게/ 아~훌쩍훌쩍 눈물 짖는/ 왈순아지매 왈순아지매/ 부디 잘있오// 꽃 피고 새가 우는 계절은 왔지만/ 슬퍼하는 왈순아지매/ 오시마던 그 사람은 오시지 않고/ 봄만 가네/ 아~ 원망의 눈물 짖는 왈순아지매 왈순아지매/ 슬퍼 말아요// 떠나간 그 사람에 그 말을 꼭 믿고/ 기뻐하는 왈순아지매 왈순아지매/ 행주치마 입에 물고 여신 앞에 앉아 기도하네/ 아~ 하루하루 기다리는 왈순아지매 왈순아지매/ 어찌 그렇소.

 

이 노래는, 정운경 화백의 창작만화를 패러디하여 아랑가로 만든 노래다. 아지매는 아줌마의 경상도 사투리다. 오늘날 풍성거리는 이혜리의 노래, 부산 자갈치시장의 주인공 <자갈치아지매>와 맥을 같이 한다.

 

정 화백은 1958년부터 1970년대까지 20년간 월간지 여원(1955~1970. 김익달)에 만화 <왈순아지매>를 연재하였다. ​이것은 이후 1975년부터 2002년까지 8,829회에 걸쳐서 중앙일보에 4칸 만화로 연재되었다. 이 시대는, 근대화 산업화 시대의 여정이었고, 그 시대가 낳은 통속어, 시대적 비속어도 있었다. 역사의 강 물결에 덧 도는 돛단배 같은 용어들이다.

 

식모는 식순이, 버스 여차장은 차순이, 다방이나 주점의 여종업원은 빠순이, 공장에서 일하는 남성은 공돌이, 여성은 공순이라는 말이 횡횡했다. 21세기라면 사회적 집단 감성과 지성이 이를 용납하지 않을 터다. <왈순아지매> 만화는 시장바구니에 담긴 민심의 힘을 묘사한다. 1958년 여성잡지 여원(女怨) 8월호에 최초로 게재했다. 가정부(食母, 식모)가 집주인 또는 국가권력을 향해 할 말을 했다. 개별성과 사회적 풍자와 익살로 세상을 향하여, 희화 화두를 날리던 시절이다.

 

오늘날 코스미안뉴스가 지향하는 코스미안의 표상이다. 그 시절을 설풍화(雪風化)한 정운경의 <왈순아지매>, 김성환의 <고바우영감>, 안의섭의 <두꺼비>는 한국의 3대 시사만화로 꼽는다. 영감님, 직장남성에 이은 가정부 왈순아지매는 2002년 중앙일보에서 막을 내리기까지, 44년간 1만1천 회 이상 연재된 장수만화이다.

 

<왈순아지매>는 여원의 편집장 소설가 최일남의 원고 청탁으로부터 시작됐다. 미국의 블론디(1930년 첫 발표), 일본의 사자에상(1946년 첫 발표)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가정만화를 만들어 보자고 한 것이었다. ​원고를 청탁받은 정운경은 고심하던 중, 사촌형수네 집에 놀러 온 월선(月仙)이라는 이름의 경상도 아주머니를 보고, ‘할 말과 못 할 말들을, 자기 중심화하여 내지르는’ 왈순아지매를 착안했단다.

 

<왈순아지매> 속의 왈순은 주인집 여성과 바깥어른, 그리고 자녀들까지 챙겨야 하는 중노동에 시달리느라 늘 허둥지둥이었고, 번잡한 도시 생활 방식에 당황했다. 또한 이러한 왈순의 행태와 살림 방식에, 주인집 식구들 역시 황당해했다. 그래도 할 말은 하고, 원칙은 고수하는, 왈순을 보며 독자들은 즐거워했다.

 

시대적인 풍자이고, 해학이고, 익살이고, 만담이기도 했다. 이것이 아랑가의 모티브가 되었으니, 노래의 인기 상승은 당연했다. 박재홍의 <유정천리>와 <물방아 도는 내력>과 김용만의 <여반장>과 같은 맥락의 유행가다. <왈순아지매>는 매월 2페이지씩 연재됐는데, 당시 큰 인기를 끌면서, 1963년 같은 이름의 영화(이성구 감독, 도금봉 주연)도 개봉되었다. 영화에 이어 1967년 TBS(강부자 주연), 1971년 MBC(이재정 주연)에서 드라마로도 제작됐었다.

 

​이 작품으로 일약 유명 인사가 된 정운경은 1964년 대한일보에 전속만화가로 입사하여 4칸 시사만화 <세상 참선생>, 4칸 아동만화 <깜북이>를 연재한다. 캐릭터 왈순을 신문 4칸 만화로도 그려낸다. 이때부터 왈순은, 생활만화 속 희화의 대상에서 정치, 문화, 사회 전반에 걸쳐 바른말을 쏟아내는 올곧은 아줌마가 됐다. 장기근속직업시대의 한 단면이다. 이러한 직업에 대한 시대적 경향이 20세기 말까지 이어진다.

 

​이후 등장한 트렌드가 개별전문가 스몰조직화시대이다. 이처럼 개별전문가 스몰조직화시대를 경유하고 있는 2024년, 머리를 내밀고 있거나 앞으로 더욱 활황(活愰)될 경향은, 개체별 특화이다. 이 특화는 바로 초극점(초차별) 분야의 액터(actor)이다. 이 액터의 주인공은 바로 MZ세대들이다. 이들이 진정한 코스민안의 주인공들이다. 대추나무 가시 끝과 아카시아나무 가시 끝을 맞닿게 하는 초극점을 지향하는 사람들.

 

​이는 특히 대중문화예술 분야의 기치가 펄럭거릴 것이다. 가수, 배우, 연기자, 방송인, 행위예술가, 조각가, 유튜브, 영상편집자, 분야별 역사 앙상블 스토리텔러(아랑가, 문화재, 동식물, 꽃, 의상, 가옥, 역사, 자연, 광물, 그림, 영화, 연극, 전쟁사, 문화사, 종교 성지, 무인도 섬 등등~) 등이 유망하리라.

 

이 액터들의 개별성은 저마다가 바로 장르가 될 터이다. 코스미안의 지향점이 바로, 호모사피엔스 인류를, 저마다의 장르 주인공으로 승화토록 공행(共行)하는 것이다. ​이후 21세기 중반을 경유하면서 천이될 경향은, 개체별 혹은 핵가족 단위별 유랑 방랑의 트렌드가 될 것이다. 이들은 일정한 일도, 시간 스케쥴도, 스타일도, 주거지도 없는 상태, 삶의 지향점과 추구점도 불분명해질(자유분방해질) 것이다. 이러한 유랑자는, commercial traveller로, 방랑자는, life a wanderer, vangabond로 엇대면 그럴듯하리라.

 

​<왈순아지매>의 원조 정운경은 본명이 정광억이다. 1934년 안동 출생, 어린 시절부터 만화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고등학교 재학시절 부산 국제신보에 만화를 게재하기도 했다.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에는 피난지 부산에서 <코주부>로 명성을 쌓고 있던, 김용환(1912~1998)을 만나, 만화창작법을 전수받았다.

 

하지만 정운경은 은행원(장기근속직업)이 되길 희망했던 부모님의 성화에 못 이겨, 경제학과에 다니게 된다.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 막상 대학에는 갔지만 학비 마련을 위해, 스스로 그린 만화를 들고 이 신문사 저 잡지사를 돌아다녔다. ​1955년 잡지 <여원>, <희망>에 만화를 발표한 바 있던 정운경은, 그 해 서울신문에 <콩돌이 팥돌이>를 연재하며, 본격적으로 만화가로서의 행보를 시작한다.

 

이후 그는 서울신문에 <두돌이>·<두첨지>, 대한일보·전남일보에 <세상 참선생>, 대구매일에 <낙동선생>, 영남일보에 <쏘가리> 등을 연재하며 이승만정부부터 김대중정부까지 활약했다. ​정운경은 1950년대부터 이미 개별화된 전문가였다. 그는 1950년대, 스스로를 특화한 하나의 장르였다. 21세기에서 22세기로 이어갈 MZ세대들이 지향한 푯대는 인류의 역사 마디에 오롯하게 걸려 있다.

 

​21세기 중반을 거쳐 22세기로 이어질, 개별화된 전문가, 코스미안을 지향할 액터는 누구일까. 개체 혹은 핵가족 단위 유랑 방랑의 깃발을 펄럭거릴 주인공은 누구일까. 2024년 MZ세대들이여, 응답하시라~.

 

<왈순아지매> 아랑가에, 사람과 일과 역사의 천이를 얽었다. 노동에서 직업으로~, 직업에서 전문화로~, 전문화에서 개체별 특화로~, 개체별 특화에서 개체 혹은 핵가족 단위의 유랑 방랑으로~ 천이를 필설하고, 예측했다. 

 

 

[유차영]

한국아랑가연구원장

유행가스토리텔러 

글로벌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경기대학교 서비스경영전문대학원 산학교수

이메일 : 519444@hanmail.net

 

작성 2024.04.22 10:45 수정 2024.04.22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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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