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차영의 아랑가] 김지애의 ‘물레야’ 목화의 유입, 물레의 탄생 내력

1986 금나영 작사 박춘석 작곡

유차영

대중가요 유행가, 아랑가(트로트)를 향하여~. 우향우, 좌향좌, 뒤로 돌아~. 앞으로 갓~. 이런 구령(口令, 입으로 내리는 행동 명령)이 대한민국 국민에게 내려진 듯하다.

 

그야말로 복고열풍이다. 흘러간 노래, 흘러온 노래를, 새 가수가 커버 송 혹은 리메이크 송으로 열창을 한다. 전자는 원곡 가사와 곡조를 그대로, 후자는 가사와 곡조를 일부 개사 혹은 변경하여 다시 부르는 것인데, 후자의 경향이 현저하다.

 

21세기에 불어온 아랑가(트로트) 열풍, 국악을 전공한 가수, 재즈 보컬리스트, 팝페라 가수, 연극인 등이 아랑가(트로트)를 향하여 공격 앞으로, 혹은 돌격하고 있다.

 

이러한 사조를 크로스 오버(cross over)라고 하는데, 송가인 김호중 양지은 등과 같이 국악이나 성악을 전공한 이들의 대중가수 전향이 대표적인 케이스이다. 1945년 해방광복 이후 직업가수로 등록한 현인(본명 현동주) 선생도 성악을 전공하고 대중가수의 길을 걸은 분이다.

 

이러한 경향에 따라 시청자들은 총천연색 모니터 앞에 앉아서 덩실덩실, 때때로 SNS를 통해 국민투표에 참여한다. 이러한 투표의 시발점은 1935년 잡지, 『삼천리』(김동환 발행)의 대중가수 인기 조사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오늘, 유아국해(劉我國解, 유차영의 아랑가 국민애창곡 해설) 곡목은, 2020년 트롯전국체전에서, 중요무형문화재 57호 경기민요전수자 이소나가 절창한 <물레야>다.

 

이 글의 메시지는, 목화의 도입 내력과 명주실을 뽑아서 감아 내는, 재래적인 도구인 물레의 탄생 내력을 해설하는 것이다.

 

한밤이 지났느냐 돌아라 물레야 / 홀로 타는 등불마저 쓸쓸한 밤을 / 너 아니면 나는 어떻게 / 하루 이틀 기다린 님이 / 달이 가도 해가 가도 물레만 도네 / 기다려도 오지 않는 무심한 님이시여 / 돌아가는 물레야 // 한밤이 지났느냐 돌아라 물레야 / 홀로 타는 등불마저 쓸쓸한 밤을 / 너 아니면 나는 어떻게 하루 이틀 기다린 님이 / 달이 가도 해가 가도 물레만 도네 / 기다려도 오지 않는 무심한 님이시여 / 돌아가는 물레야.

 

아랑가 <물레야>는 1986년 25세 김지애가 세상에 내어놓은 곡조다. 박춘석이 엮은 오선지 음표 위에, 작사가 금나영이 우리네 어머니들의 한 많은 세상살이를 걸쳤다. 야심한 밤, 적막 속에 기다리는 님은 오시지 않고, 스스로 휘감아 돌리는 물레 옆에는 호롱불이 간들간들 타들어 가고 있다.

 

이 물레에 휘감기면서 실로 만들어지는 목화는, 경상도 진주목 강성현이 본거지인 남평문씨 시조 문익점 선생이, 1363년 사간원 좌정언이 된 후, 4월에 원나라 운남성(중국 남부, 베트남 접경 지역)에 사신으로 갔다가 귀국할 때 목화씨를, 개성으로 가지고 온 것이다.

 

이후 문 선생은 처가가 있는 진주로 귀향해서 목화재배를 시작한다. 빙부(聘父, 장인) 정천익과의 합작이었다. 이 문익점의 손자 이름이 문래(文萊)와 문영(文英)이다. 이들이 실을 잣는 기구를 개량했다. 그 문래 이름이 변천되어 물레(실을 손으로 돌리면 잦는 기구)가 된다.

 

<물레야> 노래는 문익점이 목화를 들여온 지 620여 년 만에 유행가로 환생한 것이다. 이 노래가 2020년 트롯 전국체전에서 중요무형문화재의 목청을 타고 절창 된 것. 공중지전(空中之箭), 허공중을 향하여 내 지른 화살 같은 목소리로.

 

물레는 정학유가 지은 <농가월령가>에는 물네, 김형수의 <월여농가>에는 방차(紡車)·문레로 표기되었다. 경상도 지방에서는 물리라고도 한다.

 

<물레야> 원곡 가수 김지애는 1962년 서울 출생. 덕성여고를 졸업한 후 1984년 <목포의 부르스>로 데뷔했다. 그녀의 대표곡조가 바로 <물레야>다.

 

그녀는 초등학교 2학년 때 KBS 어린이 노래자랑에서 <어머니의 은혜>를 불러 대상을 수상했다. 고등학교 때는 오디션을 통하여 선발되어 미국 동포 위문공연을 다녀오면서, 미8군 무대에서 활동하기 시작하였다.

 

이후 1983년 작곡가 박춘석을 만나서 그해 가수 백일희(1930~)가 1950년대에 발표한 <목포의 부르스>로 가수로 데뷔하였다. 백일희는 본명 이해주, 황해도 해주 출생.

 

<단장의 미아리고개>를 부른 이해연(李海燕)의 친동생이고, 이해연은 미8군 무대에 패티김(김혜자)을 데뷔시킨 화양흥업 대표, 베니김(김영순)의 아내이다. 이들 사이에 태어난 자녀, ‘김 파, 단, 선 3남매’가 <연안부두>를 부른 가수 김트리오이다.

 

문익점(1329~1398. 진주 출생)은 공무 수행 출장 중, 중국 운남에서 사람들이 목화를 심어서 실을 뽑고 옷을 해 입는 것을 보았다. 이에 귀국 여정에 목화씨 몇 알을 붓대 속에 넣어서 고려로 왔단다.

 

오늘날 중국 장가계·원가계 여행을 많이 간다. 장사 공항에서 3백여 킬로미터 버스를 타고 달려가야 하는데, 좌우 지평선으로 펼쳐진 들판이 목화밭이다. 중국 목화 역사를 증거 하는 것이다.

 

문익점은 3년 만에 목화재배에 성공한다. 목화에서 씨를 제거하고 실을 뽑는 방법은 장인 정천익의 집에 머무르던 호승(胡僧)에게 배웠단다.

 

이것을 토대로 문익점의 손자 문래(文萊)와 문영(文英)은 실 잦는(뽑아서 감는) 기구를 개량했단다. 그러니 물레는, 바로 발명자 문래의 이름에서 비롯된 것이다.

 

문익점은 1367년에는 향리 사람들에게 씨앗을 무료로 나누어주었단다. 훗날 남명 조식(1501~1572)은 문익점의 공을 기려, 백성에게 옷을 입힌 것이, 농사를 시작한 옛 중국의 후직 씨와 같다고 했다. 의피생민 후직동(衣被生民 后稷同).

 

목포 고하도에서도 목화를 재배했다는 내력이 있다. 이곳의 목화는, 육지면(陸地綿)이라고 하는데, 아메리카가 원산이란다. 목포를 3백의 도시라고 하는데, 3가지 흰 산물인 ‘쌀, 소금, 목화’가 그 주인공이다. 장보고가 청해진을 설치했던 섬, 완도(莞島, 빙그레 웃는 섬)에도 면화 재배 내력이 있다.

 

김지애의 <물레야>처럼 우리 전통 노래 아랑가(트로트)는 이런 역사의 맥락을 머금고 있다. 그래서 대중가요 유행가 아랑가를 역사의 보물이라고 하는 것이다. 아랑가의 노랫말에는 사건, 사람, 지역, 상황, 대중들의 감성과 시대 이념이 아롱진다.

 

역사의 기록은 승자와 패자와 관망자의 관점에 따라 사설이 대칭되거나 쌍치(雙峙)된다. 하지만 유행가 아랑가(트로트) 노랫말은 행간을 묵시하지 않고, 현상과 내면을 직설한다. 이런 면면이 시(詩)와 노랫말 가사(歌詞, 歌辭)의 경계 지점이다.

 

 

[유차영]

한국아랑가연구원장

유행가스토리텔러 

글로벌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경기대학교 서비스경영전문대학원 산학교수

이메일 : 519444@hanmail.net

 

작성 2024.05.06 11:33 수정 2024.05.0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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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