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은숙 칼럼] 무엇이 중할까

민은숙

출생 후 만 2세까지의 영아는 감각운동기로 주로 신체를 이용하여 주변 환경을 탐색한다. 모태에서 갓 나와서 보고, 듣고, 만지고 느낌을 통하여 세상을 탐구하며 발달한다. 대상영속성과 자연모방 같은 인지능력을 이때 습득한다. 양육자와 보호자는 영아가 세상을 이해하고 인지하는 데 적절한 자극과 아낌없는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감각이 발달하는 영아에게 교육보다는 안전이 우선이라고 할 수 있다. 가만히 앉아 여유 있게 끼니를 제때 챙겨 먹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이를 키워본 사람은 알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햇볕 아래서 마냥 뛰어놀 수가 없는 환경에 놓여 있다. 그래서일까. 낮잠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아이는 예쁘지만 잠자는 아이는 마치 천사 같다. 웃으면 따라 웃게 되고 곤히 잠든 아이의 모습은 참 애틋하다. 아이랑 놀아주려면 굉장한 에너자이저가 되어야 한다. 아이가 내뿜는 동력 앞에서는 헬스로 다져진 사람마저 쉽게 녹초가 된다. 잠시도 멈출 줄 모르는, 호기심이 왕성한 아이를 온종일 보살피는 데 얼마나 주의집중을 요구하는지 모른다. 자칫 한순간의 방심이 아이를 다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슴 아픈 어린이집 사건이 발생했다. 잊을 만하면 지뢰처럼 터진다. 언론이 앞장서서 밝히지는 않을 것이다. 낮잠 자던 영아가 토를 했다. 안타깝게도 즉시 어른의 관심과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한참 후에나 인지하였다. 교사는 커튼을 치고 전등을 껐을 것이다. 어두운 교실에서 오전의 주요 활동 및 아이 상태와 특이사항 등을 키즈 노트로 부모에게 전달하고 있었다고 한다. 아이의 밝은 표정 사진을 골라야 하고, 아이마다 다른 문구를 작성하고자 지나간 오전을 더듬었을 것이다.

 

영세 영아라면 세 명을 교사가 맡았을 것이고, 한 살 아이라면 다섯 명을 맡았을 것이다. 보조교사가 있다고 해도 보조교사는 키즈 노트를 작성하지 않는다. 책임 소재는 오롯이 담임교사가 감당할 몫이다. 아이는 눈 깜짝할 사이에 넘어지거나 부딪히기 일쑤이다. 어린이집에서는 가정에서와 다른 집단생활로 규칙적인 하루일과가 있다. 대부분 오전 일과에 중요한 일정이 수립되어 있다. 점심 식사를 마치면 양치한 후 낮잠 시간이다. 낮잠 시간이 지나면 용모를 단정히 하고 간식을 먹은 후에 차량 또는 도보 하원을 시작한다.

 

교사는 알림장과 활동 결과물 또는 안내문 등을 챙길 시간이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낮잠을 영아가 자 줘야 그 시간을 알차게 활용하여 키즈 노트도 작성하고 하원 시에 필요한 것들을 빠짐없이 챙길 수 있다. 과연 영아 모두가 쉽게 낮잠에 빠져들까. 예민한 아이는 쉽게 잠들지 못할 수도 있다. 교사는 어떻게 할까. 다른 친구들을 방해할 수가 있어 아무래도 예민한 아이를 재우려고 집중적으로 마크할 것이다. 

 

우린 언제부턴가 보이는 것에 치중하지는 않나 돌아본다. 활동사진에서 내 아이의 표정이 컨디션에 따라 좋지 않을 수도 있다. 키즈 노트에 올라오는 글을 잘 쓰기보다 아이가 잘 자고 있는지 아이가 엎드려 있으면 옆으로 돌려줄 수도 있어야 한다. 보이는 것에 치장하기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 세심한 돌봄이 중요한 걸 간과하진 않았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아이를 돌보다 보면 안다. 유난히 손이 많이 가는 아이와 스스로 잘하기에 손이 덜 가는 짠한 아이가 있다. 부모의 대부분은 쌍둥이가 아닌 이상, 한 아이가 클 때까지 잘 보육하면 된다. 교사는 맡은 아이는 일대일이 아닌 일대 다수이다. 왜 잊을 만하면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는 걸까. 교사의 자질일까. 시스템의 문제일까.

 

국가가 아이를 키워준다고 한다. 아이를 부모에게서 오랫동안 떨어뜨리는 것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오전 7시 반부터 오후 7시 반까지 어린이집에서 영아를 보육한다는 것이 바람직한 걸까. 친구들이 하나둘 하원 할 때마다 가장 늦게 교실에 남아있는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어야 한다. 먼저 가는 친구가 부럽지 않을까. 보육 기관에 오래 머물기보다 부모가 돌볼 시간을 늘려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고령화로 주름이 깊어지는 우리나라, 갓난아이의 울음소리가 점점 아득하다. 흔한 노인은 요즘 대접받지 못한다. 대접받는 손이 귀한 아이다. 미래의 주역인 이 귀한 아이들이 천진난만하게 깔깔 웃는 소리가 가득 울려 퍼지면 어른도 자연스레 빙그레 웃을 일이 많다.

 

 

[민은숙]

시인, 칼럼니스트

코스미안상 수상

중부광역신문신춘문예 당선

환경문학대상
직지 콘텐츠 수상 등

시산맥 웹진 운영위원
한국수필가협회원
예술창작지원금 수혜

이메일 sylvie70@naver.com 

 

작성 2024.05.08 09:37 수정 2024.05.0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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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