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추앙과 사랑

고석근

보다 높은 자기와의 교재: 모든 사람은 어떤 훌륭한 순간 자신의 보다 높은 자기를 발견하게 된다. 

 

- 프리드리히 니체 (Friedrich Nietzsche, 1844~1900)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의 영화 <차이콥스키의 아내>는 ‘치명적인 사랑’을 보여준다. 포스트에는 ‘이 사랑, 시리도록 고독하다’라는 광고 문구가 있다. 안토니나는 차이콥스키를 처음 본 순간부터 오직 차이콥스키의 아내만을 꿈꾼다. 그녀는 외친다. 

 

“신이 주신 영원한 남편이에요 차이콥스키의 아내, 그게 내 운명이에요.”

 

그녀는 자신의 운명을 만들어가지 않고, 운명을 미리 정해 놓는다. 인간에게 운명이 미리 정해져 있는가? 그녀의 ‘삶의 태도’가 그녀를 망치게 된다. 인간은 각자 하나의 세계다. 한평생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신이시여, 이 사랑을 끝까지 지키겠습니다.’ 그녀의 사랑에 대한 집착이 그녀를 파멸로 몰고 간다. 그녀가 차이콥스키를 처음 봤을 때, 그녀는 무엇을 보았을까? 위대한 음악가 차이콥스키?

 

아니다. 그녀가 본 건 자신의 내면에 있는 ‘자기(自己, Self))’다. 현대 철학의 아버지 니체는 말한다. 

 

“보다 높은 자기와의 교재: 모든 사람은 어떤 훌륭한 순간 자신의 보다 높은 자기를 발견하게 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떤 훌륭한 순간을 만난다. 장엄한 풍경에서, 아름다운 예술 작품에서, 위대한 사람에게서... 우리 마음의 거의 전부는 무의식의 세계다. 그 무의식의 중심에 인간의 영혼, 자기가 있다.

 

이 영혼이 어떤 훌륭한 순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어떤 훌륭한 것이 밖에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녀는 차이콥스키에게 매혹된 순간, 차이콥스키를 추앙하게 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갔어야 했다.

 

 “차이콥스키는 내 안의 영혼이 밖으로 드러난 거야!” 

 

그녀는 심혈을 기울여 자신의 영혼을 깨웠어야 했다. 그녀의 영혼이 깨어날 때, 차이콥스키에 대한 사랑도 함께 꽃피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녀의 차이콥스키에 대한 사랑이 파탄으로 끝날지라도, 그녀의 영혼은 또 다른 아름다운 사랑으로 그녀를 이끌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오로지 ‘차이콥스키의 아내’만을 향해 돌진한다. 인간에게 언제나 가장 중요한 문제는 ‘한 생각’이다. 한 생각에 빠지게 되면, 오로지 한 생각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 한 생각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러면 그 한 생각은 연기처럼 사라진다. 그 한 생각을 따라가는 인생, 한바탕 꿈이 된다. 그녀는 한평생 긴 악몽을 꾸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한평생 허상만 좇다 가는가?

 

   

 우리는 서로 사랑하기 전부터

 서로 사랑하고 있었나 보다

 다른 누군가의 모습을 의지하여-

 

 - 타까다 토시꼬, <다른 이름> 부분  

 

 

 사랑은 고유명사이면서 보통명사다. 

 그(그녀)이면서 동시에 무한한 그(그녀)다

 나도 유일한 나이면서 동시에 무한한 나다. 

 삶은 한 송이 꽃이 피어났다 지는 영원 회귀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

 

작성 2024.05.16 10:07 수정 2024.05.16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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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