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사람을 버리지 말라

고석근

성인은 늘 사람을 잘 구하고 버리지 않는다(성인상선구인 고무기인, 聖人常善救人 故無棄人) 

 

- 노자 (老子, BC 571년경~BC471년경)  

 

 

네덜란드의 작가 스테번 폰트의 그림책 <내 방귀는 특별해!>는 노자의 ‘사람을 버러지 말라’는 가르침을 상기시킨다. 어느 날 스컹크 야코부스가 공작새를 만나 물었다. 

 

“너 목에 달고 있는 게 뭐니?” 

“이거 말이야? 특별한 동물 잔치의 초대장이야.”

 

야코부스가 깜짝 놀라 소리친다. 

 

“혹시 나한테 줄 초대장도 있니?” 

“없어. 특별한 동물들만 올 수 있는데 넌 아니잖아.”

 

실망한 야코부스는 터덜터덜 길을 가다 기린을 만난다. 

 

“특별한 동물 잔치가 열린다는 얘기 들었니?”

 

기린이 목을 쑤욱 내리며 야코부스를 향해 말했다. 

 

“물론이지! 난 목이 누구보다 길잖아.”

 

다음에 만난 표범, 야코부스가 물어본다. 

 

“너는 특별한 동물 잔치에 초대받았니?” 

 

그러자 표범은 뽐내며 말한다. 

 

“그럼! 나는 우리 숲에서 가장 빠르잖아.”

 

야코부스는 코가 긴 코끼리를 만나고, 하늘 높이 날아가는 독수리를 만나고는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온다. 야코부스는 잠이나 자려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눕는다. 하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특별한 동물 잔치에서 연주하는 음악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야코부스는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 

 

“초대는 못 받았어도 구경은 할 수 있지, 뭐! 안 그래?”

 

야코부스는 살금살금 숲속을 가로질러 갔다. 

 

“다 같이 춤추고 노래 부르면 정말 재미있을 텐데.”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겨왔다. 땅콩 케이크 냄새, 딸기주스 냄새...... 달콤한 냄새가 코끝을 간질였다.

 

“그렇지! 왜 미처 그 생각을 못 했을까?” 

 

야코부스에게 기가 막힌 방법이 떠올랐다. 야코부스는 서둘러 잔치가 벌어지는 곳으로 달려갔다. 

 

“야코부스잖아? 특별한 동물도 아니면서 여긴 왜 왔을까?” 

 

야코부스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스컹크도 아주아주 특별하답니다!”

 

야코부스는 엉덩이를 쑤욱 내밀고 꼬리를 탁탁 흔들었다. 그리고 아랫배에 한껏 힘을 주었다.

 

‘뿌우우웅!’

 

야코부스의 어마어마한 방귀에 식탁 위의 주스 잔이 흔들리고, 과자들이 여기저기 흩어졌다. 특별한 동물들은 얼이 빠진 얼굴로 서로서로 쳐다보았다. 기린이 킥킥거리며 웃기 시작하고 코끼리와 표범이 낄낄댔다.

 

“다들 어리석었어! 우리만 특별한 동물인 줄 알았다니까!” 

 

바닥을 뒹굴며 웃던 공작새가 말했다. 

 

“얘들아, 숲속 친구들 모두 부르자!” 

 

코끼리가 말했다. 이렇게 해서 특별한 동물 잔치는 더욱 특별해졌다. 나는 모두 특별하다는 것을 어릴 적에 경험했다. 자그마한 시골 마을에서 자라면서 모두 함께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보았다.

 

마을에 바보 형이 있었다. 그도 마을의 당당한 일원이었다. 그가 한마디 하면 다들 까르르 웃었다. 만일 그가 없었더라면 마을 분위기는 훨씬 삭막했을 것이다. 우리 마음에도 ‘바보’가 있다. 항상 이익을 계산하는 영리한 마음만 있다면, 우리의 마음은 전혀 신명이 나지 않을 것이다. 도시의 거리를 걷다 보면, 가끔 ‘바보들’을 만난다. 그들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우리 곁을 지나쳐 간다.

 

온전한 마음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우리는 신경정신과에 자주 가야 한다. TV를 켜고 개그를 들으며 킬킬거리지만 이내 허탈하다. 인간은 큰 사회를 이루며 각자 다양하게 진화해 왔다. 각자의 몫을 다 해야 사회가 온전해진다.

 

천재, 특별한 사람들이 이 세상을 이끌어가는 게 아니다. 그들은 그들의 몫이 있을 뿐이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어떤 특별한 재능만 특별하게 대접해 준다는 것이다. 사람은 빵만으로 사는 게 아닌데…. 그래서 노자는 말했다. 

 

“성인은 늘 사람을 잘 구하고 버리지 않는다.” 

 

나는 자주 숲을 찾는다. 숲은 참 아름답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들 상처가 크다. 하지만 그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칼에 찢긴 상처가 괜찮다며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그 칼을 

 내다보네.

 

 - 윤제림, <사랑-청산옥에서 12> 부분  

 

 

시인은 이 세상 구석구석에서 사랑을 찾아낸다.

사랑이 끝내 이 세상을 구원하리라고.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

 

작성 2024.05.23 10:25 수정 2024.05.23 10:29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한별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