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선의 연작 詩] 고백과 고통 사이 (105)

전승선

 

고백과 고통 사이 (105)

 

 

현명한 사람들은 의심이 많지만

무지한 나는 의심 없이 기도했다네

인간으로 살게 해준 자연에게 기도하고

독선이 자라지 않게 해준 마음에게 기도하고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일생에게 기도하고

마음속에 숨겨둔 부끄러움에게 기도하고

구원받으려고 노력하지 않음에 기도했다네

그렇게 견디기 어려운 고독을 사랑했더니

어느새 백 년을 훌쩍 넘어 있었다네

은하수를 가로지르는 샛별을 등대 삼아

열두 해를 깊은 산골 은비령에서 살다 보니

떠나온 고향 서울은 마천루 같아 낯설어지고

세상 뜬 부모와 형제는 그리움으로 남았네

 

도명의 고백은 진실이 묻어 있었다. 촉촉해진 눈가에 대롱대롱 매달린 한 줄기 햇살이 동굴을 환하게 비추는 것을 보고 흰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막 시작된 여행이 순조롭지만은 않겠지만 바다에 사는 물고기가 물을 찾아 떠나왔다가 다시 바다로 돌아가는 것처럼 기쁨에 차 있었다. 

 

그대 순리자여!

그리움도 습관이라네

생각의 발자국을 지워버려야

기억의 창고를 깨끗하게 비울 수 있는 법

일 년 전의 그대는 무엇이었는가

은비령 자작나무 숲속에서 생각을 여의고

욕망의 수레바퀴를 멈추려 애쓰지 않았던가

빈틈 없이 촘촘하게 엮인 인생의 대서사도

때론 사소하고 때론 위대한 법이라네

늙은 몸에 달라붙은 욕망을 떼어내느라

새벽이 되도록 바튼숨을 몰아쉬지 않았던가

걱정을 멈추고 또 멈추면 그대는 존재할 것이니 

생명 이전의 나로 되돌아가는 여행을 떠나보세

 

 

[전승선]

시인

자연과인문 대표

이메일 : poet1961@hanmail.net

 

작성 2024.06.17 09:56 수정 2024.06.24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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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