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상 칼럼] 자연치유라는 것

이태상

요즘 서양 의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분야가 ‘지료법’요법이다. 우울증 등 많은 질병 치료에 ‘자연치유’ 이상 없음이 의학적으로도 입증되고 있어서이다. 물론 의약계에서 회의론이나 반론이 없지 않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윤추구가 주목적이 돼버린 의료산업의 반응일 뿐 아닐까. 내 주변에서도 바이폴라 조울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고, 내가 법정통역으로 근무하면서 자식이 또는 부모가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으로 가정폭력이나 가정파탄을 일으켜 법원에 ‘접근 금지 명령’을 신청하러 오는 한인 동포들을 많이 보게 된다. 이 자연치유란 쉽게 말하자면 공원이나 숲속으로 산책하면서 새 소리도 듣고, 계절 따라 변하는 자연의 모습을 관찰하면서 우리의 삶도 성찰해보노라면 자연스럽게 자연치유가 된다는 것이다. 씨를 뿌려 식물이 자라 꽃을 피워 열매를 맺는 정원을 작게라도 가꾸다 보면 자연과 일체감을 느끼면서 온 우주와 더불어 호흡하게 된다는 얘기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에 중독되지 말고, 등산이나 하이킹하면서 자연 속에서 보내는 시간이야말로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을 치료하고 심신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길이라고 한다. 벌써 여러 해 전에 돌아가셨지만 나보다 열 살 위의 둘째 형님께선 일정시대 평안북도 신의주고보를 다니다 중퇴하고 삼천리 방방곡곡으로 도道를 닦는다고 떠돌아다니셨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의 병도 고쳐주셨다고 하는데, 그의 처방이란 별것 아니었다. 예를 들어 폐병이나 해수병 환자에겐 솔잎을 뜯어다 항아리 속 꿀물에 담가 광속에 보름쯤 묵혔다가 하루 세 번 공복에 마시라는 것이었다. 내가 어렸을 적 감기가 들어 기침을 몹시 하다가도 그 쩌르르한 사이다보다 시원하고 달콤한 ‘약물’을 마시면 기침이 멎곤 했었다. 

 

그렇지만 형님 말씀은 그가 처방한 ‘약’의 효험을 믿는 사람에게만 약효가 있고, 사람 몸은 ‘자연치유력’을 갖고 있으며, 사람뿐만 아니라 만물이 다 인위적으로 망가뜨리고 파괴하지만 않는다면 자구력과 자생력을 갖고 있다고 하셨다. 그는 깊은 산속 굴에 들어가 며칠씩 생식이나 단식하며 지내시다가 6.25 동란 때는 인민군에게는 국군 패잔병으로 국군에게는 빨치산으로 오해받아 이가 다 빠지도록 매를 많이 맞아도 아무도 원망하거나 욕하지 않았다. 어쩜 링컨 대통령의 좌우명 ‘아무에게도 악의나 적의를 품지 않고 모두에게 자비심을’을 형님께선 평생토록 몸소 실천하고 사셨는지 모를 일이다. 생각건대 형님께선 형님의 밝을 明, 서로 相의 명상(明相)이란 이름값을 어느 정도 하셨다고 믿고 싶다.

 

옛말 틀린 거 하나 없다는 어른들 말처럼 ‘제 눈에 안경’이라는 속담이 최근 사실로 판명됐다. 아름다움 또는 매력에 대한 개념은 개개인의 성향과 경험에 따라 형성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버드대학 등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미의 기준은 개개인 별로 다른 것으로 입증됐다. 쌍둥이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한 연구진들은 일란성 쌍둥이라고 하더라도 선호하는 외모에는 차이가 있음을 발견했다. 같은 유전자를 타고난 일란성 쌍둥이도 선호하는 타입이 다르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3만 5천 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했는데, 그중에는 574쌍의 일란성 쌍둥이, 동성으로 구성된 214쌍의 이란성 쌍둥이들이 포함됐다. 

 

이들에게 온라인으로 200명의 얼굴을 보여주며 선호도에 따라 등급을 매기도록 했다.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얼굴에 대한 선호도는 유전자가 아닌 성장한 환경에 따라 형성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란성 쌍둥이도 선호하는 얼굴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아, 미적 선호도는 개개인의 경험에 따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적 경험에는 대중 미디어로 접한 연예인들의 모습도 포함되지만, 또한 매일 만나는 주변 사람들 혹은 첫 번째 이성의 외모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론되고 있다. 어떤 환경이 우리의 미적 선호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분명치 않지만 아름다움의 기준이 보편적이라기보다는 개인적이라는 사실은 입증됐다고 한다.

 

우리가 사람을 처음으로 만났을 때 ‘첫눈에 반한다’고 한다. 이때 이 ‘첫인상’이란 단순히 외모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전체적인 성품이 풍기는, 특수 미묘한 분위기 아우라를 의미하지 않는가. 특히 남녀 간에 느끼는 매력이란 어떤 이유나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무분별하고 무조건적인 불가사의가 아니던가. 아마도 그래서 영어로는 ‘화학작용’이라고 하나 보다. 게슈탈트법칙이란 것이 있다. 독일의 심리학자 막스 베르트하이머가 1910년 여름 기차 여행을 하는 동안에 영감을 얻어 발견하게 되었다고 한다. 

 

기차의 불투명한 벽과 창문 프레임이 부분적으로 자신의 시야를 가리고 있는데도 바깥의 경치를 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이는 눈이 단순하게 모든 영상 자극을 받아들이고 뇌는 이러한 감각을 일관된 이미지로 정리한 것으로 결론을 이끌어 통일성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쩜 이처럼 시각적 통일성을 통해 일어나는 일이 예측불허의 ‘첫눈에 반하는’ 기적 같은 현상이리라. 그렇다면 어떤 화장이나 성형으로도 ‘억지춘향이’의 모조품 같은 매력으론 설혹 잠시 눈속임은 가능할는지 몰라도 곧 환멸을 초래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결코 여우를 떨 일이 아니란 말이다. 

 

음식은 먹어봐야 알 수 있듯이 사람도 겪어봐야 하고, 씹을수록 깊은 맛이 나는 음식처럼 사귀어 볼수록 깊은 정이 드는 사람이 있다. 음식이 제 본질을 어쩔 수 없듯이 사람도 제 본성을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다시 말해 겉궁합보다 속궁합이 맞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비단 개인의 문제일 뿐 아니라 국가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한 외국의 전문가는 ‘한국을 제일 저평가하는 이들은 한국인’이라고 지적했다는데 개인이고 국가고 간에 먼저 있는 그대로의 스스로를 믿고 사랑할 수 있어야 자연적인 매력도 생길 수 있지 않으랴. 그러니 사람도 꽃처럼 별처럼 자연미를 발산해야 하리라.

 

 

[이태상]

서울대학교 졸업

코리아타임즈 기자

합동통신사 해외부 기자

미국출판사 Prentice-Hall 한국/영국 대표

오랫동안 철학에 몰두하면서

신인류 ‘코스미안’사상 창시

이메일 :1230ts@gmail.com

 

작성 2024.06.22 10:15 수정 2024.06.2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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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