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은숙의 시의 향기] 익숙한 것과의 결별

민은

 

익숙한 것과의 결별

 

 

푹 젖은 장마철 장판 아래 숨은 지폐는

햇볕 쨍쨍한 며칠이 지나도

찌르는 쿰쿰한 냄새를

지울 수도 도려낼 수도 없었다

 

깨끗한 정수기 물이 돕겠다고

오지랖 두 팔 덤벙거려도 여름이

뼈마디에 박힌 정화는 어림없었다

 

새로 태어나거나 온몸을 흐르는

계곡의 내장가지 개운한 폭포수로

참선이 버린 수행 쪼가리 주워 먹었다

 

템플 스테이 마치고 귀가하는 날

마주친 황토물 그득한 아기리 크게 벌리고

위협하는 이무기가 반가웠다

 

친근하고 편안한 황토가 뭐라고

튀어나온 용수철 스프링이

앞서가고 있다  

 

 

[민은숙]

시인, 칼럼니스트

코스미안상 수상

중부광역신문신춘문예 당선

환경문학대상
직지 콘텐츠 수상 등

시산맥 웹진 운영위원
한국수필가협회원
예술창작지원금 수혜

이메일 sylvie70@naver.com

작성 2024.07.17 08:58 수정 2024.07.17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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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