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노동부와 필리핀 정부 등에 따르면, 한국에 입국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의 주 역할은 '아이 돌봄'이다. 명칭은 '가사관리사'이지만, 실제로는 아이와 관련된 업무에 집중된다. 이들 대부분은 '케어기버(Caregiver) NC2'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어, 아이돌봄에 특화된 전문가들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필리핀 가사관리사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이들의 실제 역할과 차이가 크다. 고용주들은 이들을 종종 다재다능한 만능 가사도우미로 기대하는 반면, 이들의 공식적인 역할은 아이 돌봄과 관련된 업무로 제한되어 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공식 역할, 아이돌봄을 포함한 주요 업무
아이돌봄을 포함한 주요 업무양국 정부는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역할로 △옷 입히기 △목욕시키기 △먹여주기 등 아동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가사 업무로 규정했다. '아이 돌봄'의 영역 안에서 관련된 가사 업무만 수행하는 것이다. 추가적으로 동거가족 구성원을 위한 부수적이고 가벼운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러한 공식적인 역할은 아이의 일상적인 돌봄을 책임지며, 아이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주로 수행하는 업무에는 식사 준비, 청결 관리, 놀이 활동, 학습 지원 등이 포함된다.
현실 속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일상, 추가 업무와 과중한 노동
비록 양국 정부는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역할을 아동의 일상생활을 돕는 가사 업무로 규정했지만, 현실에서는 그 이상의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청소나 요리 등 아이 돌봄과 직접 관련이 없는 가사 업무를 요구받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러한 추가 업무는 종종 가사관리사에게 과중한 노동을 부과하며, 업무 범위가 명확히 규정되지 않아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또한, 동거가족 구성원을 위한 부수적이고 가벼운 직무를 수행한다는 규정이 현실에서는 더 많은 책임과 업무로 확장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가사관리사들은 주어진 역할과 실제로 수행해야 하는 업무 사이의 차이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가사관리사들의 노동 환경을 악화시키고, 그들의 권익을 침해할 수 있다.
고용주의 기대와 현실, 오해와 갈등의 원인
필리핀 가사관리사에 대한 고용주의 기대와 현실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일부 고용주들은 영어에 능통하며 음식, 청소, 아이 돌봄까지 모두 할 수 있는 만능 가사도우미를 기대한다. 그러나 이는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공식적인 역할과는 거리가 멀다. 이들의 주요 역할은 아동의 일상생활을 돕는 데 집중되어 있으며, 추가적인 가사 업무는 부수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이러한 기대와 현실의 차이는 오해와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가사관리사들은 명확히 규정된 업무 범위 내에서 일하고자 하지만, 고용주들의 과도한 기대는 그들에게 과중한 업무 부담을 안기고, 결과적으로 업무 효율성과 만족도를 저하시킬 수 있다. 이로 인해 필리핀 가사관리사와 고용주 간의 갈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근로 환경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아이돌봄 가정의 시각, 기대와 만족도
아이를 돌보는 가정들은 필리핀 가사관리사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몇몇 가정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기대와 만족도를 살펴보았다.
- - 인터뷰 1: 이민수(가명) 씨 (서울, 2세 아이 아버지) "저희 가족은 필리핀 가사관리사 분께 정말 만족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를 돌보는 데 있어서 매우 세심하고 친절하셔서 마음이 놓입니다. 특히, 영어로 아이와 대화해 주시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가끔은 청소나 요리 등 추가적인 가사 업무를 부탁드릴 때가 있어서, 그럴 때는 약간의 부담을 느끼시는 것 같아 조심스럽습니다."
- - 인터뷰 2: 김지영(가명) 씨 (부산, 5세 쌍둥이 엄마) "필리핀 가사관리사 분께서 아이들을 잘 돌봐주셔서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아이들과의 소통도 원활하고, 놀이 활동도 다양하게 해 주셔서 좋습니다. 다만, 가끔 청소나 요리까지 맡아 주시기를 기대하게 되는데, 이 부분에서 약간의 갈등이 생길 때도 있습니다."
- - 인터뷰 3: 박현우(가명) 씨 (대구, 3세 아이 아버지) "우리 가사관리사 분께서는 정말 성실하게 아이를 돌봐주십니다. 하지만, 저희가 기대했던 만능 가사도우미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서, 청소나 다른 가사일을 맡기기에는 조금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그래도 전반적으로는 만족합니다."
이러한 인터뷰를 통해 볼 때, 많은 가정들이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아이 돌봄 능력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지만, 추가적인 가사 업무에 대해서는 다소 갈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한 제언
한국에서 바라는 가사관리사의 형태는 홍콩과 싱가포르 등지에서 활동하는 '도메스틱 헬퍼'(Domestic helper)에 가깝다. 이들은 통상 고용주의 집에 거주하며 집안 청소부터 음식 만들기, 아이 등·하교 등을 전담한다. 그러나 한국에는 도메스틱 헬퍼가 들어오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한국은 민간 외국인력 시장이 개방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케어기버는 국가 대 국가(G2G) 협약을 통해 활동할 수 있지만, 도메스틱 헬퍼는 인력소개소 역할을 하는 필리핀 민간 기업이 가사도우미를 필요로 하는 국가의 민간 기업과 직접 거래하는 방식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향후 민간 외국인력 시장 개방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비자 발급과 인력관리, 국내 인력시장의 충격 등 고려할 사항이 많다.
이러한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 첫째, 고용주와 가사관리사 간의 명확한 역할 정의가 필요하다. 고용주는 가사관리사의 공식적인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이해하고, 그에 맞는 업무를 요구해야 한다. 둘째, 가사관리사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강화되어야 한다. 가사관리사의 근로 조건과 환경을 개선하고, 그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
가사관리사들에 대한 교육과 지원이 강화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그들이 고용주와의 원활한 소통과 업무 수행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직무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고용주들에게는 가사관리사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들의 기대치를 조정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