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은미(1978 ~ ) 작가는 강원도 인제 출생으로 동국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했다. 2008년 ‘현대문학’ 신인상에 ‘울고 간다’가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소설집으로 ‘너무 아름다운 꿈’, ‘목련정전 ’, ‘눈으로 만든 사람’ 등이 있고 장편 ‘아홉 번째 파도’, ‘어제는 봄’ 등이 있으며 수상 경력으로 제8회 젊은 작가상, 대산문학상, 현대문학상 등이 있다.
전나경에겐 19살짜리 딸 유라와 6살의 라라가 있다. 둘은 아버지가 다르다. 라라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머리에는 이가 바글바글하다. 라라의 양육은 엄마가 집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언니인 유라가 전적으로 맡고 있다. 유라는 라라의 머릿니를 없애기 위해 홈키퍼를 뿌리지만 이는 없어지지 않고 계속 라라의 머리에서 알을 까댄다. 유라는 라라의 머리를 자르지 않는 조건으로 라라에게 불만이 생길 때마다 때린다.
어느 날 유치원 선생님으로부터 라라가 자위행위를 한다는 말을 듣는다. 유리는 엄마에게 라라가 자위행위를 한다고 말하나 엄마는 더 놀아주라는 말뿐이다. 유리는 라라를 때리다가 이를 들켜 엄마에게 맞고 엄마에게 라라의 자위행위 모습을 보여준다. 라라는 결국 유치원에서조차 라라는 왕따를 당하고 다른 아이들의 엄마들이 라라가 아이들에게 이를 옮기니 등원시키지 말라고 항의를 한다. 엄마는 라라의 머리를 자르려고 하고 이를 반대하는 유리와 육탄전을 벌이고 결국 엄마는 라라의 머리를 쑥대밭은 만들고 라라는 집을 나간다.
작품은 가정에서 벌어지는 폭력 사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실, 엄마인 전나경도 알코올 중독자였던 가정 폭력의 희생자였고 그 폭력은 전나경에게서 유라에게, 유라에게서 라라에게 이어진 것이다. 남성에게서 여성에게로 행해지는 폭력이 전이되어 강자로부터 약자로 확산되고 이로 인한 약자의 아픔을 동시에 말하고 있다.
남편으로부터 폭력의 희생자가 되었던 엄마, 그런 엄마로부터의 방치, 언니의 폭력에 희생되고 있는 학대의 폭력을 경험하는 주인공 라라, 엄마에게 폭력의 희생자이며 동시에 동생에게는 폭력을 가하는 가해자 언니 유리, 이는 우리 사회의 가정 구조가 힘이 센 남자가 지배하고 있는 강압적이고 억압적인 형태의 구조로 흐르면 가정의 구성원들 모두가 결코 행복해질 수 없음을 의미한다.
라라가 보여주는 영유아기의 자위행위는 자신의 몸에 대해 탐색하는 과정에서 만족을 찾는 ‘만족 행동’으로 정의될 수도 있어 사춘기에서 성적 쾌락을 위해 하는 자위와는 다르다고. 모와의 애착형성이 안 되거나 부모와의 스킨십이 부족함에서 오는 불안감과 외로움에서 오는 현상, 즉, 애정 결핍에서 오는 증상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양성평등과 성평등이 당연한 이 시대에 위와 같은 사례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욕설, 폭력 학대 등의 가정폭력은 지금도 수시로 일어나고 있으며 이 양상은 단지 배우자뿐만 아니라 어린 자녀에게까지 그 양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심지어 부부가 갓난아이를 방치하고 먹을 것도 주지 않는 것은 예사이고 온몸에 멍이 들도록 때려서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뉴스를 최근 심심치 않게 보고 있다.
이는 무분별한 자유연애, 섹스, 사랑의 대상과 목표를 오로지 육체적 탐닉에만 의존하는 배설의 쾌락으로만 여기는 덜떨어진 일부 인간들의 비도덕성에 기인한다. 인간의 생명은 무엇보다 고귀하다. 아이를 낳은 후 양육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일터 그 고귀함에 반하는 생명 경시, 아무런 힘도 없는 아이에 대한 폭력으로 씻을 수 없는 최악의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 법이 허하는 최고형으로 처벌해도 모자란 것 아닌가.
[민병식]
시인,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현)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현)신정문학회 수필 등단 심사위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인문칼럼 우수상
2021 남명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2022 신정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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