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헌식 칼럼] 『난중일기』에 기록된 이년목

윤헌식

임진왜란 같은 전쟁 시기에는 군량, 무기, 의복 등을 비롯한 많은 물자가 소요된다. 충무공 이순신의 『난중일기』에는 선박, 화포, 군량, 도검, 활, 화살 등 각종 무기와 갑옷에 대한 기록이 있다. 또한 이러한 무기를 만들기 위한 자재의 명칭도 종종 등장한다. 

 

​『난중일기』에 보이는 자재의 명칭 가운데 '이년목(二年木)'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의 나무가 있다. 다음은 이년목이 언급된 『난중일기』의 해당 기록이다.

 

​『난중일기』 1595년 11월 27일

 

김응겸이 이년목을 베어 오기 위하여 이장(목수) 5명을 이끌고 갔다.

 

[원문] 金應謙以二年木斫來事 耳匠五名率去.

 

많은 『난중일기』 번역본들이 '이년목(二年木)'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여 '이년생 나무'로 서술하였다. 하지만 이는 잘못한 것이다. 이년목은 참나무과에 속한 가시나무를 가리키는 옛 이름으로서 가서목(哥舒木)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다. (단, 이년목과 가서목의 수종이 조금 차이가 있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가시나무가 이런 이름으로 불린 것은 나무에 가시가 있어서가 아니라, 가시라고 불리는 도토리 비슷한 열매가 열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시나무는 주로 남해안과 섬 지방 그리고 제주도 등지에서 자란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의 기록을 살펴보면, 이년목(二年木)의 이름이 제주의 토산조에만 등장하고 다른 지역의 토산조에는 언급되어 있지 않는 점으로 보아 당시 제주도가 특산지였던 것 같다.

 

​조선 수군이 주둔해 있던 한산도는 남해안 지역이었으므로 한산도 부근에도 이년목이 많이 자라는 곳이 있었던 듯하다.

 

​이년목은 재질이 매우 단단하여 장창의 자루나 악기의 자재 등으로 사용되었다. 『실록』, 『승정원일기』, 『경모궁악기조성청의궤』 등에서 이년목의 용도와 주요 산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충무공전서』에는 가서목이 장병겸(長柄鎌)의 자루를 만들 때 사용된다는 기록이 실려있다.

 

임진왜란 시기 조선 수군은 주로 화약병기인 화포를 이용하여 함포전을 벌였다. 그러나 만일에 발생할 수 있는 근접전을 대비하여 단거리 병기인 창도 선박 안에 싣고 다녔다. 다음은 명량해전의 전투 상황을 묘사한 『난중일기』의 일부 기록으로서 당시 조선 수군이 장창을 소지하였던 사실을 입증한다.

 

『난중일기』 1597년 9월 16일

 

안위와 배 위의 사람들이 각기 죽을 힘을 다해서 혹 능장을 가지고, 혹 장창을 쥐고, 혹 수마석 덩어리로 무수히 마구 공격하다가 배 위의 사람들이 거의 힘이 다하였다.

 

[원문] 安衛及船上之人 各盡死力 或持稜杖 或握長槍 或水磨石塊 無數乱擊 船上之人 幾至力盡.

 

* 능장: 각이 진 곤방(棍棒)류를 가리키는 통칭이다. 이원익의 『오리집』 등을 비롯한 조선 중기의 문헌에 종종 삼릉장(三稜杖)이라는 명칭이 보이는 점으로 보아 당시 능장은 주로 삼각으로 제작되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 수마석: 『융원필비(戎垣必備)』의 「단석(團石)」에 의하면 수마석은 완구(碗口)에 사용되던 포탄이다.

 

『무예제보』의 「장창제」에 따르면 장창은 1장 5자 길이의 나무나 대나무로 된 자루에 4냥 이하의 창날을 붙여서 만들어졌다. 『무예제보』가 1598년 훈련도감의 낭관(郎官) 한교(韓嶠)에 의해 편찬된 점을 감안하면 임진왜란 시기의 장창 규격도 동일했을 것으로 보인다.

 

『무예제보』 의 「장창제」 - 자료 출처: 『무예문헌자료집성』

 

 

​[참고자료]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한국고전종합DB,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한국고전종합DB,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

한국고전종합DB, 『경모궁악기조성청의궤(景慕宮樂器造成廳儀軌)』

한국고전종합DB, 『이충무공전서(李忠武公全書)』

민승기, 『조선의 무기와 갑옷』, 2004, 가람기획

박상진, 「역사 속 나무」, 『나무와 숲』, 2013,  한국산림과학기술단체연합회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단석(團石)」

국립민속박물관, 『무예문헌자료집성』, 『무예제보(武藝諸譜)』

 

 

[윤헌식]

칼럼니스트

이순신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저서 : 역사 자료로 보는 난중일기

이메일 : thehand8@hanmail.net

 

작성 2024.08.16 10:24 수정 2024.08.16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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