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천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스마트 폰이 폭발적으로 보급되면서 이와 함께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 그리고 텔레그램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SNS) 이용자 수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기업, 사회단체는 물론 개인들 모두 SNS를 활용하여 상호 정보 공유와 의사소통은 물론 다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어, SNS는 이미 우리 사회의 여론과 정보 흐름을 주도하는 중심축이 되고 있다.
마케팅·컨설팅 업체 ‘케피오스(Kepios)’가 2023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인구의 60.6%에 해당하는 48억8천만 명이 SNS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인터넷 사용자 수의 94%에 해당한다. 그리고 매초(每秒) 평균 5.5명이 신규 사용자로 유입되고 있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SNS는 페이스북으로, 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29억8천900만 명에 달했다. 유튜브 약 25억2천만 명, 왓츠앱 약 20억 명, 인스타그램 20억 명, 위챗 약 13억2천만 명, 틱톡 약 10억8천만 명, 그리고 텔레그램 9억5천만 명이 그 뒤를 이었다. 연령대별로 보면 16∼24세 젊은 층은 주로 ‘인스타그램’을, 55∼64세 중장년층은 ‘왓츠앱’을 가장 선호했다.
SNS는 실시간으로 정보 공유가 가능하고 빠른 전파력은 물론, 시공간적 한계를 뛰어넘어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소통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다양한 의견, 경험 등을 서로 교환하며 여론을 형성하고 주도하는 플랫폼 역할도 할 수 있다. 특히 묻히기 쉬운 소수의 목소리 공론화도 가능하다. 그 결과 SNS는 튀니지에서 시작된 재스민 혁명(시민 혁명)에 불을 지펴 민주화에 목말라 있던 이웃 인접 중동 국가들과 중국에까지 민주화의 열기를 들불처럼 번져 나가도록 했다.
그러나 SNS는 순기능 못지않게 역기능 또한 만만치 않아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SNS는 정확성보다는 신속성‧속보성에 바탕을 두고 있어 가짜 정보에 대한 사실 확인이나 검증이 매우 어렵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특히 SNS는 멀리 있는 낯선 사람들과는 서로 소통하며 쉽게 친구가 되지만, 정작 가까이 있는 가족이나 친지들과는 오히려 대화를 단절시키는 소통 부재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상대방에 대한 무차별적 인신공격은 물론 근거 없는 루머나 괴담을 사실인 양 유포시켜 사생활을 침해해, 사이버 공간에서의 또 다른 폭력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 요즈음 전 세계적으로 보안성과 프라이버시 보호 기능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한 메신저 앱 텔레그램 안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딥페이크(Deepfake) 음란물 유포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딥페이크는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하여 불법적으로 사진이나 영상을 조작하는 일이나 그 결과물을 의미한다. 실제로 온라인에 무료 공개된 소스 코드와 약간의 기계 학습 알고리즘 지식만 있으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딥페이크 음란물을 만들 수 있어 그 폐해가 심각하다. 지난 1월~7월까지 우리나라 딥페이크 성 착취물 제작‧유포 통계를 보면 10명 중 7명이 10대로 나타나 충격적이다. 결국, 텔레그램에서 범죄 및 비윤리적 콘텐츠가 마구잡이로 유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앱 관리를 소홀히 하는 등 12가지 혐의로 텔레그램 창업자이자 CEO인 파벨 드로프가 프랑스 경찰에 체포돼 구금되면서 국제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SNS 중독은 물론 SNS 이용자를 노린 범죄 또한 심각하다. 시카고 대학 윌하임 호프만 교수팀이 독일 위르츠버그 거주 성인 250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페이스북과 X(옛, 트위터) 등 SNS와 문자 메시지 등에 대한 지나친 사용이 술이나 담배 중독성보다 훨씬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개인 신상 정보를 악용한 전화 금융사기와 같은 신종 범죄 역시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범죄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일정이나 휴가일 등을 SNS상에 자랑삼아 소상히 밝히지 않도록 하고, 비밀번호 역시 습관적으로 변경해야 한다. 또 백신 프로그램을 자주 업데이트하여 악성 코드 감염 여부도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더 중요한 일은 이제부터라도 우리 사회가 ICT 강국으로서의 자긍심을 가지고 조금 더 차분하고 성숙해 져야 한다. 실제로 SNS상에서 나쁜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통시키고 있는 세력은 1%에 불과하다. 1%의 몰지각한 누리꾼들이 나쁜 콘텐츠를 생산,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여기저기 퍼 나르고 악의적인 댓글을 달아 여론을 왜곡하고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무분별하게 확산하는 가짜 정보들을 거를 수 있는 여과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아울러 SNS를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며 괴소문을 퍼뜨리고 일방적인 주장으로 증오와 갈등을 키워 사이버 공간의 평화를 깨고 범죄를 저지르는 누리꾼들을 일벌백계로 다스릴 수 있는 법체계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결국, SNS가 우리 사회의 괴물이 되느냐, 아니면 공기(公器)로서 또 다른 순기능을 할 수 있느냐의 여부는 이를 이용하고 있는 누리꾼들 손에 전적으로 달린 셈이다.
[이윤배]
(현)조선대 컴퓨터공학과 명예교수
조선대학교 정보과학대학 학장
국무총리 청소년위원회 자문위원
호주 태즈메이니아대학교 초청 교수
한국정보처리학회 부회장
이메일 : ybl773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