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차영의 아랑가] 연리지

이용구 작사 김근동 작곡 장민호 열창

유차영

세월에 기댄 채 두 손을

잡고 정을 나누며

 

 

저마다의 사람, 그들의 손금에는 어떤 팔자가 새겨져 있을까. 운명과 숙명과 신명이 아우러진 아모르 파테가 또렷하리라. 이처럼 손금에 새긴 글씨는 알 수도 업거니와 안다고 한들 풀어헤칠 수도 없으리라.

 

흔히 운명은, 앞에서 날아오는 돌덩이에 비유한다. 정신을 가다듬고 예민하게 삶을 살피면 피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숙명은 뒤에서 날아오는 화살과 같단다. 그러면 신명(神命)은 어떨까, 알 수가 없는 처지이기도 하고, 알아차리고도 대응을 하지 못하는 길이다.

 

이러한 인생여정을 얽은 노래가 장민호의 <연리지>이다. 이 노래는 1997년 아이돌 가수로 데뷔한 장민호가 2017년 20년 만에 처음으로 낸 정규음반에 실린, 아랑가 가수로의 전향 이후 6년 만의 거사였다.

 

‘아랑가 가수로 나섰을 때는 첫 정규앨범을 못 낼 줄 알았죠. 아랑가계가 만치 않은 곳이거든요. 그러다 중간에 나온 <남자는 말합니다>가 잘 돼 자신감을 얻었고, 정규 앨범을 발표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첫 정규 앨범 나와 정말 감개무량합니다.’

 

그 당시 장민호의 소회이다. 이 노래를 2020년 미스터아랑가 경연에 출전한 장민호가 다시 불렀고, 대중들은 아랑가 가수로서는 과분할 정도의 세련됨과, 몸에 베인 신사도에 열광을 하였다.

 

살아도 같이 살아요 죽어도 같이 죽어요 / 끝내 이렇게 만나게 될 걸 / 왜 우리 먼 길 돌았나요 / 엇갈린 슬픈 운명 / 세찬 비바람 불고 또 불어도 / 세월에 등 기댄 채 정을 나누며 / 이렇게 한 자리에 서 있던 우리 / 힘들면 내게 기대요 / 눈물을 내게 쏟아요 / 꼭 잡은 두 손은 놓치진 말아요 / 우리의 사랑 연리지

 

엇갈린 슬픈 운명 / 세찬 비바람 불고 / 또 불어도 / 세월에 등 기댄 채 정을 나누며 / 이렇게 한 자리에 / 서 있던 우리 / 힘들면 내게 기대요 / 눈물을 내게 쏟아요 / 꼭 잡은 두 손은 놓치진 말아요 / 우리의 사랑 연리지 / 꼭 잡은 두 손은 놓치진 말아요 / 우리의 사랑 연리지.

 

<연리지>를 발표한 이후에도 장민호는 전국을 순회하면서, 각종 행사 초청에 따른 방문 노래를 불렀다. 무명의 터널 속이었다. 11명~1500명 이상 되는 노래교실까지. 그는 팬들을 직접 보고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해서 어딜 가도 신이 났단다.

 

그는 1997년 아이돌 댄스그룹 유비스(You will be with us)의 메인 보컬로 가요계에 첫발을 내디뎠고, 2000년대 중반에는 남성 듀오 바람(장군·한서우)의 멤버로도 활약했다.

 

‘아이돌 출신이라는 게 아랑가 가수로 활동할 때는 도움이 안 되고 오히려 손해가 되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일부에서는, 아이돌이란 경력을 배경 삼아 쉽게 아랑가계로 넘어왔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셨거든요. 이런 오해에서 벗어나려고 그 간 정말 진중하게 아랑가를 대해왔어요. 요즘은 아랑가계 선배님들도 저를 많이 예뻐해 주셔서 참 좋아요.’

 

장민호는 첫 정규 앨범을 다양한 스타일의 아랑가 곡들로 채우며 또 한 번 매력을 발산했다. 그 앨범의 타이틀 곡 <드라마>는 한 남자의 드라마 같은 인생과 사랑에 관한 노래로, 전체적으로 밝은 풍이지만 가사에서는 애환이 느껴진다. 여기에 수록한 <연리지>는 헤어질 수밖에 없는 운명적 사랑을 담담하게 그린 정통 아랑가이다.

 

<연리지> 노래의 모티브 연리지(連理枝)는, 뿌리가 다른 나뭇가지들이 서로 엉켜 마치 한 나무처럼 자라는 것으로, 원래는 효성이 지극함을 나타냈으나 오늘날은 남녀 간의 사랑 혹은 깊은 부부애를 비유하는 말이 되었다.

 

이 말은 유래도 애틋하다. 중국 후한(25~220년. 수도, 낙양) 사람 채옹(132~192)은 성품이 독실하고 효성이 지극하였는데, 어머니가 병으로 앓아누운 3년 동안 계절이 바뀌어도 옷 한번 벗지 않았으며, 70일 동안이나 잠자리에 들지 않았다.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집 옆에 초막을 짓고 모든 행동을 예(禮)에 맞도록 하였다. 그 후 채옹의 집 앞에 두 그루의 나무가 자랐는데, 점점 가지가 서로 붙어 하나가 되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기이하게 생각하여 모두들 와서 구경하였다. 이 이야기는 <후한서> <채옹전>에 나온다. 이후 부부의 연리지 사연도 얽힌다. 이 사연은 부부지연의 연리지로 백거이(772~846)가 <장한가>로 읊었다.

 

‘헤어질 무렵 은근히 거듭 전하는 말이 있었으니/ 그 말에는 둘이서만 아는 맹서가 들어 있었지/ 칠월 칠석 장생전에서/ 깊은 밤 남몰래 속삭인 말/ 하늘에서는 비익조가 되고/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자/ 장구한 천지도 다할 때가 있지만/ 이 한은 면면히 끊일 날 없으리라.’

 

이 <장한가>는 120구, 840자로 이루어진 당현종(685~762)과 양귀비의 슬프도록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이다.

 

연리지와 같은 의미의 사랑 나무는 또 있다. 중국 동진(206~907)의 간보(생몰미상)가 지은 <수신기>에 나오는 상사수다.

 

춘추시대 송(960~1279)나라 강왕이 절세미인인 한빙의 부인 하씨를 빼앗았다. 한빙이 이를 원망하자 그를 옥에 가두었다가, 성단(변방에서 낮에는 도적을 지키고 밤에는 성을 쌓는 일을 하는)의 벌을 내렸다.

 

이에 한빙은 성단에서 자살하고 말았다. 이후 왕의 여인이 되었던, 한빙의 부인 하씨 역시 남편 한빙과 합장해 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왕과 함께 누대에 올랐을 때, 성벽 아래로 몸을 던져 자살하고 말았다.

 

이에 화가 난 왕은 두 사람을 합장하지 않고 무덤을 서로 바라보도록 만들게 했다. 그날 밤 두 그루의 개오동나무가 각각의 무덤 끝에 나더니, 열흘도 안 되어 아름드리나무로 자라 몸체가 구부러져 서로에게 다가가고 아래로는 뿌리가 서로 맞닿았다.

 

그리고 나무 위에는 한 쌍의 원앙새가 앉아 하루 종일 떠나지 않고 서로 목을 안고 슬피 울었다. 송나라 사람들은 모두 슬퍼하며 그 나무를 상사수라고 불렀다. 여기에서 유래한 남녀 간의 사랑 병을 상사병(相思病)이라고 한다.

 

이 상사수가 바로 연리지 혹은 연리목(連理木)이다. 연리지는 비익연리(比翼連理)라고도 한다. 비익은 날개가 한쪽뿐이어서 암컷과 수컷의 날개가 결합되어야만 날 수 있다는 전설상의 새인 비익조(比翼鳥)를 말한다.

 

 

[유차영]

한국아랑가연구원장

유행가스토리텔러 

글로벌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경기대학교 서비스경영전문대학원 산학교수

이메일 : 519444@hanmail.net

 

작성 2024.09.11 09:59 수정 2024.09.1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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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