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용 칼럼] 공무원은 어항 속 금붕어

신기용

“니그 꼰대(담임 선생님)는 돈만 밝힌다 카더라.”

“니그 꼰대는 실력도 없는 놈이다 카더라.”
“니그 꼰대는 진짜 깡패처럼 무섭게 때린다 카더라.”

“진짜가? 경찰들이 잡아가면 좋겠다.”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 쫑알쫑알 하굣길에서 나누던 대화이다. 담임 선생님의 평판을 주저리주저리 풀어 놓는 장면치고는 꽤 정의감에 불탄다. 누구나 어릴 적에 교사들을 평가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요즘 교사들은 청렴해졌다. 공무원의 대부분이 과거에 비하면 아주 청렴해졌다. 1990년대 이전에는 쥐꼬리만 한 급여로 인해 공직 사회 그 자체가 부조리한 환경에 처해 있었다. 관공서마다 민원을 넣을 때 일명 ‘급행료’라는 돈을 서류와 함께 봉투에 넣었다.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단속당하면 교통경찰한테 밥값 정도를 건넸다. 그 당시에는 이런 행위들을 공공연한 일로 받아들였다. 과거에는 대한민국 관공서라는 관공서는 도둑놈의 소굴이 아닌 곳이 없었다. 공무원 조직 내에서의 상납 고리 때문에 대놓고 돈을 요구하기도 했다. 

 

과거에는 교통경찰 2년 정도 하면 집을 한 채 장만했다고 한다. 법원이나 세무서 공무원 3년 정도 해도 마찬가지였단다. 교육 공무원들은 급여에 비해 씀씀이가 매우 컸다. 더 예를 들 필요가 없다. 공무원들은 민초들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흡혈귀와 같은 존재였다. 지금은 세상이 아주 투명한 시대이다. 간혹 개인적 이탈은 있을 수 있으나, 조직적으로 부정부패를 자행하는 사례는 거의 사라졌다.

 

‘전자 정부’ 정책은 행정 업무 전산화를 이루어 냈다. 이를 토대로 모든 정보는 법적 절차에 의해 공개한다. 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전산화로 인해 사라진 부정부패의 대표적인 예를 들면, 민방위 훈련과 예비군 훈련이다. 우리 생활 주변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었던 예로 민방위 훈련 5만 원, 예비군 훈련은 5~10만 원이면 하루 훈련을 해결하던 시절도 있었다. 우리 주변에 민방위 훈련, 예비군 훈련을 돈으로 때운 사람이 수없이 많다. 젊은이들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들 이야기이다. 행정 업무 전산화로 사라졌다. 

 

그 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 법’ 발효 이후부터는 더 투명해졌다. 아직 국민은 더 투명해지기를 원한다. 당연히 더 투명해져야 한다. 특히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은 청렴함이 몸에 배어야 한다. 국민은 공무원들을 ‘어항 속 금붕어’처럼 투명하게 엿보고 싶어 한다. 실제 투명하게 엿보고 있다.

 

“00과장은 업무도 잘 모르면서 말투마저 싸가지가 없더라. XX 꼬봉 짓하다가 닭 좇던 개 신세가 돼서 곧 명예퇴직한다 카더라.”

“00계장은 아직도 술 받아주면 침을 줄줄 흘린다. 어젯밤에는 양주 한 병밖에 안 깠는데 기절하듯이 뻗더라.”

“걔는 아직도 봉투 주면 게눈 감추듯이 주머니에 넣고 사라진다. 현장에 며칠은 안 나타나서 좋다. 약발이 떨어지면 나타나서 시비를 건다.”

“그 젊은 놈은 목에 깁스한 것처럼 어른들한테 머리를 숙일 줄도 모른다. 자기 아버지한테도 인사할 줄 모를 거다.” 

“새로 온 놈 있잖아, 밥맛없게 생긴 그놈 말이야.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놈이더라. 서류도 빈틈이 없이 꼼꼼하게 다 보더라.”  

 

공무원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평판을 듣고 있노라면 신중하게 업무를 처리하고, 근면한 생활을 해야 적어도 나쁜 평판은 듣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역 주민들은 생활에 밀접한 공무원들에 대한 평가를 밥 먹듯이 한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평가가 거의 정확하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접한 주민들의 입을 통해 나온 평판이라서 정확할 수밖에 없다. 물론 왜곡된 부분도 있지만, 주민들이 어항 속 금붕어처럼 투명하게 들여다본 결과물이라 무시할 수도 없다.

 

젊은이들이여, 특히 공시생 여러분, 공무원 준비 과정부터 청렴함, 신중함, 근면함을 갖추어야 한다. 이를 망각하는 순간 이 투명한 세상에서 도사리처럼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자의든 타의든 퇴출(退出)당할 수 있음을 명심하자.

 

 

[신기용]

문학 박사.

도서출판 이바구, 계간 『문예창작』 발행인. 

대구과학대학교 겸임조교수, 가야대학교 강사.

저서 : 평론집 7권, 이론서 2권, 연구서 2권, 시집 5권,

동시집 2권, 산문집 2권, 동화책 1권, 시조집 1권 등

이메일 shin1004a@hanmail.net

 

작성 2024.09.18 10:02 수정 2024.09.1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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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