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수아즈 사강(1935~2004) 프랑스 최고의 감성, 유럽 문단의 매혹적인 작은 악마로 불리는 작가, 19세 때 발표한 장편소설 '슬픔이여 안녕'이 전 세계 베스트셀러가 되어 문단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 작품으로 1954년 프랑스 문학 비평상을 받았다.
10대 후반부터 카페와 클럽을 들락거렸고, 담배와 커피 한 잔이 아침 식사였으며, 위스키 잔을 줄곧 손에서 놓지 않았고, 카지노를 드나들며 인세 전액을 간단히 탕진했으며, 재규어와 애시튼 마틴, 페라리, 마세라티를 바꿔 가며 속력을 즐기다가 차가 전복되는 교통사고를 당해 3일간 의식 불명 상태에 놓이기도 하는 등, 낭비와 알코올과 연애와 섹스와 도박과 속도와 약물에 중독된 삶이었다. 실제 그녀는 마약 복용 혐의로 법정에 불려 가기도 했고, 거기에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작품은 작가가 24세의 나이에 쓴 네 번째 소설이다. 주인공은 실내장식가로 일하고 있는 39살의 여성 '폴'이다. 그녀는 한 번의 이혼 경험이 있고, 이혼 후에는 6년간 사귄 40세의 남자친구인 '로제'가 있다. 로제는 다른 여자를 만나러 다니느라 그녀를 항상 외롭게 만든다. 어느 날 그녀는 업무차 반 덴 베시 부인의 집을 방문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부인의 아들인 25살의 잘생긴 변호사 '시몽'을 우연히 만나게 되고 시몽은 폴을 보고 호감을 갖는다.
시몽은 폴에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고 질문이 담긴 편지를 보내 함께 브람스 연주회를 가자고 초대를 한다. 프랑스 사람들은 브람스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브람스 연주회를 권유할 때는 상대에게 브람스를 좋아하는지 물어보는 것이 예의였다고 한다.
작품의 제목에 브람스가 들어가 있는 이유는 실제로 음악가 요하네스 브람스(1883~1897)는 슈만의 아내인 자신보다 14살 연상이었던 클라라 슈만을 평생 짝사랑했는데 몇몇 여자들을 사귀었고 약혼까지 한 여성도 있었으나 파혼하고 평생 결혼하지 않았다고 하며 작중 폴이 시몽보다 14살 연상이었던 것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작품의 시몽이 브람스를 좋아하냐고 묻는 것은 결국 폴에게 자기 자신을 사랑해줄 수 있겠느냐고 묻는 것과 동일하다고 보이고 또한 제목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아니라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인 것은 시몽의 질문보다는 이 질문을 받아들이고 생각하는 폴의 입장과 생각에 초점을 맞춘다.
시몽에게 질문을 받았을 때 폴은 자신이 브람스를 좋아하는지는 모르지만 시몽과 브람스 연주회에 가기로 결심한다. 폴의 사랑은 적극적이다. 회사 앞에서 기다리기도 하고 편지를 쓰고 폴의 말, 몸짓 하나에 행복과 불행을 넘나든다고 고백할 정도다. 결국 폴은 시몽과 사랑에 빠져 로제와 이별하고 폴의 사랑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결국 나중에는 로제를 선택하게 되는데 왜 폴은 젊고 멋진 그리고 자신을 그토록 사랑하는 시몽을 포기했을까. 사랑에 끝이 있을 것이라는 불안과 강박이었을 것이다. 폴은 이혼을 한 번 했고 로제라는 연인은 끝없이 다른 여자를 추구한다. 시몽은 모든 것을 가진 완벽한 남자이고 자신보다 훨씬 젊다. 그럼에도 폴은 사랑을 지켜낼 자신이 없었던 거다. 언젠가는 나이 든 자신으로부터 시몽이 떠날 것이라는 불안, 그 불안 때문에 다른 여자에게로 갔다가도 자신에게 돌아오는 로제와의 편안함을 택한다. 불안한 사랑에 대한 회피, 스스로 시몽의 사랑을 받기에 부족하다고 느끼는 자존감과 자신의 가치에 대한 상실이다.
폴은 로제를 사랑하기는 하는 것일까. 남들 보기에 이상해 보이지 않는 적당한 관계, 스스로의 열정 없음, 그러면서도 외로움을 이겨내지 못하는 찌질함, 계속 그렇게 폴은 영원히 밖에서 나도는 로제를 기다리며 살 것이다. 사랑에는 나이도 국경도 없다고 한다. 그만큼 사랑은 어떤 환경에서라도 모든 악조건을 뛰어넘을 수 있는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큰 용기다. 왜 14살 차이의 사랑이 불가능한가. 그저 사랑인 것을.
모든 사랑에 불가능은 없다. 단지, 그 사랑에 대한 용기가 없을 뿐이다.
[민병식]
시인,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현)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현)신정문학회 수필 등단 심사위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인문칼럼 우수상
2021 남명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2022 신정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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