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공원이 국민의 삶과 추억 속에 자리한 지도 어느덧 57년이 됐다. 흔히 산을 인생사에 비유한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번갈아 온다. 오를 땐 힘이 들다가도 정상에 설 때 희열을 느껴 본 사람만이 안다. 그러나 자만해서는 결코 오를 수 없는 것이 또한 산이다.
지난해 39,455,363명이 국립공원을 찾았다. 그것은 국립공원에서 우리 국민이 쉼을 얻고, 힐링을 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장소라는 것을 보여준다. 국립공원을 지속가능한 국민의 소중한 쉼터로 만들기 위해 자연보전과 공원시설 설치 및 관리, 자연공원청소, 기후변화에 따라 생태계 조사와 생태복원 등 오늘도 쉼 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는 국립공원공단 직원들이 있다.
다섯 번째 국립공원인 설악산은 세계적으로 그 보존 가치가 인정되어 1982년 유네스코로부터 생물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설악산의 주봉인 대청봉을 비롯해 소청봉, 중청봉, 화채봉 등 30여 개 높은 봉우리가 웅장하게 펼쳐져 있다. 설악의 관문처럼 버티고 있는 울산바위는 병풍이 산에 박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가을이면 더욱 아름다운 설악산은 첫 단풍 소식을 우리에게 제일 먼저 전해주는 명산이다. 지난해 2,242,781명이 설악산을 찾았고, 그중 9월부터 11월까지 43.2%인 968,668명이 다녀갔다.
폭염으로 늦어진 가을 설악산 단풍은 수줍은 듯, 붉게 물든 얼굴을 한포기 수채화로 누가 그리 예쁘게 색칠해 놓았을까요? 단풍이 기암괴석과 함께하니 더욱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와 산새들 울음소리, 고즈넉한 산사에서 들려오는 스님들 불경 소리가 어우러지니 세상일들을 잠시 잊고 싶은 곳이다.
울긋불긋 단풍이 물들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 마음을 간지럽히는 가을 설악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사고로 이어진다. 국립공원은 지정된 탐방로가 아닌 비법정탐방로‘샛길’이용은 낙상 위험이 있고, 탈진.탈수 때 원활한 통신이 안 돼 사고 발생 시 구조시간 지연으로 자칫 생명을 잃을 수 있다.
산악사고의 대부분은 산 중턱이나 정상부근에서 발생한다. 올라갈 때는 체력적 여유가 있어 잘 올라가지만 하산 시에는 체력 소모가 더 많아 하산하는 오후 시간에 사고가 집중되어 있다.
체력에 맞는 산행 코스 선택과 일교차가 심해 여분의 옷, 비상식량과 랜턴, 보조배터리, 상비약품, 조난사고에 대비한 다목적위치표지판 숙지, 2인 이상 동반 산행, 음주 및 야간 산행 금지 등 안전수칙 준수는 물론, 지정된 탐방로를 이용한 산행을 당부하는 공단 직원들은 오늘도 환경과 인명 파수꾼이 되어 설악산을 지키고 있다.
자연을 보호하고 산을 지키는 것은 국립공원공단과 탐방객의 몫이지만 탐방객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것은 무엇보다 안전수칙을 최우선으로 하는 탐방객에 있다. 단풍이 물든 설악에서 안전하고 즐거운 가을 산행이 되기를 바라는 국립공원은 미래를 위한 유산으로 길이 남을 것이다.
[정춘호]
설악산국립공원백담분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