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송지현 단편 '손바닥으로 검지를 감싸는'에서 생각하는 우리의 가족

민병식

송지현(1987 - ) 작가는 서울 출생으로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 201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펑크록 빨대 디자인에 관한 연구'가 당선되어 등단하였고 소설집 '이를테면 에필로그', '여름에 우리가 먹는 것' 등이 있다.

 

이 작품은 작가의 소설집 '여름에 우리가 먹는 것'에 두 번째로 실린 단편소설로 월간 '현대문학'이 기획한 특별 코너 ‘내가 기대하는 작가’에서 소설가 정이현이 “어떤 상황에서든 소소하고 다정한 농담을 사용하여 주변의 공기를 따듯하게 데우는 성정의 소유자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라는 평과 함께 송지현을 추천한 것을 계기로 발표한 작품이기도 하다.

 

주인공인 ‘나’의 가족은 현재 은퇴한 아빠와 주인공, 여동생 이렇게 셋이다. 엄마는 이미 돌아가셨다. ‘나’가 다섯 살 되던 해 아빠는 돈을 벌기 위해 외국으로 떠났다. 그때 엄마는 미용실을 열었고 바빴기 때문에 ‘나’는 거의 첫째 이모네서 자란다. 지금 살고 있는 이 집도 엄마가 나중에 이모들과 외가집 식구들과 함께 옆집, 앞집에 살겠다고 마련한 집이다. ​오랜만에 외삼촌이 놀러 와 나와 여동생, 외삼촌이 함께 술자리를 하게 되는데 외삼촌은 이혼한 상태다. 

 

외삼촌은 우리에게 스님이 될 거라고 하고 우리는 건성으로 들으며 가수 장필순의 노래를 듣자고 한다. 노래들 듣던 중간에 외삼촌은 반야심경을 틀어달라고 하고 우리는 유튜브에서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반야심경을 틀어준다. 반야심경을 듣던 중 ‘나’는 왠지 눈물이 터진다. 이렇게 술자리는 흘러가고 다음 날 외삼촌과 우리는 경주로 여행을 가는데 경주는 부모님의 신혼여행지였다. 원래 자매끼리만 가려고 있던 여행에 외삼촌이 백만 원의 용돈을 미끼로 끼워달라고 하여 함께 가게 되는 여행이다. 경주 불국사에 도착한 외삼촌은 엄마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소원을 기와에 적는다.

 

그때 ​나는 어린 시절의 기억 들 몇 가지를 떠올린다. 아빠는 일 년에 한 번 정도 한국에 오고 엄마는 미용실을 하며 우리를 먹여 살리고 있을 그때 엄마는 미용실을 그만두고 ‘장군호프’ 라고 하는 술집을 열었고 호프집을 하면서 엄마는 주사가 생긴다. 그 주사로 말미암아 동네에서 말들이 많았는데 그것은 고스란히 내게도 들린다. 미용실 손님이었던 여자들이 이불가게에 모여 쑥덕거린다. 남편이 멀리 있어서 술을 마시면 자기네 남편을 꼬시는 거라고 엄마 욕을 하는 데 그 이야기를 이불가게 아줌마의 딸인 친구에게서 듣는다. 

 

친구는 굳이 그 이야기를 공중전화에서 콜렉트콜로 이야기했고 나는 그 후로 친구의 전화도 받지 않고 친구가 집으로 찾아와도 없는 척한다. 그 말이 사실일까봐 불안했고 엄마를 감시하게 걱정하게 된다. 술 마시고 취해서 집을 못 찾을까봐, 친구 아빠의 등에 업혀서 들어올까봐아무데서나 오줌쌀까봐 엄마가 들어올 때까지 종종 엄마를 기다렸는데 새벽 두 시가 넘어야 되어야 가게가 끝나니 그럴 때면 다음 날 학교에서 엎드려 자야 했다. 엄마는 우리에게 돈을 쓰는 사람이 아니었으므로 사진을 전공하던 동생은 카메라를 훔쳐야 했고 엄마는 종종 나를 붙잡고 울면서 살기 힘들다고 말한 적도 있었다. 나는 동생이 크기만을 기다린다. 둘이 연대해 돈을 모아 이민가자고 말하며 서로 힘을 북돋운다.

 

​시주함에 천원을 넣고 검지를 오른손으로 감싸 쥔 비로자나불의 모습을 보고 기도를 드리는데 눈물이 떨어진다. 외삼촌은 운다고 놀리지만 그때 나는 하고 싶은 말이 떠오른다. 아버지에게 전화를 건다. 여행이 어떤지를 묻는 아빠의 물음에 엄마는 아빠가 없어서 힘들어 했지만 그런데 아빠가 없는 엄마를 견디는 우리가 더 힘들었다고 대답한다.

 

비로자나불의 손 모양은 한 손바닥으로 다른 쪽 검지를 감싸고 있다. 작품은 술에 자주 취하던 엄마를 견디며 살아야 했던 지 청소년기 나의 마음을 ‘비로나자불’이 검지손가락을 감싸고 있는 모습과 대비시킴으로써 힘들고 어려웠던 청소년기의 아픔을 스스로 감싸고 치유하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예약한 숙소는 인터넷에 나온 것과는 영 딴판이고 계획했던 바베큐파티도 실패로 돌아가지만, 나는 외삼촌, 동생과 함께한 이번 여행이 완전히 실패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작품은 가족 간의 유대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족을 이루고 살면서 생기는 내면의 응어리들을 펼쳐내고 있다. 우리는 살면서 가족 간에도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면서 살아갈까. 바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가족들에게 나는 어떤 상처를 주고 있으며 어떤 따뜻함으로 다가갈지 생각해 볼 시간이다.

 

 

[민병식]

시인,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현)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현)신정문학회 수필 등단 심사위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인문칼럼 우수상

2021 남명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2022 신정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이메일 : sunguy2007@hanmail.net

 

작성 2024.10.16 11:15 수정 2024.10.1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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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