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한정찬] (시) 11월에


▲한정찬/한국공공정책신문 칼럼니스트 ⓒ한국공공정책신문

 [한국공공정책신문=천양자 기자]


11월에

 


 

들깨 찐 흔적을 보며 11월을 실감합니다. 어디 찐 흔적이 들깨뿐이겠습니까.
옥수수 참깨 콩 벼 밀 수수 기장 벼 등 수두룩합니다. 유독 들깨 찐 흔적을 들추며 11월을 생각한다고요.

그렇지요. 암만요 그렇지요. 들깨 찐 자국을 보면 성큼 다가온 겨울나기 준비가 시작되는 신호가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들깨 찐 흔적이 말라가면 노부부는 객지에 나간 자식들을 생각하고 한 해 동안 농사지은 농작물은 거두어 바리바리 싸 놓아두고도 그렁한 눈시울로 늘 자식들 생각에 젖어 있지요.

11월에는 사람이 그리운 달입니다. 늘 귀에 부는 바람 소리 흐르는 물소리가 들려도 짧아지는 하루의 해처럼 허망한 상처로 얼굴 바꾸고 산그늘이 내려와 마음에 오만가지 근심이 짙어집니다.

낙엽이 지고 있습니다. 생각하기에 따라 초라함이라고 해도 좋고, 여름 흔적을 지우고 있다 해도 좋습니다.

11월에는 부는 바람 소리만 들어도 허전합니다. 흐르는 물소리만 들어도 처량합니다. 그렇다고 허무함에 절망하거나 외로움에 아쉬울 필요가 없습니다. 오로지 숯불 같은 겸손해지는 따스함의 석양이면 충분하게 만족입니다.

들깨 찐 흔적을 보며 11월을 실감합니다. 어디 찐 자국이 들깨뿐이겠습니까.
옥수수 참깨 콩 벼 밀 수수 기장 벼 등 수두룩합니다. 유독 들깨 찐 흔적을 들추며 11월을 생각한다고요.


한정찬

시인, 농부(小農), 소방안전컨설턴트, 국민안전교육 전문강사

한국문인협회원, 국제 펜 한국본부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시집<한 줄기 바람> 27, 시전집<한정찬 시전집 1, 2> 2, 시선집<삶은 문학으로 빛난다> 1

칼럼집<소방안전 칼럼집> 1



 

작성 2024.10.29 20:07 수정 2024.10.29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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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