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전거 도둑’은 1979년에 펴낸 동화이기도 하고 1999년에 다시 펴낸 동화책 이름이기도 하며 1979년 어린이 권장도서이기도 하다. 경제개발이 한창이던 1970년 말은 한창 경제개발이 진행되어 산업화와 전통의 모습들이 혼재하던 시기이다. 특히 박완서(1931-2011) 작가에게 1979년은 첫 손주를 만나기 직전의 해였는데. 그녀는 몇 달 후 태어날 손주를 위해, 손주들이 살아갈 시대를 그리며 동화를 쓰기로 했다고 한다.
작품은 산업화를 상징하는 1970년대 청계천이 세운상가이다. 시골에서 상경한 소년 수남은 상가 뒷길의 전기용품 도매상에서 일을 하는 16살의 아이다. 전기용품점 주인 영감은 항상 수남을 무척 아껴준다. 수남은 공부를 많이 해서 대학도 가고 박사도 될 머리라며 틈만 있으면 그저 책이라며 수남을 칭찬하는 말을 한다. 그런 주인 영감의 말에 보답하려 수남은 이 골목의 누구보다 더 일찍 일어나 가게 문을 열고 열심히 일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진짜 아껴주는 것이 아닌 일을 부려먹기 위한 술수일 뿐이었다.
수남을 위하는 척 하면서 일을 부려 먹는 것이다. 지금으로 따지면 노동력 착취가 되겠다. 수남은 그런 주인 영감에게 정을 느끼며 의지한다. 어느 봄날, 가게의 판자문이 자빠지고 지붕이 펄럭일 만큼 바람이 심하게 불던 날, 가게 앞에서 사고가 난다. 사람들은 치료비를 물어주어야 하는 가게 주인과 피해자인 아가씨, 둘 다 재수 없는 날이라고 쑥덕대고 수남은 자신에게 재수 옴 붙을 것 같은 불안감을 느낀다.
그날 xx상회에 램프를 배달해 주고 오라는 주인 영감의 지시에 배달을 갔다가 세워둔 그의 자전거가 바람 때문에 넘어져 옆에 세워진 한 신사의 자동차에 흠집을 내고 말았다. 신사는 수남에게 수리비 5천원을 요구하고 돈이 없는 수남은 울면서 빌고 사정해 보지만 신사는 그의 자전거에 자물쇠를 채우고 가버린다. 곤란한 상황에 처한 수남은 구경꾼들의 부추김에 넘어가 본인의 자전거를 몰래 가지고 가게로 온다.
돌아온 수남이 이 사실을 주인 영감에게 털어 놓자 주인영감은 운이 좋다며 오히려 칭찬을 한다. 이런 전기용품점 주인을 수남은 이해할 수 없었다. 결국 수남은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주인 영감의 부도덕함에 실망하고 수남은 도둑질만은 하지 말라던 아버지의 말씀과 도둑질로 순경에게 잡혀간 형의 모습을 떠올리며 죄책감을 느끼고, 서울로 올 당시 무슨 일이 있더라도 도둑질은 하지 말라는 아버지가 한 말을 떠올린다. 결국 자신을 도덕적으로 견제해 줄 아버지가 그리워져 고향으로 가기 위해 서울을 떠나는 것으로 작품은 끝난다.
이 책은 친할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10대 형제에게 각각 징역형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재판부가 본인들의 행동을 돌아보라고 꾸짖으며 건넨 책이기도 하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 주고 있을까. 아이 혼자 저절로 나빠질 리는 없다. 점점 강력범죄의 연령이 낮아지는 추세이다. 누구의 잘못인가. 아이의 잘못인가. 아니면 어른의 잘못인가. 아이들이 태어날 때부터 비행청소년이 될 운명은 분명 아니었을 것이다. 문제는 어른들에게 있다. 아이들에 대한 방임, 아동학대, 가정폭력 등 아이 들을 돌보지 못한 위험한 환경에서 자라면 당연히 범죄를 저지를 확률은 높아진다.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도덕과 양심, 법과 질서, 공정과 정의를 위반하고 사는 어른 들이 축을 이루면서 어찌 청소년을 나무랄 것인가. 우리 어른부터 아이들의 모범이 되는 세상을 만들려고 본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닌가. 사회 지도층 들이 불법 부동산 투기나 학력 위조, 온갖 비도덕적 행태를 일삼으며 어떤 부끄러움도 없이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일반 대다수 사람들은 착하게 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우리나라엔 미래가 없다. 부끄러운 어른 들이 없는 세상이 범죄 없는 세상을 만든다.
[민병식]
시인,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현)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현)신정문학회 수필 등단 심사위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인문칼럼 우수상
2021 남명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2022 신정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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