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기현 작가는 돌봄 청년 커뮤니티 n인분 대표로 그가 20대 때 알코올성 치매로 쓰러진 아버지의 돌봄을 맞게 되면서 그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모두 돌봄 노동을 제공해야 할 수도 있고, 반대로 받아야 하는 상황에 부닥칠 수도 있다는 사실과 그러하기에 돌봄 노동을 관계망 안으로 끌어들이는 시도를 해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과 연대를 강조한 돌봄을 마주하게 하는 작가다.
책의 제목이 왜 ‘새파란 돌봄’일까. 궁금증과 호기심을 자아내는 제목이었다. 이 책은 작가의 첫 책인 '아빠의 아빠가 됐다'를 읽고 매우 감동과 정서적 만족을 얻었었기에 선택한 책인데 제목이 매우 독특해 관심이 생긴 책이었다. 작가는 자신의 나이 스무 살 때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돌보는 중이고 경험 노동과 돌봄을 하는 사람들의 삶을 풀어내었다.
사실 돌봄은 내게도 낯설지 않다. 바로 며칠 전 어머니를 하다 요양병원으로 모셨기 때문이다. 돌봄은 결코 쉽지 않다. 더구나 돌봄의 대상이 치매이거나 혼자 움직일 수 없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와의 동질감을 느끼고 책을 다 읽은 후엔 책 속의 주인공들에게 눈물 어린 격려와 응원을 보낸다.
책에는 아픈 가족을 돌보는 돌봄 노동자 일곱 명의 이야기가 나온다. 바로 '영 케어러‘라고 불리는 이들이다. 영 케어러는 만성적 질병이나 장애, 정신적 문제, 알코올이나 약물 문제가 있는 가족을 돌보는 18세 미만의 아동이나 젊은이들을 지칭한다. 물론 이 책에는 십대뿐 아니라 삼십 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돌봄 노동자가 나온다. 젊은 나이에 가족을 돌본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지천명의 나이를 넘은 나도 노모에 대한 돌봄을 해본 경험자로서 어려움과 힘듦을 알기에 그들의 고통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돌봄에 전혀 준비되지 않은 청년, 돌봄의 능력이 없는 소년 등 돌봄의 사각지대에 놓인 주인공들이 나온다. 알코올 중독 아빠와 인연을 끊은 지 오래지만 보호자라는 명목하에 갑자기 돌봄을 떠안은 자녀, 자식들이 외면한 치매 할머니의 돌봄을 떠맡게 된 손자 등 어쩌면 돌봄을 받아야 하는 사람 들이 돌봄을 해야 하는 역설적이고도 안타까운 사연들이다. 이들은 모두 정부와 사회가 나서서 도움을 줄 상황과 여건이 되지 못한다.
모두가 가난한 사람들이었으며 정작 돌봄의 의무를 행해야 할 가족이 있음에도 그들의 외면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등의 정책은 그들 앞에서는 그림의 떡이었고 기초생활수급을 받기 위해 아빠와의 인연을 끊었으나 돌봄을 떠맡게 되면서 수급자로서의 자격이 박탈되는 정책상의 난맥도 있었다. 돌봄을 받아야 하는 환자나 고령의 노인들뿐만 아니라 결국 돌봄을 하는 주체까지도 소외계층으로 전락하게 되는 이 현상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돌봄은 많은 것들을 포기하게 만든다. 일상생활, 취업, 취미, 개인적인 사생활까지도 다 내려놓고 돌봄을 하는 사람들의 정신적 피폐와 육체적 노고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돌봄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돌봄을 모른다. 우리나라에서 돌봄은 거의 가족이 떠맡고 있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가족의 돌봄은 경제 문제와 직결되어 있기도 하다.
초 고령 사회에 접어들면서 주변에 요양원, 요양병원, 주간보호센터 등이 눈에 뜨이게 늘어나고 있다. 거기에 더하여 책의 등장인물처럼 아픈 가족을 돌봐야 하는 처지에 있으면서 경제력이 없다면 어떻게 돌봄의 의무를 행해야 할까.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저자는 돌봄의 주체와 책임에 대해 화두를 던진다. 즉 돌봄은 가족에게는 사람 노릇을 하기 위한 의무이지만 국가와 사회는 개인에게만 맡겨놓고 그들의 고통이 어떤지를 모르고 어쩌면 알고 싶어하지도 않는다는 거다. 더구나 가족 중에서도 약자가 돌봄을 떠맡고 돌봄을 맡은 사람의 고통은 또 하나의 불행을 야기하고 결국 모두가 불행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작가는 또한 돌봄과 부양의 책임에 대해 국가와 사회, 의무가 있는 가족의 책임에 관해 이야기한다.
[민병식]
시인,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현)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현)신정문학회 수필 등단 심사위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인문칼럼 우수상
2021 남명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2022 신정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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