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죽어야 할지 배우게 된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배울 수 있어”
미치 앨범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에 등장한 말이다. 마침 집에 익숙한 제목의 책이 있어 무심코 읽기 시작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이상하게 끌려가고 있었다. 대략적인 이야기는 이렇다. 피아노를 좋아했던 작가 미치 앨범은 졸업 후 일에 치이고 돈을 쫓는 동안 그의 소중한 은사였던 모리 교수가 루게릭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우연히 접하게 된다. 졸업 후 연락하겠다고 말한 뒤 16년이 지난 제자를 따뜻하게 맞이해주는 모리 교수는 그렇게 미치 앨범과 화요일마다 만나 인생 수업을 시작한다.
누구나 알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조언만 담기지 않았을까 하는 우려와 달리 그의 말속에는 인생의 철학과 더 넓게는 불교의 교리까지 펼쳐져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모리 교수가 자신이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걸 알면서도 여전히 신문을 구독하며 저 머나먼 국가의 비극적인 소식에 눈물을 흘리는 것, 그리고 세상과의 유일한 창구인 조그만 창문을 통해 천천히 변해가는 계절감을 느끼고 있다는 부분이었다. 본인의 병조차 감당하기 힘들 텐데 어떻게 저런 감정이, 감수성이 남아있었을까?
만약 죽음이 오고 있다는 걸 내가 알아차렸다면, 삶에 대한 미련이 큰 파도처럼 몰려와 ‘살고싶다’는 감정에 매달려 있었을 거다. 그럼 내게 두 가지 선택이 생긴다. 죽는 순간까지 내가 미처 다 이루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며 후회할 건지, 아니면 남은 생을 ‘살아있음’에 집중할 건지 말이다. 모리 교수가 눈물을 흘리고 창문을 통해 세상과 맞닿아있음을 느끼는 건 그가 후자를 선택했기에 가능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는 미치 앨범에게 이렇게 말한다. “어떻게 죽어야 할지 배우게 된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배울 수 있어.”
내가 듣고 있는 명상 수업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알아차림’을 일상에서 해보는 것이다. 우리에겐 총 여섯 가지의 대상을 알아차릴 수 있는데, 바로 보는 것, 듣는 것, 맛보는 것, 냄새 맡는 것, 촉감을 느끼는 것 그리고 마음의 상태를 보는 것이다. 위빠사나 명상에서는 이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라고 한다. 대상과 마음을 판단하지 않고, 애쓰지 않으면서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명상은 생각보다 어렵다. 그러나 모든 감각을 열어 찰나의 순간을 온전히 다 즐기는 것, 그걸 알아차리는 건 어쩌면 모리 교수가 말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아닐까 싶었다. 물질만능주의 시대에 내가 너무 사소한 것에 신경을 쓰고 있었던 건 아니었는지, 그래서 내 인생 전체를 놓치지 않았던 건지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오늘도 나는 과거와 미래로 자꾸만 향하는 내 마음을 알아차리고, 지금으로 돌아오는 연습을 한다. 모리 교수가 말한 거처럼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배우기 위해서 말이다.
K People Focus 김민아 칼럼니스트 (ueber35@naver.com)
안녕하세요. 칼럼을 정기적으로 쓰게 된 함께성장인문학 연구원 43기 김민아입니다. 치유와 코칭 백일 쓰기, 인문의 숲 과정을 거쳐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격주 목요일, ‘일상탐방기’란 주제로 직장생활, 평범한 일상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저는 흔히 MZ세대로 불리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이러한 제 시각으로 바라본 일상은 무엇이고, 어떻게 잘 살 수 있을지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관찰과 알아차리기로 일상 속 불안과 행복을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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