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시인의 9할은 가짜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시인들끼리 ‘가짜 시’라는 말도 흔히 한다. 이 말은 제대로 시를 쓸 줄 모르는 시인이 대다수라는 의미이다. 가짜 시인의 대부분은 자기가 진짜 시인인 줄 착각한다. 자작시가 최고인 줄 착각도 한다. 착각은 자유이다. 나르시시즘에 빠져 살든 성찰의 길을 걸어가든 그건 개별자의 선택이다.
시인은 시에 진실성과 세계관을 녹여 넣는다. 즉, 시정신을 불어넣는다. 우주 현상, 자연 현상, 사회 현상, 인간 현상을 삶의 의의와 가치와 함께 버무려 넣는다. 즉, 시에 인간 삶의 가치, 시대정신, 인간 정신을 반영한다. 이를 반영할 줄 모른다면, 그건 분명 가짜 시인이다.
가짜 시인이 판치는 이유는 다양하다. 기대 수명이 늘어난 이후 은퇴자들이 쉽게 예술가로서 활동할 수 있겠다며 덤벼든다. 기초부터 천천히 다져 가며 습작 활동도 하고, 등단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문단의 상업성과 맞물려 입문 수준의 습작으로 급하게 등단부터 해댄다.
그때부터라도 열심히 정진해도 훌륭한 시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산문에 행갈이를 하면 시인 줄 착각한다. 곧 자아도취의 늪에 빠져 버린다. 함량 미달의 시로 운이 좋아서 문학상과 상금을 받은 자의 대부분은 자신이 최고인 양 착각한다. 진짜 시인으로 거듭나거나 회생할 길을 찾지도 않고, 찾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여기서 시정신을 다시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시정신이란, 사전적 의미로 “시에 나타난 글쓴이의 뜻.”, “시 이전의, 글쓴이가 지닌 진실성이나 세계관.”(《표준국어대사전》)이다. 가짜 시인들은 이 간단한 사전적 의미조차 읽어 내지 못한다. 이들은 일기의 문장을 시라고 말한다. 자전의 글을 시라고 주장한다. 산문을 행갈이 해 놓고 시라고 우긴다. 이게 시정신인 줄 착각한다. 즉, 시인의 의도, 시인의 진실성이나 세계관인 줄 착각한다.
가짜 시인들은 시에서 시인의 진실성과 세계관을 드러내기 위한 작법이나 표현, 수사법 따위는 외면한다. 아예 공부하려는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밋밋한 글을 행갈이 하는 노력만 기울인다.
가짜 시인들의 행위를 보면, 한글만 알면 시인 행세를 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듯하다. 단 한 줄의 시다운 시를 쓸 수도 없으면서 명예욕을 앞장세우는 시인, 즉 가짜 시인 행세는 허영심에 불과하다.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허영심은 경계해야 마땅하다.
시가 글의 예술이라 하더라도 글만 안다고 진짜 시를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 창작을 전공한 문학 석사, 박사라 하더라도 시를 능숙하게 수준급으로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진짜 시인의 길, 진짜 시 창작의 길은 매우 험난하다.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시인이여, 시정신으로 똘똘 무장하여 올곧은 시인의 길을 걷자.
[신기용]
문학 박사.
도서출판 이바구, 계간 『문예창작』 발행인.
대구과학대학교 겸임조교수, 가야대학교 강사.
저서 : 평론집 7권, 이론서 2권, 연구서 2권, 시집 5권,
동시집 2권, 산문집 2권, 동화책 1권, 시조집 1권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