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헌식의 역사칼럼] 조선 수군의 숨은 조력자 한효순

윤헌식

임진왜란 강화협상이 한창 진행 중이던 1596년 6월경 체찰사(體察使) 이원익의 업무를 보조할 목적으로 당시 병조참판이었던 한효순(韓孝純)이 체찰사의 부직(副職)인 부체찰사(副體察使: 부체찰사는 부찰사 또는 체찰부사로 부르기도 하였다.)로 임명되었다. 체찰사는 비상시에 군대를 지휘하거나 군사 관련 업무를 맡는 임시직으로서 임진왜란 시기에는 군대의 총지휘관에 해당하는 역할을 수행하였다. 즉, 부체찰사 한효순은 체찰사 이원익을 보좌하는 부지휘관 격인 자리에 임명된 것이다.

 

​한효순의 본관은 청주(淸州). 자는 면숙(勉叔), 호는 월탄(月灘), 생몰년은 1543~1621년이다. 한효순은 부체찰사로 임명되면서 주로 수군을 관리하는 임무를 맡게 되었다. 다음은 『선조실록』의 관련 기록이다.

 

​『선조실록』 권76, 선조29년(1596) 6월 25일 신유 4번째 기사

 

비망기로 우승지 이광정에게 분부하였다.

 

"평안 감사를 맡길 만한 사람이 없다. 한효순이 그럴듯하나 현재 본병(本兵)에 있고 수군(舟師)의 대장(大將)이 되었으니 여기에도 직무를 살필 것이 있다."

 

​위 『선조실록』의 기록에 한효순이 수군의 대장이 되었다고 서술된 점은, 조정이 처음부터 그에게 수군 업무를 전담시킬 목적을 가지고 부체찰사로 임명했음을 의미한다. 이원익의 문집인 『오리집』의 기록(『오리속집』 권2, 「사도도체찰사시장계」-1596년 12월 7일)에도 한효순이 수군 선박, 격군(노를 젓는 인부), 군량 등 수군을 관리하는 임무를 맡았던 내용이 나타난다.

 

​한효순이 부체찰사가 되어 가장 먼저 했던 일 가운데 하나가 한산도의 두 번째 무과시험으로서 『선조수정실록』과 조경남의 『난중잡록』에 그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다음은 『선조수정실록』의 해당 기록이다.

 

『선조실록』 권30, 선조29년(1596) 윤8월 1일 기축 2번째 기사

 

한효순을 한산도로 보내 무과를 설치하여 군사들을 시험 보게 하였는데, 이는 통제사 이순신의 청에 따른 것이었다.

 

​한효순이 수군의 업무를 담당한 까닭으로 충무공 이순신의 『난중일기』에도 그에 대한 내용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다음은 『난중일기』의 그 대표적인 기록이다.

 

 

『난중일기』, 1596년 윤8월 20일

 

일찍 출발하여 배를 타고 체찰사(이원익)와 부사(한효순)와 함께 앉아서 종일 군사에 관해 이야기하였다. 

 

[원문] 早發乘船 与体相及副使同坐 談兵終日

 

​부체찰사 한효순은 명량해전 직전인 1597년 9월 조선 수군의 군량을 지원하여, 조선 수군이 이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데에도 도움을 주었다. 다음은 『난중일기』의 해당 기록이다.

 

『난중일기』, 1597년 9월 9일

 

이날이 바로 9일(중양절)이므로 군사들에게 음식을 먹이려고 하였는데, 마침 부찰사(한효순)로부터 군량을 얻고 이어 제주의 소 5마리가 왔다. 녹도만호(송여종), 안골포만호(우수)로 하여금 도축하여 장병들에게 먹일 때 적선 2척이 곧장 감보도로 들어와서 우리 배의 수를 염탐하였다.

 

[원문] 是日 乃九日 欲饋軍 而適得副察使軍粮 所繼濟州牛五隻而來 幷令鹿島安骨 屠餉將士之際 賊船二隻直入甘甫島 探我船多寡

 

​한효순은 군사 관련 업무에 관해 많은 관심을 가졌다. 『선조실록』의 기사(『선조실록』 권78, 선조29년-1596년 8월 21일 병진 3번째 기사)를 살펴보면, 한효순이 얻은 『기효신서』(중국의 척계광이 지은 병서)를 군사 훈련용 자료로 사용했다는 일화가 보인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효순은 더 나아가 화약무기의 장전과 사격방법을 설명한 화기 교범인 『신기비결(神器秘訣)』, 진법과 행군 등에 관한 병서인 『진설(陣說)』을 간행하였다. 조정의 높은 관직을 두루 거친 문신으로서 이러한 병서를 펴낸 것은 상당히 특이한 이력이 아닐 수 없다.

 

『신기비결(神器秘訣)』 - 자료출처:규장각한국학연구원

 

한효순이 정치 사안인 인목대비 폐비 문제에 얽혀 인조 때 관직이 추탈된 까닭으로 그의 저서가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참고자료]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한국고전종합DB, 이원익의 『오리속집(梧里續集)』 권2, 「사도도체찰사시장계(四道都體察使時狀啓)」

 

 

[윤헌식]

칼럼니스트

이순신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저서 : 역사 자료로 보는 난중일기

이메일 : thehand8@hanmail.net

 

작성 2024.11.22 09:56 수정 2024.11.22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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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